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와 자주 찾은 월악산… 이란성 쌍둥이 선물 안겨줬죠”

제천/박상현 기자 2026. 6. 5.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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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행복입니다]
[아이들이 바꾼 우리] 김승희·김태경 부부
지난달 25일 충북 제천 월악산국립공원에서 만난 김태경(왼쪽)·김승희씨 가족의 모습. 아빠에게 안긴 아이가 쌍둥이 중 아들인 태율군, 엄마에게 안긴 아이가 딸 하율양. 청남방을 입은 첫째 태양군은 이날 촬영 전 동생들의 머리를 손수 만져줬다. /신현종 기자

“세 아이는 ‘월악산’이 준 선물 같아요.”

충북 제천 덕산면에서 월악산 정상인 영봉과 옆 능선을 바라보면 여인이 누워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예로부터 이렇게 여인의 몸을 닮은 산세는 강한 음기를 품고 있어 생산과 잉태의 기운이 강하고, ‘자식을 점지해주는 산’으로 소문이 나 아이가 간절한 부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국립공원공단 김태경(34) 계장은 월악산국립공원사무소에서 근무했던 2020년 초 직장 선배들로부터 이런 ‘전설’을 듣고 물리치료사인 아내 김승희(33)씨와 함께 월악산 정상에 올랐다. 월악산은 충북 제천·충주와 경북 문경에 걸쳐 있어, 충주에 살던 부부가 연애 시절부터 자주 찾던 곳이었다. 아이를 낳으려면 영봉에 닿아야 한다기에 정상 등반은 처음이었다.

보름 후 임신 테스트기에 두 줄이 떴다. 남편 김씨는 “속는 셈 치고 산에 올랐는데 정말 임신이 돼 신기했다”면서 “수년간 난임(難妊)으로 고생하던 선배 두 명도 월악산으로 발령받은 후 임신에 성공한 적이 있는데, 우리 부부도 그 ‘전설’에 신빙성을 더하게 됐다”며 웃었다. 첫째 태명은 영봉에서 따 ‘봉봉이’로 지었다.

맞벌이인 김씨 부부는 첫째 태양(6)군을 키우면서 “둘째는 아무래도 어렵겠다”는 이야기를 자주 나눴다고 한다. 남편 김씨가 월악산에 근무할 때는 충주에 있는 집까지 출퇴근 시간이 짧아 무리가 없었는데, 남편이 강원 원주에 있는 본사로 발령받고 나서는 아내 김씨의 육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아내 김씨는 “둘째 생각보다는 ‘첫째를 잘 키우는 데 집중하자’는 생각이 더 컸다”고 했다.

그렇게 둘째 생각을 접고 살던 재작년 초, 제법 의젓해진 첫째가 손이 덜 가게 되면서 조심스럽게 다시 둘째 이야기가 오갔다고 한다. 부부는 “특히 첫째가 크면서 월악산에서 캠핑을 하거나 물놀이를 하는 시간이 늘어났는데, 첫째를 가지게 된 인연이 있는 곳이다 보니 둘째 생각이 더 났다”고 했다. 이번에는 영봉에 오르지 않았지만, 세 식구가 월악산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재작년 여름 임신 테스트기에 두 줄이 떴다. 예상치 못한 이란성 쌍둥이였다. 아내 김씨는 “첫째를 가질 때 월악산의 산신령이 여성신(神)이라 딸을 낳을 수 있다는 말에 올랐는데, 그 선물을 둘째 때 주신 것 같다”고 했다. 남편 김씨는 “월악산에 자주 가다 보니 ‘이번에는 더 큰 선물을 주겠다’면서 두 아이를 주신 게 아닐까 싶다”고 했다. 쌍둥이의 태명은 건강하게만 자라달라는 의미로 ‘튼튼이’와 ‘튼실이’로 지었다. 쌍둥이 아들 태율(1)군과 딸 하율(1)양은 부부의 바람대로 올 2월 건강하게 세상에 나왔다.

부부는 “첫째와 쌍둥이의 나이 터울이 있다 보니, 첫째가 육아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 남편 김씨는 “첫째 또래에 막 태어난 동생이 있는 경우가 드물어서 그런지, 첫째가 동생들을 손으로 안아주거나 옆에서 말을 걸거나 놀아주려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고 했다.

쌍둥이가 태어난 후로 부부는 ‘첫째의 시간’이라는 날을 만들었다. 아무래도 어린 동생들에게 쏟는 관심과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다 보니, 의도적으로 첫째와 보내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부부가 고안한 것이다. 아내 김씨는 “이날은 영화를 보거나 축구를 하는 등 되도록 첫째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일이 바빠 저녁 짧은 시간밖에 틈이 나지 않더라도 꼭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고 했다. 남편 김씨도 “첫째에게 질투가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동생을 싫어하거나 비교하는 느낌보다는 사랑받는 시간을 더 원하고 이런 것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 같다”며 “그런 부분을 신경 써서 챙겨주니, 첫째가 동생들을 아끼는 마음이 점점 더 커지는 것 같아 보인다”고 했다.

5년 만에 다시 시작하는 육아는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첫째가 쓰던 물건들은 대부분 주변에 나눠줬다. 남아 있는 것도 많이 낡아 육아 용품을 전부 새로 사야 했다. 쌍둥이의 성별이 다르다 보니 옷이나 용품도 각각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손이 더 가고 있다. 하지만 부부는 “첫째 때와 다른 점이 많다 보니까 아이를 처음 키우는 느낌이 들어 재밌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며 “아이가 갑자기 셋이 되고 우리 부부의 나이도 그만큼 더 들다 보니 돌 전까지는 힘에 부치는 날도 많았지만, 이제 막 걷고 말을 하기 시작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가족이 많아진 게 큰 축복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다섯 식구는 지금도 월악산을 자주 찾는다. 올해는 봄부터 이르게 더위가 찾아오면서 월악산에 있는 송계계곡을 자주 찾고 있다. 아내 김씨는 “연애할 때도 이 계곡에 자주 놀러 왔는데 이제는 다섯 식구가 같이 찾는 공간이 돼 감회가 남다르다”고 했다.

올해 월악산국립공원에 직원 3명이 전입 왔다. 공교롭게도 세 직원의 아내가 전입 후 모두 아이를 가졌다. 남편 김씨는 “아이가 생기지 않아 고민인 분들이 꽤 많은데, 국립공원공단 직원으로서 그런 분들이 월악산에 찾아와 좋은 공기도 마시고 좋은 기운도 받으시면서 임신과 출산의 기쁨을 누리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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