‘형님’ 젠슨 황…홍대 PC방서 페이커 보고 삼겹살집서 총수 회동
SK·현대차·LG 등 재계 총수 홍대서 회동
반도체 넘어 로봇·데이터센터 협력 논의
韓 제조 데이터 활용해 AI 팩토리 고도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5일 한국을 찾는다. 지난해 10월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이번 방한은 단순한 부품 공급망 점검을 넘어 한국 기업들과 차세대 인공지능(AI)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파트너십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e스포츠 구단의 훈련장을 찾고 홍대 삼겹살 식당에서 재계 수장들과 만나는 등 실무와 스킨십을 오가는 폭넓은 일정이 예상된다.
5일 정보기술(IT) 및 재계에 따르면 황 CEO는 이날 오후 1시경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한다. 그의 첫 공식 일정은 e스포츠 명문 구단 T1이 운영하는 서울 시내 PC방 T1 베이스 캠프 방문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곳에서 황 CEO는 ‘페이커’ 이상혁을 비롯해 최현준, 문현준, 김수환, 류민석 등 T1 리그 오브 레전드(LoL) 선수단과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시가총액 최상위권 빅테크 기업의 수장이 방한 첫 일정으로 대기업 사옥이 아닌 PC방을 택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다만 엔비디아의 핵심 사업인 그래픽처리장치(GPU)가 PC 게임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징적인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황 CEO는 현장에서 e스포츠 산업 관계자들과 만나 게임 및 AI 산업의 시너지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PC방 일정을 마친 황 CEO는 저녁 시간대 서울 홍대입구 인근의 삼겹살 전문점 ‘형님 저요’에서 국내 주요 기업인들과 만찬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현재까지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 구광모 LG(003550)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등이 참석 대상자로 거론된다.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의 합류 여부도 막판 조율 중이며,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의 참석 가능성도 열려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당초 회동 장소로 성수동 일대가 검토됐으나 참석자들의 이동 동선과 경호 문제 등을 고려해 홍대로 최종 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강남의 한 치킨집에서 이뤄진 회동처럼, 삼겹살에 소주를 곁들이는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주요 산업 현안을 논의하려는 황 CEO 특유의 스킨십 경영 차원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이번 회동이 겉으론 소탈한 한국 나들이로 보이지만 실상은 엔비디아와 한국 산업계 간 AI 인프라 동맹의 시작점으로 보고 있다. 대화 주제도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반도체 공급망에서 피지컬 AI와 디지털 트윈 인프라 구축 등으로 지난해 10월 대비 한 단계 확장될 전망이다. 피지컬 AI는 가상 공간 데이터를 현실 세계의 물리적 장비나 로봇과 연동해 스스로 학습하고 움직이게 만드는 차세대 기술이다.
엔비디아는 현재 자사의 3D 시뮬레이션 플랫폼 옴니버스를 통해 공장 설계부터 생산, 물류에 이르는 전 과정을 가상으로 구현하는 AI 팩토리 생태계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생태계가 오차 없이 정교하게 작동하려면 실제 제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분량의 고정밀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반도체와 자동차, 배터리, 조선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포트폴리오와 빅데이터를 갖춘 한국 기업들이 엔비디아의 이상적인 파트너로 떠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각 그룹과 세부적인 협력 방안도 구체화될 전망이다. 먼저 LG그룹과는 AI 데이터센터의 고질적인 난제인 발열과 전력 소모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고성능 AI 가속기 구동에 필수적인 LG전자(066570)의 고효율 칠러(냉난방공조) 시스템과 LG에너지솔루션의 에너지저장장치(ESS), LG CNS의 데이터센터 운영 노하우가 엔비디아의 발등에 떨어진 인프라 과제를 해결할 열쇠로 꼽힌다.
현대차그룹과 두산그룹은 로보틱스와 스마트팩토리 분야에서 밀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율주행과 지능형 로봇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는 현대차,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을 선도하는 두산로보틱스는 엔비디아의 AI 플랫폼을 현장에 이식하고 검증할 수 있는 최적의 거점이다. 황 CEO가 오는 7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두산베어스 경기의 시구자로 마운드에 오르는 것 역시 로보틱스 분야의 파트너십을 대내외에 보여주기 위한 상징적인 행보로 해석된다.
네이버와는 각국의 문화와 언어를 이해하는 소버린 AI(국가별 자체 AI) 인프라 구축과 클라우드, 로봇 서비스 부문에서 시너지를 모색할 것으로 관측된다. 황 CEO는 방한 기간 중 8일 LG 트윈타워, 현대차 양재사옥, 네이버 1784 사옥을 잇달아 방문해 현장 경영을 이어간다.
한 재계 고위 관계자는 “엔비디아가 차세대 AI 주도권을 굳히기 위해서는 막대한 전력 인프라와 고도화된 제조 데이터를 제공할 동맹군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이번 방한을 기점으로 한국 기업들의 위상이 단순한 부품 공급사를 넘어 글로벌 AI 생태계의 밑그림을 함께 그리는 핵심 파트너로 격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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