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지 다 넘어갔는데 압승?"… 정청래, 서울 뺏기자 사방서 책임론

김소희 2026. 6. 5.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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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재보궐 5곳서 뼈 아픈 패배
송영길 "전당대회 때 리더십 평가될 것"
호남 김영록·김관영은 반청 세력화 예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겸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이 4일 국회에서 지방선거 결과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민경석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전북을 지켜내며 전국적으로 우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최대 승부처였던 서울을 내주면서 '정청래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정청래 대표는 4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적으로 민주당에 큰 승리를 안겨주신 국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전북을 포함해 광역단체장 12곳을 석권한 성과를 자축하며 이번 선거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반면 서울시장 선거 패배와 관련해선 "서울을 탈환하지 못해 아프다"고 짧게만 언급했다. 앞서 정 대표는 오전 7시쯤 선거 결과 브리핑을 계획했다가, 국민의힘 오세훈 당선자에게 역전당하자 회견을 미루는 등 혼선을 빚었다.

재보궐 선거에서도 민주당은 격전지로 꼽았던 5곳(경기 평택을·충남 공주부여청양·대구 달성·울산 남갑·부산 북갑)을 모두 보수 진영에 내줬다. 특히 정 대표는 평택을 김용남 후보의 후원회장까지 맡으며 힘을 실었지만, 김 후보와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 간 네거티브 공방이 격해지면서 반사이익을 얻은 유의동 국민의힘 당선자가 승리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의 만류를 무릅쓰고 영입한 하정우 전 청와대 AI(인공지능)미래기획수석도 부산 북갑에서 패배했다.

지도부의 자평과 달리 당내에선 이번 선거를 사실상 패배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윤준병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이 서울시장에서 석패했다면 지방선거를 완승했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친명계 한 의원은 "성과라고 내세우기에는 미미한 결과"라며 "겸손한 자세를 보여도 부족한 상황에서 지도부가 잘못된 메시지를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격전지가 다 넘어갔는데 어떻게 이겼다고 평가할 수 있냐. 다 진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원택(왼쪽 사진)·무소속 김관영 전북자치도지사 후보가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를 각각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심판대 된 민주당 차기 전당대회

정 대표를 향한 책임론도 분출하고 있다. "민주당 패배가 아니라 정청래의 패배"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지도부가 전북지사 선거에 당력을 집중한 반면, 서울과 영남 등 격전지 관리에는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인천 연수갑 보궐선거에서 승리해 국회에 재입성한 송영길 전 대표는 SBS라디오에서 "평택에 우리 당력이 집중됐으면 질 수가 없는 선거인데 져버렸다"며 "(차기 전당대회에서) 리더십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안정적인 연임 가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기존 지지층은 여전히 공고하지만, 친명(친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지도부 교체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제기될 수 있어서다. 총선 공천권을 쥔 차기 당대표는 보다 확장성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 친명계 의원은 "그동안 정 대표 리더십에 문제 의식을 가졌던 이들이 결집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 권리당원 30% 이상이 집중된 호남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민주당 소속인 김영록 전 전남지사는 전날 투표 종료 직후 페이스북에 "이번 선거 과정에서 호남은 깊은 상처를 입었다. 오만한 당대표에 의해 우리 호남인은 철저히 외면받았다"고 적었다. 전북은 이원택 민주당 당선자가 승리했지만, 반정청래 깃발을 든 김관영 무소속 후보가 무려 41.78%를 득표했다. 김 후보는 낙선한 뒤 "42%의 득표율은 정청래 세력에 대한 도민의 심판"이라고 주장하면서 차기 전당대회에서 민주당을 바꾸겠다며 세력화를 시사했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선거 직전까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부동산 정책 등을 거론하며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해 견제 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민주당 관계자는 "대통령 지지율은 여전히 높은 편"이라며 "오히려 당내 갈등과 분열, 선거 캠페인 문제가 판세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김소희 기자 kim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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