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쉽 ‘에이엔’도 합류… 한일 경계 허무는 ‘K팝 유전자 진화’

황지민 2026. 6. 5.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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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쉽엔터테인먼트와 일본 대형 엔터테인먼트 기업 아뮤즈가 합작한 일본 현지화 그룹 에이엔(AEN)이 데뷔를 앞두고 있다. 국내 엔터테인먼트의 일본 현지화 전략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사진제공=스타쉽, 아뮤즈
대형 기획사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일본 현지화 아이돌들이 배출되고 있다. 이들은 같은 현지화라는 이름 아래, 각기 다른 기획 방향을 가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넥스지, 엔시티 위시, 아오엔, 앤팀(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YX레이블, 제이코닉)

[뉴스엔 황지민 기자]

스타쉽·아뮤즈 합작 7인조 '에이엔' 데뷔 시동JO1부터 아오엔까지… 본사 주도형 vs 현지 집중형 갈래 나뉘는 전략 프듀 재팬 한 주에만 595만 표… 일본 주류 시장 삼킨 K팝 시스템 수요

또 하나의 일본 현지화 보이그룹이 출격을 앞두고 있다. 스타쉽엔터테인먼트가 일본 대형 엔터테인먼트 기업 아뮤즈와 손잡고 선보이는 7인조 신인 그룹 '에이엔(AEN)'이 그 주인공이다.

이제 K팝 기획사의 일본 현지화 아이돌 배출은 이례적인 사건이 아니다.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주요 기획사들이 앞다투어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을 시장에 내놓고 있다. 이는 일시적 유행을 넘어 K팝 산업의 견고한 주류 흐름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스타쉽·아뮤즈 동맹… 서바이벌이 튼 '한일 합작'의 길

스타쉽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일 신인 보이그룹 에이엔 첫 공식 프로필을 공개하며 본격적인 데뷔 가시권 진입을 알렸다. 그룹명 에이엔은 '어 뉴 에라 오브 나우(A New Era of Now)' 약자로, '지금 이 순간을 새롭게 정의하고 만들어가는 세대'라는 포부를 담았다.

에이엔은 한국인 멤버 4명과 일본인 멤버 3명으로 구성된 7인조 다국적 그룹이다. 멤버는 지용, 보민, 규현, 하루, 준서, 카이라와 일본인 멤버 하루토로 짜였다. 하루토를 제외한 여섯 명은 지난해 스타쉽의 글로벌 프로젝트 '데뷔스 플랜(Debut's Plan)'을 통해 일찌감치 눈도장을 찍은 연습생들이다.

에이엔을 관통하는 핵심 경쟁력은 '한일 합작'이라는 구조적 기반에 있다. 스타쉽은 일본 내 탄탄한 영향력을 보유한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 아뮤즈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데뷔 전 기획 단계부터 현지 사정에 정통한 파트너를 확보함으로써, 진입 장벽이 높은 일본 시장에서 초기부터 안정적인 활동 기반을 다지고 들어가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K팝 DNA를 이식한 일본 현지화 보이그룹 출발점은 한일 합작 서바이벌이었다. CJ ENM과 일본 요시모토 흥업 합작 법인이 프로듀싱한 'PRODUCE 101 JAPAN' 출신의 JO1은 2020년 3월 데뷔한 11인조 그룹으로, 멤버 전원이 일본인이다. 한국식 아티스트 육성·제작 시스템에 현지 멤버를 결합한 초기 현지화 모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 공식은 이후 여러 기획사로 번지며 현지화 그룹 양산 토대가 됐다.

■ J팝 정조준 vs 한국 본진 사수… 갈래 나뉘는 현지화 전략

가장 적극적으로 '현지 레이블 자체 기획' 노선을 걸어온 곳은 하이브다. 이들은 하이브 재팬(HYBE JAPAN)을 통해 2022년 그룹 앤팀(&TEAM)을 공개했다. 하이브 첫 글로벌 현지화 그룹으로 데뷔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앤팀은 데뷔 초부터 한국어 번안곡을 선보이며 한일 활동 접점을 유지해 왔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첫 한국 미니 1집 '백 투 라이프(Back to Life)'로 국내 활동의 포문을 열었다. 일본에서 출발해 K팝 본진까지 끌어안는 '투트랙'으로 방향을 굳힌 것이다.

이후 2025년 6월, 하이브 재팬은 아오엔(aoen)을 데뷔시키며 일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했다. 앤팀 후배지만 활동 방향은 조금 다르다. 이는 하이브 재팬이 올해 1월 멀티 레이블 개편으로 신규 레이블 제이코닉(JCONIC)을 출범시키면서 본격화됐다.

아오엔이 소속을 옮긴 제이코닉은 '일본에서 시대의 아이콘을 창조한다'를 기치로 삼는다. 일본 특유 미감과 시장을 정조준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앤팀은 스스로를 ‘일본발 글로벌 그룹’으로 정의했다. 이와 달리, 아오엔은 본격 J팝 그룹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같은 하이브 우산 아래서도 투트랙과 현지 집중이라는 상반된 전략이 공존하는 셈이다.

같은 현지화 그룹이라도 한국 본사가 운영 중심을 쥔 경우는 결이 다르다. SM엔터테인먼트 엔시티 위시(NCT WISH)는 자체 서바이벌 'NCT 유니버스: 라스타트'를 거쳐 2024년 2월 데뷔한 6인조로, 일본인 멤버 비중이 높지만 한국 본사 소속으로 움직인다. 현지 활동을 뿌리에 두고 글로벌 팬덤을 흡수하는 하향식이 아니라, K팝 본진인 한국에서 팬덤을 다진 뒤 일본으로 뻗어가는 상향식에 가깝다.

JYP엔터테인먼트 넥스지(NEXZ)도 같은 결이다. JYP와 소니뮤직 재팬이 합작한 서바이벌 '니지 프로젝트 시즌2'를 통해 결성된 7인조 보이그룹이다. 결성 방식만 보면 합작 서바이벌형이지만 운영은 한국 본사가 맡는다. 무엇보다 넥스지는 2024년 5월 한국어 가사 중심의 '라이드 더 바이브(Ride the Vibe)'로 한국에서 먼저 데뷔한 뒤 일본 무대를 밟았다. 통상의 현지화 공식을 뒤집은 이례적 행보다.

■ 일본 평정 후 '한국 유턴'… K팝 본고장이 필수 '인증 마크' 된 이유

한일 합작 보이그룹 생산 체제는 지금도 가동 중이다. 'PRODUCE 101 JAPAN'은 올해 3월 26일 네 번째 시즌인 '신세계' 첫 방송을 시작해 방영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번 시즌은 시리즈 최초로 '한국과 일본 동시 데뷔'를 전면에 내걸었다. JO1, INI, ME:I 등 검증된 흥행 IP를 배출한 플랫폼이 이제는 로컬을 넘어 글로벌 확장을 대놓고 정조준하고 있다.

흥미로운 건 일본에서 이미 자리를 잡은 그룹들이 굳이 언어 장벽이 있는 한국 무대로 향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앤팀과 넥스지가 단 하루 간격으로 국내 신보를 발표하며 정면 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해외 K팝 팬들에게 한국에서의 인기는 그룹을 평가하는 핵심 척도로 꼽힌다. 한국에서 통하는 것이 일종의 '인증 절차'가 된 셈이다. 현지 시장을 파고들되 K팝 시장 주도권까지 넓혀가려는 전략이다.

■ 실물 음반 최대 시장… '숫자'가 증명하는 K팝 시스템의 수요

국내 대형 기획사들이 이토록 일본 현지화에 사활을 거는 배경에는 명확한 경제적·구조적 요인이 존재한다.

일본이 세계 음악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은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음악 시장 자리를 지켰고, 실물 음반만 놓고 보면 세계 최대 시장이다. 이는 음반 판매와 팬덤 비즈니스를 축으로 굴러가는 K팝 수익 구조와 체질적으로 맞아떨어진다.

눈여겨볼 점은 음원 분야에도 있다. 글로벌 음악 데이터 분석 기업 루미네이트(Luminate) 2023년 집계에 따르면 일본은 K팝 스트리밍 소비량에서도 세계 1위(97억 건)를 기록했다. 즉, 일본은 음반과 음원 모든 분야에서 K팝 산업의 큰 수요지다.

실제로 지난해 관세청 무역통계 기준 K팝 음반 수출액에서 일본은 약 8062만 달러로 1위 자리를 지켰다. 다만 변화 조짐도 감지된다. 같은 통계에서 일본 직수출은 전년보다 10.2% 줄었고, 올해 1분기에는 미국이 일본을 처음으로 제치고 음반 수출 1위에 오르며 지형이 흔들렸다. 이 같은 현상이 국내 엔터테인먼트의 일본 현지화 전략에 변수를 줄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그럼에도 일본을 겨냥한 현지화 행렬이 이어지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현지 레이블 소속 그룹이 수출 통계에 잡히지 않으면서도 일본 시장을 직접 파고들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직수출이 줄어든 자리를 현지화가 메우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현지화 전략은 시장 침투력이 높다. 언어적 장벽과 문화적 정서 차이를 좁힌 현지 맞춤형 아티스트는 일본 주류 대중문화 시장에 한층 연착륙하기 쉽다.

또 한 가지는 K팝 시스템에 대한 일본 내 높은 수요다. 이는 업계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식 시스템으로 만들어진 그룹들은 일본 주류 시장 지표로 수요를 입증하고 있다.

JO1은 데뷔 싱글부터 지난해 10월 발표한 10번째 싱글까지 10작 연속 오리콘 주간 싱글 차트 1위에 올랐고, 최근 3개 싱글은 잇달아 초동 50만 장을 넘겼다. 일본 최대 연말가요제인 NHK 홍백가합전에도 3년 연속 출연 기록을 세웠다.

JO1을 배출한 오디션 자체 호응도 높다. 현재 방영 중인 '신세계' 시즌은 지난달 말 3차 순위 발표에서 약 1주일간 누적 595만여 표를 모았다. 한국식 제작 시스템이 일본 산업과 대중 양쪽에서 수요를 끌어내고 있다.

현지화 그룹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향후 시장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는 결국 '차별화'로 귀결된다. 여기에 에이엔이 당찬 도전장을 내밀었다. 후발 주자로 나선 만큼,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색깔을 어떻게 증명해 낼지 관심이 쏠린다.

뉴스엔 황지민 saehay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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