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1.5도 올랐는데 왜? '1.5도' 붕괴에 전 세계가 '멘붕'인 이유 [세계는 왜?]

손성원 2026. 6. 5.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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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파리협약서 합의...지구온난화 임계점
"'목표 달성 실패=종말?' 2도 상승이라도 막아야"
편집자주
매일 보도되는 국제 뉴스를 읽다 보면 사건의 배경이나 해당 국가의 역사 등을 알지 못해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격주 금요일에 만나는 '세계는 왜'는 그런 궁금증을 쉬운 언어로 명쾌하게 풀어주는 소화제 같은 연재물입니다.
서울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웃돌며 초여름 날씨를 보인 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분수대에서 한 외국인 모녀가 물놀이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세계기상기구(WMO)가 올해부터 5년 안에 또다시 역사상 가장 더운 해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어도 1년은 역대 최고기온을 기록했던 2024년을 웃돌 가능성이 86%나 된다고 봤습니다. 향후 5년간 한 번이라도 전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를 초과할 가능성은 91%로, 5년 평균 기온이 1.5도를 초과할 가능성은 75%로 예측됐습니다.

최근 유럽중기기상예보센터(ECMWF)의 발표 결과, 올해 태평양 적도 부근 해역의 수온이 평년(지난 30년간 평균적 상태)보다 3도 높을 것으로 전망됐는데요. 현실화할 경우 '엘니뇨'(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0.5도 상승)'를 넘어 '강한 엘니뇨'(해수면 온도가 1.5도 이상 상승) 기준마저 훌쩍 넘게 됩니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뜨거워진 해양열이 대기 중으로 방출되고, 열이 전 세계로 퍼지게 됩니다. 이 때문에 엘니뇨로 인한 열기가 지구 평균 기온을 영구적으로 1.5도 상승시킬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옵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지구촌은 이 '1.5도'에 벌벌 떠는 걸까요? 지난달 국내 일교차가 15도 안팎으로 크게 벌어지는 날도 많았고 서울만 해도 한여름과 한겨울의 기온 차가 40도가 넘는데, 겨우 1.5도가 뭐가 문제냐는 반응도 있습니다. 도대체 1.5도가 뭐길래 이 숫자 하나에 전 세계가 이토록 긴장하는 걸까요.

세계는 왜

'1.5도 경고', 2024년 처음 현실화

1일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세계기상기구(WMO) 본부에서 기후예측서비스 담당자가 컴퓨터 화면에 표시된 그래프를 가리키고 있다. WMO는 2일 올해 6월부터 8월 사이에 엘니뇨가 발생할 확률이 80%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네바=AFP 연합뉴스

'1.5도 경고'가 처음으로 현실화한 것은 2024년이었습니다. WMO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29)에서 당해 연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1850~1900년)에 비해 1.54도(±0.13도) 상승해 신기록을 세웠다고 밝혔습니다. 산업화 이전 대비 1.45도(±0.12도)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2023년을 뛰어넘은 것이죠.

1.5도는 국제사회가 2015년 12월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통해 합의한 지구 기온 상승의 마지노선입니다. 당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196개국이 지구 평균 온도를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제한하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산업화 시기는 육지와 해양 표면 기온에 대한 양질의 관측 자료가 확보된 가장 초기죠. 여기서 1.5도가 올랐다는 것은 특정 기간 일회적인 기온 상승이 아니라 장기적 상승을 의미합니다.

우선 여기서 말하는 1.5도는 전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가리킵니다. 지구 평균 기온은 극지방의 영하 수십 도와 적도의 40도를 모두 합산한 수치이므로, 이 평균이 1.5도 오른다는 것은 특정 지역에서는 훨씬 더 크고 극단적인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단 1도의 미미한 차이조차도 중요한 이유입니다.

북극(북위 약 66.5도를 지나는 위선)만 해도 1979년 이후 지구 평균보다 2~4배 빠르게 기온이 오르고 있습니다. 기온이 오르면서 해빙이 녹으면 얼음 대신 해수면이 태양열을 더 많이 흡수해 온난화는 더욱 빨라지죠. 따뜻해진 바다에서는 더 많은 증발이 일어나고 수증기와 구름도 더 많이 생성돼 온실 효과는 강화됩니다.


1.5도 상승 시 기후 선순환 급격히 망가져

북극곰이 빙하 위에 서 있다. 2018년 8월 촬영된 사진. 타스 연합뉴스

국제사회는 '1.5도 상승'을 지구온난화의 '티핑 포인트(임계점)'로 봤습니다. 기상 현상이 어느 지점까지는 기온 상승과 비례해 천천히 변화하지만, 그 지점을 넘는 순간 순환이 깨져 기후 시스템이 걷잡을 수 없이 망가지기 시작한다는 뜻입니다.

대표적 예가 북극 해빙입니다. 북극 얼음은 태양열을 80% 이상 반사하며 해수의 온도를 차갑게 유지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기온이 오르면 얼음이 녹고 바닷물이 더 많은 햇빛을 흡수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겁니다.

시베리아 영구동토층도 위험합니다. 영구동토는 수천 년 동안 유기물을 얼린 채 보관해 왔는데, 기온이 오르면 땅이 녹고 그 안에 있던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대기 중으로 방출됩니다. 메탄의 온실가스 효과는 이산화탄소보다 80배 이상 강력한데요. 영구동토층이 녹아 메탄을 방출하면 이 자체가 또 다른 악순환을 만들어내는 것이죠.

아마존 열대우림도 마찬가지인데요. 지구 탄소의 상당 부분을 흡수하는 아마존은 일정 수준 이상 파괴될 때 탄소를 흡수하는 기능을 멈추고 오히려 탄소를 배출하는 식으로 전환됩니다.

중태평양과 남태평양에 흩어져 있는 1,000여 개 섬들로 이뤄진 '폴리네시아' 지역 티아후라 인근 바닷속 산호초들이 하얗게 죽어 있다. 국제산호초 이니셔티브(ICRI) 제공

심지어 이미 지구가 5개의 중요한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분석까지 나왔습니다. 영국 엑서터대 티모시 렌턴 지구시스템연구소 교수는 2023년 보고서를 통해 지구가 이미 △그린란드 및 서남극 빙하 붕괴 △산호초 고사 △영구동토층 해빙 △아한대환류 등의 한계점을 넘어섰다고 발표했습니다.

지구 기온이 2도를 넘어설 경우 결과는 더욱 파괴적입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지구 평균 기온이 1.5도 오르면 여름 북극해가 얼음 없는 상태로 되는 해가 100년에 1번꼴로 나타나지만, 2도 오르면 10년에 1번꼴로 잦아집니다. 해양 생물다양성의 보고인 산호초는 지구 평균 온도가 1.5도 상승하는 경우 현재보다 70~90% 소멸되지만, 2도에서는 99%가 사라지게 됩니다. 전체 해양 생물의 25%가 서식해 '바다의 숲'이라 불리는 산호초가 사라지면 해양 먹이사슬이 붕괴되고, 나아가 어업과 관광업까지 타격을 입게 되죠.

이 밖에 이상 고온, 가뭄, 폭우 발생 확률도 기온 1.5도 상승 시 각각 8.6배, 2배, 1.5배에 달하고 2도 시 13.9배, 2.4배, 1.7배로 증가합니다. 고작 0.5도 차이지만 피해는 배로 늘어나는 겁니다.


"'일시적 1.5도 초과' 더 빈번해질 것"

독일 서부 겔젠키르헨에 위치한 석탄화력발전소가 2021년 11월 5일 흰 연기를 내뿜고 있다. 겔젠키르헨=AP 연합뉴스

WMO는 지난달 28일 보고서 발표 당시 "파리협정에서 명시된 1.5도는 일반적으로 20년 동안 지속되는 장기적 온난화를 의미하며, 연평균 지구 기온이 이 수준을 초과하는 해가 있다고 해서 파리협정의 장기적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일시적 1.5도 초과 현상'이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만약 '1.5도 목표' 달성에 실패하면 지구촌은 인류의 종말을 맞이하게 될까요. 독일 포츠담지속가능성연구소(RIFS)의 선임 연구원인 샬롯 웅거는 지난해 5월 "'1.5도 목표'를 위반한다고 해서 파리협정의 합의가 무효화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짚었는데요.

즉 '1.5도 상한선'은 과거 국제사회가 기후변화 대응을 추상적인 구호가 아닌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하며 기한이 있는 공동 목표로 만들어 국가·기업·개인의 정책과 행동을 효과적으로 이끌기 위해 설정됐다는 얘기입니다. 이 때문에 "'종말론적 담론'은 위험하다. 0.1도도 모두 중요하며, 우리가 이뤄내는 모든 작은 성과는 현 상태보다 낫다"는 게 웅거의 제안입니다.

보다 현실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으로 '2도 상승'이라도 막아보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에이드리언 래프터리 워싱턴대 사회학 및 통계학 교수 연구진은 지난해 10월 세계적인 과학 저널 네이처 계열의 지구과학 국제학술지인 커뮤니케이션스 어스 앤드 인바이런먼트에 발표한 연구에서 "2100년까지 예상되는 기온 상승폭이 2도 미만으로 유지될 확률은 17%로 여전히 낮지만, 가장 파괴적인 기후 변화인 '3도 이상 상승'이 발생할 확률은 2015년 26%에서 2024년 9%로 크게 낮아졌다"고 밝혔습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난해 11월 '2025년 배출량 격차 보고서'를 통해 "1.5도 목표 달성은 매우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라면서 국제사회의 즉각적이고 전례 없는 감축 조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습니다. 개발도상국 지원 확대, 국제 금융 구조 개편 등을 통해 시나리오를 전환해 더 빠르게 탄소중립 공약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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