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안 나와서 열어봤더니 “이걸 훔쳐갈 줄은 정말 몰랐다”…日서 황당 범죄 기승

구리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일본 전역에서 수도계량기와 수도 밸브를 노린 절도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범행 대상은 주로 장기간 비어 있는 공공임대주택이나 재개발 예정 아파트로 범인들은 구리가 포함된 금속 부품을 떼어내 고물상에 넘기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5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도쿄 마치다시의 공공임대주택에서는 지난달 수도계량기 수십 개가 한꺼번에 사라졌다. 주민들이 복도와 천장에서 발생한 누수를 발견하면서 뒤늦게 범행이 드러났다. 가나가와현에서는 올해 들어 4개월 동안 접수된 관련 피해 신고가 이미 지난해 전체 건수의 두 배를 넘어섰다.
효고현에서도 공영주택 빈집을 중심으로 계량기 수백 개가 도난당했다. 일부 현장에서는 수도가 차단되지 않은 상태에서 계량기가 뜯겨 나가 아래층 세대까지 물이 새는 피해가 발생했다. 현지 수사당국은 우편함에 붙은 테이프나 관리 표시 등을 통해 빈집을 식별한 뒤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 같은 범죄가 급증한 배경으로는 국제 구리 가격 상승이 꼽힌다. 일본 비철금속 업체 JX금속의 국내 거래 기준 가격은 최근 t당 230만 엔(한화 약 2184만 원)을 넘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이상 오른 가격이다.
구리는 전선과 통신망, 전력 설비, 데이터센터 서버 구축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 산업 확산으로 전 세계 데이터센터 건설이 급증하면서 구리 수요 역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시장에서는 향후 수년간 공급 부족이 지속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고베시에서는 재개발을 앞두고 비어 있던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수도 차단 밸브와 전기설비 부품이 무더기로 사라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피해 규모는 최대 500세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경찰은 최근 잇따르는 금속 절도 사건과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다.
금속 가격 상승에 따른 범죄는 한국에서도 확산하는 모습이다. 최근 전북에서는 건물과 시설물에서 전선을 뜯어 판매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여러 지역을 돌며 전선을 훔쳐 수천만원의 범죄 수익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교량에 설치된 동판을 떼어내 고물상에 판매한 절도단도 적발됐다. 이들은 불과 수주 동안 전국 20여개 지역을 돌며 200개가 넘는 교량에서 동판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울산에서는 아파트 소화전 부품이 대량으로 사라지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구리와 금, 전자부품 등을 노린 절도 및 장물 유통 범죄가 늘어나자 6월 말까지 특별단속에 착수했다. 수사당국은 고물상과 재활용업체 등을 대상으로 장물 거래 여부를 집중 점검하는 한편, 금속 가격 급등이 범죄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임혜린 AX콘텐츠랩 기자 hihilin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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