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던 팔라비가 아니다”···왕정복고 아이콘에서 ‘이란 극우’ 상징된 레자 팔라비
“팔라비가 극우 지지자 묵인” 비판

이란 반정부 시위 당시 민주주의 체제 전환을 이끌 적임자로 꼽혔던 이란의 마지막 왕세자 레자 팔라비가 최근 극우 세력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지지자들 사이에서 과거 팔라비 왕조 시절의 악명 높은 비밀경찰 ‘사바크’를 미화하는 여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팔라비 역시 이를 묵인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3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팔라비 왕세자는 최근 일부 지지자들의 극우적 행보로 인해 반정부 세력 내 입지가 위협받고 있다.
1979년 이란 팔라비 왕조가 이슬람 혁명으로 무너진 이후 미국에 망명한 그는 지난 1월 반정부 시위를 기점으로 세력을 키웠다. 당시 이란 신정체제의 붕괴와 왕정복고를 지지한 일부 시위대는 “자비드 샤”(샤 만세)를 외치며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그러나 최근 일부 지지자들이 사바크를 미화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이들이 티셔츠나 현수막에 사용하는 사바크 로고는 팔라비 왕조 말기 ‘독재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사바크는 이란의 마지막 국왕인 모하마드 레자 팔라비가 권력 유지를 위해 운영한 비밀경찰 조직으로, 반대자들에 대한 고문·감시와 언론 탄압 등을 자행했다. 이슬람 혁명을 촉발한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팔라비는 이 같은 논란에 침묵해오다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이 마흐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이란 대통령을 정권 붕괴 이후 이란의 유력 지도자로 거론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입장을 밝혔다. 그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꽤 긴급한 문제”라며 “어디서 이런 이야기가 나온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기관이 옳았는지 아니었는지에 대한 역사적 분석에는 관여하고 싶지 않다”면서 “이 문제는 우리 세력에 대한 공격 구실을 주는 전형적 행동”이라고 했다.

이란인에게 “민주적 미래”를 보장하겠다던 팔라비의 이 같은 행보에 오랜 지지자들조차 등을 돌렸다. 이란 출신 언론인 닉 코우사르는 “2012년 사바크에 관해 그를 인터뷰했을 때 그는 고문 및 인권 유린 행위에 분명히 반대했다”며 “사바크는 민주주의나 자유주의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지만 그의 지지자들은 지금 사바크를 그렇게 내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팔라비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알리레자 나데르 이란 전문 분석가는 “과거 내가 만난 온순하고 예의 바른, 자유주의적이고 민주적인 팔라비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팔라비가 극우 극단주의자들의 행위를 묵인해왔다”며 “극우 성향의 마가(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자이자 친이스라엘적 인물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고 했다.
가디언은 팔라비가 지난 3월 미국 보수정치행동회의에 참석해 마가 지지층과의 연대를 시도했다고 보도했다.
팔라비는 이란에 대한 미·이스라엘의 공격을 지지해왔다. 그는 지난 4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를 향해서는 “이란 범죄 정권을 끝없이 달래고 있다”며 히틀러를 상대로 유화정책을 펼쳤던 네빌 체임벌린 전 영국 총리에 빗대 비판하기도 했다. 스타머 총리는 미·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에 영국군 기지 제공을 거부하고 외교적 해결을 촉구해왔다.
최경윤 기자 c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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