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레오 14세, 태권도 최고등급 ‘명예 10단’ 됐다
“태권도 정신과 교황의 헌신 맞닿아”
프란치스코도 2017년 명예 10단에

4일 세계태권도연맹(WT)에 따르면 레오 14세는 3일(현지 시간) 바티칸에서 주재한 일반 알현에서 조정원 WT 총재로부터 태권도 명예 10단증과 도복을 받았다.
명예 10단은 태권도에서 주어지는 최고 등급으로, 이번 수여는 세계에서 인도주의 활동을 장려해 온 교황에게 감사를 표하는 취지로 이뤄졌다. 교황은 평소 테니스 등 스포츠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전달식에는 양진방 WT 부총재와 윤웅석 국기원장 등이 참석했다. 요르단의 아즈라크·자타리 난민캠프에서 온 7∼14세 난민 선수 7명도 함께했다. 선수 대부분은 난민촌에서 태어나고 자라 해외 방문이 처음이다. 이들은 로마 포로 이탈리코에서 4∼7일 열리는 유소년 태권도 대회 ‘김 앤드 리우 토너먼트’ 참가를 앞두고 교황을 만났다.
레오 14세는 WT와 태권도인도주의재단(THF)이 난민 출신 청소년을 지원해 온 것에 감사를 표하며 “캠프 출신 선수들을 만나게 돼 매우 기쁘다”고 밝혔다. 조 총재는 “레오 14세가 보여주는 평화와 인간 존엄성에 대한 헌신은 태권도의 핵심 가치와 맞닿아 있다”며 “명예 10단증을 수여하게 돼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바티칸과 태권도의 인연은 오래전부터 이어졌다. 2017년 프란치스코 전 교황도 태권도 명예 10단증을 받은 바 있다. WT 시범단은 2018년 5월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교황 일반 알현 행사에서 시범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바티칸 내 태권도 단체인 ‘아틀레티카 바티칸―바티칸 태권도’는 현재 WT의 215개 회원국 협회 중 하나로 활동하고 있다.
현지 매체들은 유소년 태권도 대회를 계기로 스포츠가 경쟁을 넘어 평화와 포용, 연대의 가치를 전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안젤로 치토 이탈리아태권도연맹 회장은 교황청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에 기고한 글에서 “진정한 성공은 단지 시상대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세계 어디에 있든 누군가에게 마침내 그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했다. 교황청 매체인 바티칸뉴스도 “난민 선수들이 처음으로 캠프 밖으로 나와 세계 각국 선수들과 교류하는 경험은 단순한 스포츠 행사를 넘어 만남의 문화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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