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3월 5일 대선 당시 선관위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일부 투표용지가 플라스틱 바구니나 쇼핑백에 담겨 있는 모습이 공개됐기 때문입니다.
정확히는 코로나 19 확진자·격리자들이 '기표를 마친' 사전 투표용지들이었는데, 보안 스티커가 없었던 건 물론이고 언제든 누구나 손을 뻗으면 가져갈 수 있을 것처럼 보관되어 있었습니다.
논란은 끝이 아닙니다.
지난해 조기 대선에는 서울 신촌의 한 사전투표소에서 관외 선거를 하기 위해 기다리던 일부 유권자가 기표도 하지 않은 투표용지를 손에 덜렁 든 채 식사를 하러 가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선관위는 당시에도 사전투표소 면적이 협소해 선거인 대기 공간이 부족했다는 핑계를 대며 다시 고개 숙였습니다.
4일 용지 부족 사태가 벌어진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앞
◆ "투표용지가 부족"…명백한 참정권 침해
하지만 바뀐 건 없었습니다.
6·3 지방선거 본투표일이었던 지난 3일, 이번에는 헌정사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유권자들의 참정권을 명백히 침해하는 일입니다.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를 비롯한 12개 투표소와 강남구 1개 투표소, 광진구 1개 투표소 등에서 어처구니없는 일이 터졌는데, 선관위가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인 '공정과 신뢰성'이 크게 훼손됐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봉쇄 35시간 만에 경찰에 의해 해산된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앞 시위대
◆ 李 대통령도 선관위 겨냥 메시지
이재명 대통령도 4일 이번 사태와 관련해 "민주공화국에서 무엇보다 철저해야 할 선거 관리에 납득하기 쉽지 않은 허점이 발생한 데 대해 매우 큰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모든 국가기관은 국민의 신성한 참정권 행사 과정에서 조금의 빈틈이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책무가 있다"며 "관계기관은 행정부가 가진 책임과 권한을 모두 사용해 문제 발생 이유를 명확히 밝히고, 책임질 게 있으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야권을 중심으로 '국가가 국민의 참정권을 박탈했다'는 거센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선관위가 사실상 부정선거론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