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파면 1년, 다시 헌법을 생각하다 [사람IN]

김은지 기자 2026. 6. 5.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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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을 생각하는 일>을 펴낸 김기영 전 헌법재판관. ⓒ시사IN 이명익

우리는 여전히 헌법을 모른다. 계엄과 탄핵을 거치며 그 어느 때보다 헌법을 생각하던 시간이 있었다. 그러나 윤석열 파면과 대선 이후 차츰 일상으로 복귀하면서 자연스럽게 헌법과 다시 멀어졌다. 당시 품었던 다양한 헌법적 질문이 아스라해질 무렵, 전직 헌법재판관이 책 한 권을 펴냈다. 재판관의 독립을 뒷받침하는 헌법재판소 내부의 제도에 대한 세밀한 묘사에서 시작해 탄핵심판, 권한쟁의심판, 헌재의 속도 등 8가지 쟁점을 파고든다. 잊고 있던 질문이 연달아 떠오른다. ‘무엇이 중대한 파면 사유인가?’ ‘광장은 누구의 것인가?’ ‘정치는 왜 헌법재판소를 향하는가?’

첫 책 〈헌법을 생각하는 일〉을 펴낸 김기영 전 헌법재판관(58)은 원래 법관에 관한 책을 쓸 예정이었다. 22년간 법원에서 판사로, 6년간 헌법재판소에서 재판관으로 생활한 28년의 경험을 담고 싶었다. 그는 2008년 신영철 당시 서울중앙지법원장이 사건 임의배당에 개입한 사실을 폭로한 바 있다. 미국산 소고기 반대 촛불집회 사건을 신속히 처리하라는 부당한 압력이었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이를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결론 내리면서도 징계는 하지 않았다. 그는 대법관이 되어 2015년 임기를 다 채우고 퇴임했다.

2017년 사법농단이 터졌다. 양승태 대법원이 상고법원을 설치하기 위해 재판을 거래하려 했다는 의혹이었다. 양승태 대법원이 ‘칠링 이펙트(특정 판사들을 본보기로 징계하거나 불이익을 주어, 다른 판사들의 비판 여론을 잠재우려 시도한 것)’로 법원 내부를 단속하려 할 때, 그 대상으로 지목된 인물이 김기영 판사였다. 그의 삶은 ‘헌법 103조(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를 탐구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 문제를 연구해 좋은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2024년 10월 그는 헌법재판관을 퇴임했다. 그 직후 비상계엄과 서부지방법원 테러 사건, 윤석열 구속취소, 조희대 대법원의 이재명 대선후보 파기환송 등을 거치며 헌법에 대한 이야기가 더 시급하다고 느꼈다. 김 전 헌법재판관은 집필 방향을 바꾸기로 했다.

책에는 “그날그날의 날씨에는 휘둘리지 않지만, 시대의 기후를 따라가기 위한” 헌법재판소의 고심이 담겨 있다. 김기영 전 재판관은 당면한 사건과 소송을 처리할수록 헌법과 거리가 멀어지는 법조인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와 헌법을 고민하는 모든 이들이 읽어주길 바란다고 했다.

김은지 기자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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