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AI 글라스 전쟁, 메타 독주에 삼성-구글 연합 맞불
삼성-구글, 애플도 반격 준비

수요 둔화와 기술 포화 등으로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가 예전만 못하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2억9380만 대로 1년 전보다 2.9% 줄었다. 2022년을 기점으로 판매량이 연 12억 대 안팎에 머무는 데다 메모리 공급난까지 겹치며 정체기에 접어든 모습이다.
반면 ‘포스트 스마트폰’을 노리는 AI 글라스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AI 글라스 시장 규모가 올해 1000만 대를 넘어 2030년이면 3500만 대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고 있는 곳은 메타다. 메타는 무겁고 값비싼 디스플레이 렌즈를 덜어내고 50g대의 가벼운 무게와 AI 음성 비서 기능에 집중하는 ‘실용주의’를 택했다. 판매가 379달러(약 58만 원)에 나온 ‘레이밴 메타 2세대’는 지난해 상반기(1∼6월) 글로벌 AI 글라스 시장의 73%를 점유했다. 2023년 1세대 첫 출시 이후 메타 글라스의 누적 판매량은 900만 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루 종일 쓰는 AI 안경’의 대중화 가능성을 확실히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메타의 독주에 위기감을 느낀 전통의 모바일 강자들도 ‘반(反)메타 연합’으로 반격에 나섰다. 삼성전자와 구글, 퀄컴의 각 동맹이 대표적이다. 이들도 메타처럼 무거운 증강현실(AR) 디스플레이를 덜어내고 AI 생태계를 앞세워 맞불을 놓았다. 삼성의 하드웨어 제조력, 구글의 안드로이드 XR 운영체제(OS)와 AI ‘제미나이’, 퀄컴 전용 칩(스냅드래건 AR1)을 묶은 AI 글라스가 올해 하반기(7∼12월) 시장에 등장하는 것.
프리미엄 시장을 먼저 두드린 애플은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지난해 출시한 ‘비전 프로’가 600g이 넘는 무게와 3499달러(약 480만 원)라는 높은 가격에 막혀 첫해 판매가 50만 대 안팎에 그치자, 애플은 지난달 추가 개발을 사실상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그 대신 아이폰과 연동해 무게를 확 줄인 일반 안경 형태의 ‘애플 글라스’ 개발로 돌아선 것으로 전해진다.
국책연구기관인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는 3월 보고서에서 AI 글라스를 ‘시선 중심 컴퓨팅’으로 가는 길목이자 스마트폰을 잇는 차세대 플랫폼으로 규정했다. 당장은 스마트폰을 거드는 보조 기기에 머물겠지만, 중장기적으로 경쟁의 무게추는 하드웨어 성능에서 시선 데이터를 읽는 AI 플랫폼으로 옮겨간다고 봤다. 다만 배터리·발열·경량화·시야각 등 상시 착용을 막는 기술적 과제와 ‘킬러 콘텐츠’ 확보를 대중화의 관건으로 꼽았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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