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는 용산ㆍ삼성은 여의도… 수주 각개전투
하반기 수주 전략 변화
출혈경쟁 대신‘선택과 집중’ 공략
한남4구역 후 정면충돌 자제 기류
각사 텃밭 수익성 지키기로 선회

[대한경제=한형용 기자]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지난달 말 압구정 3ㆍ5구역과 신반포19ㆍ25차 수주를 마무리한 뒤 각자의 다음 거점으로 조용히 이동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정면충돌 대신 사업지를 나눠가는 이른바 ‘전략적 분리’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수주 경쟁의 문법이 달라졌다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서울 용산구 서빙고 신동아아파트에서 맞붙을 것이라는 예측에 금이 가고 있다. 출혈경쟁을 자제하려는 게 핵심이다.
배경에는 지난해 한남4구역 수주전의 학습 효과가 자리한다. 당시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총공사비 인하, 책임준공 확약, 분담금 상환 최대 4년 유예, 조합원 이주비 가구당 12억원 보장 등 이례적인 파격 조건을 앞다퉈 내걸었다.
문제는 수주 과정에서 양사가 제시한 금융 조건들에서 불거졌다. 업계 안팎에서는 건설 자재비 상승과 환율ㆍ금리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수주 당시의 파격 조건을 끝까지 이행하면 시공사가 손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물가 상승률이 반영되면 공사비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변동성 리스크까지 시공사가 떠안으면서까지 공사를 이어가는 것은 출혈수주와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런 학습 효과가 올 하반기 정비시장 수주전략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압구정에서도 이미 이러한 징후는 있었다. 현대건설이 2ㆍ3ㆍ5구역에 집중하는 동안 삼성물산은 4구역의 시공권을 가져갔다. 정면 대결 없이 구역을 사실상 나눠가진 셈이다. 하반기 판도도 같은 구도로 흐르고 있다. 현대건설은 서빙고, 삼성물산은 여의도로 각각 총력전 태세를 갖출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미 현대건설은 서울 용산구 서빙고 신동아아파트를 다음 핵심 사업지로 낙점했다. 기존 1326세대를 49층, 1903가구 규모 한강변 랜드마크로 재건축하는 이 사업은 한강ㆍ용산공원ㆍ남산을 동시에 조망하는 ‘트리플 뷰’ 입지다. 단지 인근에 ‘디에이치 이촌 라운지’를 열고 선제적 조합원 접점 확보에 나섰다. 반포→한남→압구정→서빙고로 이어지는 강남ㆍ용산 한강 축 완성이 목표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현장설명회에 불참한 것도 이 맥락으로 풀이된다.
삼성물산은 반대 방향에서 판을 짜고 있다. 이미 여의도 대교아파트를 선점한 삼성물산은 최대어인 시범아파트(최고 59층)까지 노리며 ‘래미안 여의도 벨트’ 완성에 나섰다. 압구정4구역에 이어 신반포19ㆍ25차까지 품으면서 쌓은 수주 모멘텀을 여의도로 연결하겠다는 전략이다. 대신 서빙고 사업지에서 발을 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삼성물산은 수주경쟁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현재까지 신동아아파트 재건축 등 주요 사업지 입찰 참여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남4구역에서 양사가 파격 조건을 쏟아내며 치른 수주 비용이 결국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며 “하반기에는 누가 이기느냐보다 각자의 텃밭을 수익성 있게 가져가느냐가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형용 기자 je8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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