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 극심한 저평가…메모리만 떼도 현 시총 넘어" "반도체, 가치평가 패러다임 바뀌어야 합니다"
SK하이닉스의 주가가 50만원이던 시기에 가장 먼저 '100만 닉스'를 외친 애널리스트가 있었습니다. 당시 다소 과감해 보였던 전망은 3개월 만에 현실이 됐습니다. 그는 이후에도 '150만 닉스', '300만 닉스'를 전망하면서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반도체 애널리스트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난 1일에는 'SK하이닉스 400만원, 삼성전자 61만원'의 목표주가를 제시하는 파격적인 리포트를 또 발간했습니다. 그는 "메모리 상황이 구조적으로 바뀌었으니 과거 잣대로 삼전닉스(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평가하면 안된다"고 강조합니다. 화제의 주인공 한동희 SK증권 애널리스트를 만나 40분 가량 인터뷰를 했습니다.
▶장기공급계약(LTA)의 중요성에 가장 빨리 주목하셨는데요.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LTA를 체결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LTA가 반도체 시장에 어떤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하시나요.
-LTA 자체가 새로운 개념은 아닙니다.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다만 과거에는 고객사가 언제든지 계약을 취소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페널티도 물지 않았습니다 . 이제는 고객사에게 구속력 있는 조건들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계약 기간에도 차이가 좀 있습니다. 과거에는 보통 1년 단위의 계약들이었다면 현재는 3~5년 단위의 계약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메모리 가격이 상당히 많이 올랐습니다. 그런데도 3~5년 장기공급계약을 맺는 건 반도체 시장에 무언가 변화가 생겼다는 신호 입니다. AI 시장에서 메모리의 위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인 것이죠.
장기공급계약으로 삼전닉스가 얻을 수 있는 건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업황의 가시성입니다. 과거에도 공급 부족은 있었고 이에 따라 증설을 해왔는데요. 다만 과거에는 이 증설에 대한 근거가 '신뢰할 수 없는 고객사들의 전망'에 기반했습니다. AI 사이클 이전에 반도체 수요는 거시 경제 영향이 컸습니다. 스마트폰, PC의 시장 전망을 하고 이에 따라 증설을 해야 되는데 이 시장 전망은 거시 경제의 영향이 큽니다. 공급자(삼전닉스)들은 결국 맞출 수 없는 거시 경제 전망에 따라 증설이라는 베팅을 해왔던 것이죠.
대만 파운드리 기업 TSMC는 예전부터 수주를 받고 증설해왔습니다. 삼전닉스와 TSMC가 IT 업종의 거시경제에 대한 리스크에 동일하게 노출돼있음에도 TSMC에게는 좋은 평가, 메모리 기업들에게 박한 평가를 해왔던 건 '수요에 대한 예측으로 인해 안정적인 실적을 낼 수 있는 기반'이 있는지였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구속력 있는 계약을 기반으로 합니다. LTA를 통해 얼마만큼 물량이 필요한지 확인이 가능해졌으므로 삼전닉스에게 과거 대비 훨씬 더 좋은 밸류를 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 LTA로 장기계약을 맺은 고객사와 그렇지 않은 고객사로 나뉘면서 반도체 시장은 이중시장(Dual Market)이 형성될 것 같은데요. 이 자체를 두고 큰 의미가 있다고 보시는 것 같습니다.
-핵심은 이중시장으로 안정성의 기반이 만들어진다는 것에 있습니다. LTA 고객사로는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등과 같은 수많은 AI 빅테크 기업들이 있을 텐데 이들과 맺는 계약 조건은 선수금부터 페널티까지 각각 계약 조건이 다를 겁니다. 고객사에게 같은 제품을 다른 가격으로 판매하는 불투명한 시장이 만들어지는 셈이죠. 공급자 우위의 시장입니다. 일반적인 공산품(commodity) 시장에서는 있을 수 없는 현상입니다.
삼전닉스가 LTA를 맺은 고객사와 그렇지 않은 고객사 중 메리트를 줘야 하는 고객사는 누구일까요. 당연히 LTA를 맺는 고객사입니다. 메리트가 없으면 계약을 맺을 필요가 없을테니깐요. 자연스럽게 LTA를 맺지 않는 고객사는 가격이나 물량 측면에서 불리한 조건, 후순위로 밀려나게 됩니다.
종합해보면 LTA로 특정 기간 구속력 있는 계약구조를 통해 실적의 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고요. 동시에 시황노출시장은 (공급이 한정적이 되면서) 더 단단하고 괜찮은 시장으로 변모하게 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LTA로 인한 이중시장 형성은 상당히 중요한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 한 애널리스트께서는 목표주가를 산출할 때 이익을 기반으로 한 PER을 기준으로 목표주가를 산출하시는데요. 이번 리포트에서 목표주가를 올린 배경을 보니 이전 리포트보다 에상 이익을 올렸습니다. 어떤 변화가 감지됐길래 한달 만에 예상 순이익을 높이신 건가요.
-약 10% 중반 정도 이익을 상향했는데요. 당장 2분기에 반도체 가격이 예상을 상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내년 HBM 가격 협상이 진행 중인데요. HBM 가격 인상 폭이 당초 가정했던 것보다 더 강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전망 하게 된 첫번째는 기회비용에 대한 부분 입니다. 1분기 기준 일반 D램은 이익률 관점에서 HBM보다 약 40% 더 높습니다. 단위 원가도 당연히 D램이 더 낮고요. 이익 관점에서만 보면 D램을 생산하는 게 맞지만 AI의 수요 측면에서 보면 HBM도 생산하고 팔아야 합니다. 이를 만회하고자 HBM의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는 것이죠. 내년 HBM의 가격은 올해 대비 50% 인상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HBM의 생산이 늘어나면 또 D램의 생산은 줄어듭니다. 보통 HBM 하나를 생산하려면 D램 4개 이상을 포기해야 합니다. 그러면 당연히 또 D램에 대한 공급 부족이 생길 것이고요. 결국 HBM, D램, 낸드 등은 서로 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고 이 현상이 모든 메모리 제품에 대한 가격을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3일 대만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IT 전시회 '컴퓨텍스'에서 "5년 내 전체 생산 능력을 2배 확대하겠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아직 먼 미래 일이지만 증설을 한다면 현재 공급자 우위의 시장에 균열이 생긴다거나, 메모리 기업 간 경쟁이 심화되는 건 아닐까요.
-일반적으로 메모리 사이클을 오래 보신 분들은 투자를 늘리면 '이제 끝났다'라는 피크아웃 신호로 받아들이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다릅니다. 최 회장의 이번 발언은 LTA 관점에서 그 정도의 캐파(생산능력) 확대가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생각됩니다. 캐파를 2배 늘린다고 해서 메모리 생산량이 2배가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한 장의 웨이퍼에서 생산할 수 있는 HBM과 일반 D램의 양은 다릅니다.
▶ '반도체 빼고 다른 종목 수익률은 다 떨어졌다'는 기사들이 최근에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로서 쏠림 현상을 어떻게 보시나요.
-저는 반도체만 보는 애널리스트이다 보니 전체 시장에 대해서 말하는 게 조금 조심스럽지만 코스피에서 메모리 반도체가 차지하는 실적 비중과 성장률이 강력하다 보니 쏠림 현상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반도체 역시 거시 경제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러한 '불투명한 국면에서 실적으로 확실하게 먼저 보여줄 수 있는 게 어디인가'라고 하면 메모리 반도체라고 생각합니다.
또 마이크론의 12개월 선행 PER이 10배가 넘습니다. 현재 삼전닉스는 7배 수준입니다. 즉 삼전닉스가 많이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저렴하다라는 측면이 작용 중일 것 같고요. 실적 상승은 아직 안 끝났다라는 부분 역시 반도체 쏠림 현상의 주요 요인일 것으로 보입니다.
▶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삼성전자를 빠르게 추격 중입니다. 삼성전자가 저평가를 받고 있다고 봐야 할까요. 아니면 SK하이닉스가 빠르게 본연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라고 봐야할까요.
-삼성전자가 극심한 저평가를 받고 있고 하이닉스는 고평가를 받는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이닉스 역시 본연의 밸류 대비 저렴하다고 생각하고요. 예상 영업이익을 기반으로 주가를 산출하는 저로서는 어닝(실적)이 전부입니다. 어닝으로 증명할 수만 있다면 제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죠. 모든 메모리가 AI의 핵심 메모리가 됐고 HBM도 시장점유율이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 때문에 어떠한 관점에서도 삼성전자는 과거 대비 압도적인 이익이 예상됩니다.
극단적인 예로 들면 삼성전자는 모바일, 가전, 반도체 등 종합 IT 기업입니다. 메모리 사업부만 분할해 상장을 해도 지금 시가총액 이상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도 수주 모멘텀이 확대되는 중입니다. AI 사이클에서 메모리만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반도체 전체를 한번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가총액이 점점 비슷해진다는 건 삼성전자가 더 낮은 밸류를 받고 있다는 뜻입니다.
▶ 금리 인상에 대한 이야기도 솔솔 나옵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상황에서 금리가 인상되면 반도체 업황이 빠르게 식지 않을까요.
-유동성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닙니다. 다만 일단 금리가 인상되면 성장주의 할인율은 높아집니다. 성장주에 대한 밸류에이션 관점에서 보면 AI, 반도체 주가에 좋은 환경은 아닌 것이죠. 금리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텐데 5% 선에서 고착화되면 고민스러운 상황이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다만 현재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는 성능 제고와 비용 효율화 측면에서 모두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투자를 멈춘다는 것은 모든 것을 제로(0)로 만들어 버리는 결정입니다. 그러므로 어떤 강력한 무언가가 발생하지 않으면 빅테크 기업 스스로 투자를 멈추는 것은 사실상 쉽지 않을 겁니다. 다시 말해 금리가 연 5%로 고착화하지 않는다면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에 큰 영향을 미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 주주환원에 대한 기대감도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해 2024~2026년 주주환원정책의 마지막 연도이기도 하고요. SK하이닉스는 유의미한 FCF(잉여현금흐름)를 창출하면 조기 환원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황입니다.
-주주환원은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상황이 안정적으로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부분이 과거 대비 주주환원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기대감이 메모리 밸류에이션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고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마이크론의 선행 PER은 10배, 삼전닉스는 7배 수준입니다. 이러한 밸류에이션을 축소하기 위해서는 삼전닉스도 해외 업체들처럼 주주환원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주주환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물론 그 시점과 규모를 제가 예상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삼성전자는 올해 주주환원정책의 마지막 연도이기도 하고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이에 대한 액션을 가시적으로 보여주겠다고 피력한 상황이어서 기대해 볼만합니다.
SK하이닉스도 이번 정기주주총회에서 순현금 100조원을 달성하면 주주환원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순현금 100조원은 오는 3분기 정도면 달성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삼전닉스 모두 올해 하반기 주주환원을 통한 재평가를 기대할 수 있는 환경이 충분히 조성됐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