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컴 급락, 실적 선방에도 AI 마진 부담[천조국 리포트]

염현석 기자 2026. 6. 5.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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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매출 222억달러·AI 반도체 108억달러
AI 비중 확대에 수익성 우려…반도체주 동반 약세

(뉴욕=머니투데이방송) 염현석 특파원= 브로드컴이 인공지능(AI) 반도체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주가는 실적 발표 다음 날 두 자릿수 급락했다. 매출과 이익이 무너진 것은 아니었다. 2분기 실적은 대체로 시장 예상에 부합하거나 일부 집계에서는 예상치를 웃돈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AI 반도체 비중이 빠르게 커지면서 수익성 부담이 부각됐고, 최근 급등한 주가에는 차익실현 압력이 커졌다.

브로드컴은 지난 3일(현지시간) 장 마감 후 2026회계연도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5월3일로 끝난 2분기 매출은 221억87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했다. 일반회계기준(GAAP) 순이익은 93억1000만달러, 비일반회계기준 순이익은 120억7400만달러였다. 조정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52억4400만달러로 매출의 69%를 차지했다. 희석 주당순이익(EPS)은 GAAP 기준 1.91달러, 비GAAP 기준 2.44달러였다.

◆ 2분기 실적, AI 반도체가 성장 견인…관건은 마진
부문별로는 반도체 솔루션 매출이 150억9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9% 증가했다. 이 가운데 AI 반도체 매출은 108억달러로 전년 대비 143% 늘었다. 이는 2분기 전체 매출 221억8700만달러의 약 49%에 해당한다. 인프라 소프트웨어 매출은 71억7800만달러로 9% 증가했다. 맞춤형 AI 가속기와 AI 네트워킹 수요가 전체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

3분기 전망도 외형상으로는 강했다. 브로드컴은 3분기 전체 매출을 약 294억달러로 제시했다. 전년 대비 84% 증가하는 수준이다. AI 반도체 매출은 160억달러로 전망했다. 이는 전체 매출 전망치의 약 54%에 해당한다. 2분기 49%에서 3분기 54%로 AI 매출 비중이 더 높아지는 구조다.

문제는 수익성이었다. 브로드컴은 3분기 비GAAP 매출총이익률을 약 74%로 전망했다. 2분기 비GAAP 매출총이익률 77.1%보다 낮은 수준이다. 회사는 반도체 사업의 구조적 마진 악화가 아니라 반도체와 인프라 소프트웨어 간 매출 구성 변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AI 반도체 매출 확대가 전체 이익률을 얼마나 희석할지에 주목했다.

브로드컴은 2027회계연도 AI 반도체 매출이 1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기존 장기 전망을 유지했다. 다만 최근 주가가 AI 성장 기대를 선반영한 상황에서 추가 상향이 없었던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실적의 절대 수준보다 AI 매출 확대 속도와 마진 변화가 주가에 더 크게 반영된 셈이다.

이 같은 실망감은 실적 발표 직후 주가에 곧바로 반영됐다.

4일(현지시간) 브로드컴 주가는 두 자릿수 하락했다. 장중 422달러 안팎에서 거래되며 전장보다 약 12% 밀렸고, 장중 저점은 403달러대였다. 브로드컴은 이날 12%대 하락 흐름을 보이며 하루 만에 약 2900억달러 안팎의 시가총액이 줄어든 것으로 추산됐다.

약세는 브로드컴에 그치지 않았다. AMD와 마이크론, 인텔, 샌디스크 등 일부 반도체주도 하락했다. 반면 엔비디아는 상대적으로 견조했다. 알파벳과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클라우드 기업 주가도 대체로 제한적인 등락에 그쳤다. 브로드컴 실적이 AI 투자 사이클 전체의 둔화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은 것이다.

◆ 브로드컴 급락, 업황보다 기업별 변수에 주목
브로드컴 급락은 반도체 업종 전반의 침체보다는 브로드컴 자체에 대한 기대치 조정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데이터센터 투자는 이어지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브로드컴의 고객 구성과 수익성 변화, 공급망 지위 등을 보다 세밀하게 따져보기 시작했다.

브로드컴에는 구글 TPU 공급망 변화도 변수로 거론됐다. 맥쿼리는 브로드컴의 구글 TPU 관련 매출 점유율이 2026년 약 95%에서 2027년 80%, 2028년 65%로 낮아질 가능성을 제시했다. 구글이 미디어텍과 협력하고 내부 설계 역량을 키우고 있다는 이유다. 골드만삭스는 대형 고객의 수요 규모를 고려하면 일부 공급망 다변화는 예상 가능한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월가의 평가는 일방적이지 않았다.

조셉 무어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브로드컴 주가의 두 자릿수 하락에 대해 "다소 놀랍다"고 평가했다. 그는 브로드컴의 AI 사업 성장세가 여전히 매우 강하며, 이번 실적 발표에서 나타난 수요 흐름도 견조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투자자들이 이미 높은 기대치를 반영해온 만큼 전망 상향이 없었던 점이 실망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스테이시 라스곤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브로드컴 주가가 앞으로 몇 분기 쉬어갈 수 있다고 봤지만, 회사의 매출과 주당순이익이 50% 이상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제임스 슈나이더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도 대형 고객의 수요 규모를 고려하면 일부 공급망 다변화는 예상 가능한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염현석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