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로열젤리 먹였는데...'여왕벌'로 자라는 유충의 비밀

애벌레가 '여왕벌'로 자라나려면 먹이인 '로열젤리'의 영향보다 성장하는 주거환경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학교와 중국농업과학원 공동연구팀은 여왕벌이 자라는 '여왕방'(Queen Cell)이 단순히 보호공간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유충이 여왕벌로 자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4일(현지시간) 밝혔다.
여왕벌은 일벌보다 1.5배 큰 개체로, 약 1~5년간 매일 2000~3000개의 알을 낳으며 꿀벌의 개체수를 늘린다. 하지만 처음부터 여왕벌로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여왕벌과 일벌은 알로 태어날 때까지 똑같지만 자라는 과정에서 여왕벌이 되거나 일벌이 된다.
지금까지는 로열젤리의 양이 여왕벌로 자라게 하는 핵심요인이라고 과학계는 생각했다. 로열젤리는 일벌의 머리 분비샘인 인두선에서 나오는 끈적한 우윳빛 분비물로, 영양뿐 아니라 특수한 호르몬과 단백질 등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로열젤리의 어떤 성분이 여왕벌과 일벌로 갈라지게 하는 것인지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이에 연구팀은 로열젤리뿐 아니라 유충의 주변 환경도 여왕벌로 자라는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측하고 여왕벌 유충이 자라는 방과 일벌이 자라는 방의 환경을 비교했다.
그 결과, 여왕벌이 자라는 방은 육각형 모양의 일벌이 자라는 방보다 1.5~2배 넓고, 밀랍(벽)도 더 두꺼웠다. 이전에는 이 구조가 단순히 여왕벌이 될 유충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여왕방의 구조와 두께는 물론 밀랍의 화학성분까지 차이가 있는 것을 연구팀이 발견했다. 여왕방의 밀랍은 일벌방에 비해 밀도가 낮고 더 유연하며 녹는점이 높았다. 또 지방산 조성과 첨가된 화학물질은 방의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데 더 유리했다.
이런 정교한 물리·화학적 구조는 유충의 발달과 생존율에 큰 차이를 만들었다. 연구팀이 총 172마리의 꿀벌 유충을 여왕방과 일벌방에 각각 나눠 넣고 7일동안 사육한 결과, 여왕방에서 자란 유충은 생존율이 61% 이상을 보인 반면 일벌방에서 자란 유충의 생존율은 50% 미만이었다. 똑같이 로열젤리를 먹였는데도 일벌방 유충은 단 한마리도 여왕벌로 자라지 못했다. 먹이가 같더라도 여왕방에서 자라지 못하면 여왕벌이 되지 못했던 것이다.
또 연구팀은 "여왕방 건축을 맡은 일벌의 체내에서 지방대사와 분비 등 생리적 변화가 확인됐다"며 "여왕방은 물리·화학적으로 특수하게 설계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문제는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나 폭우, 우박 등 극단적인 환경 변화가 여왕벌 발달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철의 국립경국대학교 식물의학과 교수(전 한국양봉협회 회장)는 5일 뉴스트리와 통화에서 "유충이 여왕벌로 발달하는 온도와 습도 등 미세한 환경변화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최근의 이상고온이나 높은 일교차와 같이 극단적인 환경변화로 인해 여왕벌 발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농작물들의 약 63%가 꿀벌을 매개로 열매를 맺는다. 꿀벌이 꽃가루를 묻혀주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논문 공동 교신저자인 보리스 베어 교수는 "여왕방은 매우 정교한 물리·화학적 구조로 형성돼 있어서, 이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 꿀벌 집단은 순식간에 붕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6월 3일자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 질소에 오염된 숲...인간보다 탄소배출 7~8배 높인다
- 현대차·기아, 美 기름값 상승에 친환경차 판매 62% '껑충'
- 기후위기 외면하는 트럼프…해양기후 관측장비 철거 시작
- '티빙' 개인정보 유출...비밀번호·계좌번호까지 털렸나
- 플라스틱·금속 혼합한 '프랑켄 캔'...호주 최악의 포장재 선정
- 젠슨 황 4일 방한…삼겹살 회동에 두산 '시구'까지 광폭 행보
- 'AI 많이 인용되는 창작물 월 1000만원'…'네이버 메이트' 시작
- "AI가 물먹는 하마 된다"…UN 경고에 구글 '물 복원' 약속
- 삼성전자, 포장 스티로폼 에어컨·공기청정기 내장재로 재활용
- 롯데칠성, 1년간 온실가스 6400톤 감축..."올해는 1만톤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