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이 돈 되고, 모이니 보험 됐다"…보험사, 커뮤니티·팬덤 겨냥 특화 전략

김남희 기자 2026. 6. 5.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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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시대 가고 개인 관심사 중시된 '마이크로 태그'의 시대 '취향저격'
주요 성공 '커뮤니티보험' 사례 등장…드론·자동차·반려동물까지 공략
커뮤니티를 '판매채널'로 보느냐, '위험관리 파트너'로 보느냐에 승패 달려
[출처=오픈AI ]

'은행엔 모임 통장, 보험엔 커뮤니티보험!'

보험업계의 상품 개발 방정식이 바뀌고 있다. 과거 보험이 대수의 법칙에 기반해 불특정 다수를 향한 그물망을 던졌다면, 지금의 보험은 명확한 취향과 목적을 공유하는 '핀셋형 커뮤니티'를 조준했다.

KB손해보험이 드론 동호회·커뮤니티와 손잡고 '드론 배상책임보험'을 선보인 사례나, 메리츠화재를 비롯한 대형 손보사들이 자동차 커뮤니티, 중고차 플랫폼과 협업해 연장보증(EW) 및 특화 보험을 내놓는 흐름이 대표적이다.

이른바 '커뮤니티·팬덤·B2B2C(기업간·소비자간 거래)'를 결합한 이 전략은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보험 시장에서 새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 전통적인 채널로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초세분화된 리스크를 발굴하고, 잠재 고객의 자발적 유입을 이끌어내는 보험사들의 새로운 전략이다.

◆초개인화된 사회와 '버티컬(특정영역) 리스크'의 등장

5일 보험업계 따르면 KB손해보험 국내 최대 드론 커뮤니티 '드론플레이' 회원들의 의견을 반영, 개발한 'KB드론배상책임보험(개인용)'을 출시했다. 이번 상품은 기업·상업용 중심 드론보험 시장이 아닌 개인 취미·레저용 드론 사용자를 위한 전용 상품으로 개발됐다.

KB손해보험은 상품 개발에 앞서 드론플레이 회원 413명을 대상으로 드론보험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 중 98.5%가 개인 드론보험의 필요성에 공감했고, 76.0%는 가입 의향이 있다고 응답해 개인용 드론보험에 대한 높은 수요를 확인했다.

또한 드론 사용자들이 보험 가입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로 '합리적인 보험료'와 '폭넓은 보장 범위'를 꼽았는데, KB손해보험은 이러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실제 드론 사용자의 니즈를 반영한 담보와 가격 경쟁력을 갖춘 상품을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선례로 메리츠화재의 자동차 보증연장 보험이 있다. 지난 3월 메리츠화재는 자동차 전문 마케팅 기업 시퀀스엔과 손잡고 업계 최초로 네이버 카페 'BMW매니아' 회원 전용 자동차 보증연장 보험을 출시했다.

이 협약으로 BMW매니아 회원은 제조사 보증과 동일한 수준의 보증연장 보험 상품인'메리츠 내차안심케어'를 간편 가입 링크를 통해 직접 가입할 수 있게 됐다. 시퀀스엔은 국산·수입차 60개 차종, 약 1700만 동호회원을 관리하는 국내 최대 자동차 전문 커뮤니티 운영 기업이다. 차량 구매, 정비, 세차, 폐차에 이르는 전 주기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자동차 마케팅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시퀀스엔과의 협업으로 커뮤니티 기반 실사용 데이터를 보험 설계에 반영해 보다 정교한 리스크 분석과 합리적 보험료 체계를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보험사의 움직임은 특정 취향을 가진 고객층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현재 대중(Mass)의 시대가 가고 취향이 파편화된 '마이크로 태그'의 시대가 도래 하면서 소비자가 느끼는 위험의 종류도 다변화되어 가고 있다. 단순히 질병, 상해, 자동차 사고 같은 거시적 위험을 넘어 '내가 좋아하는 취미를 즐기다 발생할 수 있는 구체적 위험'에 대한 보장 수요가 커진 것이다.

과거에는 이러한 미시적 위험들이 단독 상품으로 출시되기 어려웠다. 손해율 관리가 까다롭고 마케팅 비용 대비 모객 효과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플랫폼과 온라인 커뮤니티의 활성화로 상황이 급변했다. 특정 목적을 가진 이들이 한곳에 뭉쳐 있는 '농축된 시장'이 형성되면서, 보험사는 이를 통해 마케팅 비용을 최소화하며 우량 고객을 대거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이는 특정 영역(버티컬 영역)이나 소수 집단에 극단적으로 깊게 고립되거나 정보가 왜곡되어 발생하는 위험을 보장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출처=구글]

◆주요 성공 '커뮤니티보험' 사례…드론·자동차·반려동물까지

최근 전개되는 커뮤니티 겨냥 상품들은 단순히 '단체 할인'을 제공하던 과거의 단체보험 수준을 넘어선다. 커뮤니티의 특성을 상품 구조 자체에 녹여낸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이 핵심이다.

① KB손해보험: 드론 커뮤니티 연계 '드론 배상책임보험'

드론은 조종 미숙이나 기기 오작동으로 인한 추락 시 인적·물적 피해가 막대하다. 하지만 개인 취미용 드론 유저들은 어디서 어떤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지 정보가 부족했고, 보험사 역시 개인 유저의 위험률 산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KB손해보험은 드론 유저들이 집결해 있는 핵심 커뮤니티 및 동호회 채널과 직접 제휴하는 방식을 택했다. 커뮤니티 활동을 인증하거나 해당 플랫폼을 통해 가입할 때 프로세스를 대폭 간소화하고, 기기 파손뿐만 아니라 타인의 재물이나 신체에 입힌 손해(배상책임)를 집중 보장하는 상품을 설계했다.

커뮤니티가 일종의 '1차 필터링' 역할을 해줌으로써 허수 가입자를 걸러내고 우량한 언더라이팅(인수심사)을 가능케 한 사례다.

② 메리츠화재 및 손보업계: 자동차 마니아·중고차 플랫폼 연계 '보증보험 및 특약'

메리츠화재 등 전공분야가 확실한 손보사들은 자동차 커뮤니티나 인증 중고차 플랫폼과의 협업에 적극적이다. 자동차 동호회원들은 차량 관리에 극도로 민감하며, 튜닝이나 부품 교체 등 일반 자동차보험이 놓치기 쉬운 세부 영역의 보장을 원한다.

또한 중고차 커뮤니티와 연계된 '연장보증보험(EW)'은 제조사 워런티(제품을 만든 제조사가 품질을 보증하며, 일정 기간 내에 발생한 제품 결함이나 고장을 무상으로 수리 또는 교환해 주겠다고 약속하는 품질 보증서)가 끝난 차량의 엔진·변속기 고장 리스크를 커뮤니티 자체 인증과 결합해 판매함으로써, 구매자의 불안 심리를 완벽히 파고들었다.

자동차라는 공통의 관심사로 묶인 커뮤니티 내에서 '이 보험은 필수'라는 구전 효과(Viral)까지 누릴 수 있는 구조다.

③ 팬덤과 펫(Pet) 커뮤니티:충성도 높은 집단을 향한 확장

이 외에도 특정 아티스트의 글로벌 공연을 보러 가는 팬덤 커뮤니티를 위한 '맞춤형 해외여행보험', 유기견 보호나 특정 견종 정보 공유 커뮤니티와 연계한 '펫보험 특약' 등도 꾸준히 고개를 들고 있다.

펫 커뮤니티의 경우, 회원들 간의 정보 결속력이 강해 특정 보험 상품의 장단점이 빠르게 공유된다. 보험사들은 이들 커뮤니티에 주기적으로 수의사 상담 콘텐츠를 제공하는 등 '커뮤니티 케어' 전략을 병행하며 자연스럽게 상품을 스며들게 하고 있다.

◆보험사가 얻는 전략적 실익 세 가지…'효율성·데이터·락인효과'

보험사들이 이처럼 번거로운 개별 제휴와 커뮤니티 공략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명확하다. 비용, 데이터, 그리고 미래 고객 확보 측면에서 압도적인 이점을 지니기 때문이다.

첫째, 마케팅 효율성의 극대화와 사업비 절감이다. 검색광고나 TV 광고 같은 매스 마케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기 십상이다. 반면 회원 수 수십만 명의 드론이나 자동차 동호회 메인 배너, 혹은 공식 앱 내 연동은 타깃 적중률이 100%에 수렴한다.

대면 설계사 채널을 거치지 않는 다이렉트(CM) 구조로 설계돼 보험사 입장에서는 사업비 부담을 덜고, 이를 고객의 보험료 할인 혜택으로 돌려줄 수 있는 선순환이 일어난다고 업계 관계자는 평가했다.

둘째, 고난도 신시장 데이터의 축적이다. 4차 산업 기술이나 새로운 취미 영역(예: 개인형 이동장치, 프리다이빙, 드론 등)은 보험사 내부에 참고할 만한 통계(Loss Data)가 부족하다.

초기 위험률 산출이 어려워 상품 개발을 주저하게 되는데, 특정 커뮤니티와의 제휴 상품을 통해 '통제된 집단'의 데이터를 선제적으로 축적할 수 있다. 이 데이터는 향후 해당 시장이 주류(Mass)로 성장했을 때 독점적인 상품 경쟁력으로 치환될 수 있다.

셋째, 자연스러운 '락인(Lock-in) 효과'와 브랜드 인지도 제고다. 커뮤니티 기반 상품은 단순한 금융 거래를 넘어 "우리 모임을 이해해 주는 보험사"라는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미래 소비 주역인 MZ세대가 주축을 이루는 취미 커뮤니티를 선점할 경우, 이들이 향후 장기 보장성 보험이나 자산관리 상품을 선택할 때 해당 보험사를 최우선 순위에 두도록 만드는 교두보가 된다"고 설명했다.

◆커뮤니티를 '판매 채널'로 보느냐, '리스크 관리 파트너'로 보느냐에 승부 달려

커뮤니티 및 팬덤 겨냥 보험은 앞으로 더욱 미시적이고 정교한 형태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이나 웨어러블 기기와 결합하여, 커뮤니티 내에서 인증된 활동량이나 안전 점수에 따라 실시간으로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주행거리 연동형(UBI)' 개념이 다방면으로 확장될 수 있다.

다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정 취미나 모임 집단에 숨어 있는 고위험 유저들이 대거 유입될 경우, 초기 예상보다 손해율이 급등해 상품이 조기에 폐지되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커뮤니티 내에서의 여론 통제도 과제다.

보상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할 경우, 일반 고객 한 명의 이탈로 끝나지 않고 커뮤니티 전체에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어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결국 이 전략의 성패는 보험사가 해당 커뮤니티를 단순한 '판매 채널'로 보느냐, 아니면 '리스크 관리 파트너'로 보느냐에 달려 있다.

보험업계 상품 업무 관계자는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진정성 있는 상품 설계와, 커뮤니티 자체의 자정 작용(안전 가이드라인 제시 등)을 유도하는 구조가 결합될 때만이 보험사와 커뮤니티 플랫폼 모두가 윈-윈(Win-Win)하는 '생태계형 금융 모델'이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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