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명함 뒤 숨은 불안 그림 그리기로 ‘셀프 토닥’… “남들 눈치보지 말자구요”[포토 스토리]
반복되는 억지웃음·독박야근에 번아웃
직장인 취미반서 ‘자유’… 20년 체증 쑤욱
“이제는 대중과 함께”… 시리즈 확장 꿈꿔

사진·글 = 백동현 기자
서로의 눈치를 보지 않고 모든 동물들이 행복하게 사는 원더랜드. 행복한 그들의 모습에 질투를 느낀 마법사가 ‘눈치 보는 마법’을 걸자, 원더랜드 동물들의 성격과 모습이 변해가기 시작했다. 고슴도치 포레스트는 가시가 빠져 대머리가 된 채로 가발을 쓰고 다니며, 악마 벤은 마음이 약해지기 시작해 겉모습과 다르게 선행을 베풀기 시작한다.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은 걸 해”라는 콘셉트로 그린 ‘눈치 프렌즈’ 스토리 중 일부분이다. 이른바 ‘눈치 작가’로 불리는 김나일(49) 씨는 애플, BMW 등 이름만 들어도 굵직한 외국계 대기업에서 10년 넘게 마케팅, 광고 총괄로 근무하다, 지난 2022년 퇴사 후 전업 화가로서 제2의 삶을 시작했다.




“화려한 명함 뒤에서 늘 불안했어요. 누군가 나를 일 못하는 사람으로 볼까 봐 불안해서 항상 긴장하며 살았어요. 그래서 항상 억지로 웃으며 모든 일을 떠안았어요. 다른 직원들이 퇴근할 때 혼자 남아 야근을 했고, 일 잘하는 사람이라는 평판을 얻었지만 정작 제 마음은 시커멓게 병들어가고 있더라고요. 결국 번아웃이 오고 나서야 알았어요. 남의 눈치 보느라 나를 죽이고 있다는 걸요.”
외부의 혼란스러움과 스트레스, 불안감으로부터 그를 버티게 해준 것은 그림 그리기였다. “한번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 4시간을 앉은 자리에서 계속 그렸어요. 머리가 맑아지며 내면의 불안감을 꺼내놓으니 불타오르는 기분을 느꼈고, 20년 넘게 쌓인 마음속 무엇인가 빠져나오는 듯했어요.”




미술 전공이 아니었던 김 씨가 직장인 취미반에서 머릿속 어지러움을 자유롭게 풀어낸 그림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모든 캐릭터의 눈이 마치 눈치를 보는 듯했다. “한국 사회에서는 모두가 누군가의 눈치를 보며 살아간다고 생각해요. 한국인이 가진 슈퍼파워 같아요. 한편으로 마음 아픈 단어일 수도 있는 ‘눈치’를 통해 사람들에게 ‘눈치 보지 말고 살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저 자신부터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시작했던 그림을 이제는 많은 이들에게 공유하기 위해 그리는 김나일 작가의 최종 목표는 지식재산권(IP) 사업을 통한 ‘눈치 프렌즈’ 시리즈의 확장이다. “전 기업인 출신 작가로서 수익 창출에 대한 목표도 당연히 갖고 있어요. 그림뿐 아니라 애니메이션이나 쇼츠 등을 활용한 원더랜드 세계관의 확장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와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요.”
백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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