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수지 ‘반세권’ 판박이…美선 샌프란시스코 ‘AI세권’ 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직원들의 성과급이 크게 오르며 국내에서 이른바 ‘반세권’(반도체+세권) 부동산이 주목받는 가운데 미국에서도 인공지능(AI) 산업 호황과 함께 ‘AI 세권’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4월 샌프란시스코 대도시권의 주택 중위 매매가격은 1년 전보다 10% 이상 급등한 170만 달러(약 25억 원)로 집계됐다. 주택 가격은 미국 주요 대도시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부동산 시장을 뜨겁게 달군 주역은 단연 AI 업계의 신흥 부호들이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 경쟁사 앤트로픽 등이 모두 샌프란시스코에 자리 잡으면서, 수억 달러 연봉을 받는 연구원들과 투자자들이 시장에 대거 유입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말 오픈AI의 전·현직 직원들이 주식을 매각해 총 66억 달러(10조 원)에 달하는 거액을 현금화하면서 부동산 시장으로 ‘머니 무브’가 일어나고 있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AI 업계 바이어들은 매물가보다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씩 더 높은 금액을 전액 현금으로 제시하며 계약을 독식하고 있다.
실제 이달 초 퍼시픽 하이츠에 약 400만 달러(60억 원)로 나온 매물은 현금 구매자들이 몰리며 불과 일주일 만에 700만 달러(106억 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동시에 양극화도 심화하고 있다. 2022년 챗GPT 출시 이후 부유층이 선호하는 고급 주택가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반면, 서민층 주거지의 집값은 오히려 떨어졌다. 이로 인해 고소득 기술직이 아닌 일반 시민들은 도시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간호사로 일하며 내 집 마련을 준비 중인 앨릭스 벨튼(33)은 “예산을 계속 올려도 도저히 AI 직원의 현금 공세를 따라갈 수가 없다”며 “집값을 올린 주범은 AI인데, 역설적으로 대출액 계산에 AI 챗봇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근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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