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동혁 대표 지목해 심판한 듯한 6·3 민심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4일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희망의 불씨를 지켜냈다”고 했다. 선거 참패를 부인하면서 대표직에서 사퇴하지 않을 듯한 뜻을 내비친 것이다. 국힘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을 수성했지만, 광역단체장 16곳 중 12곳을 내줬다. 영남을 빼면 서울 외엔 전멸이다. 이런 상황이면 당 대표가 책임지고 물러나 당이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게 해야한다. 그러나 장 대표는 이를 거부했다.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국힘에 희망의 불씨를 지켜준 사람들은 거의 모두 장 대표가 배척했거나 장 대표의 ‘윤 어게인’ 행태를 멀리했던 후보들이다. 장 대표가 몰아낸 한동훈 후보는 부산 북갑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한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장 대표가 내보낸 것 같은 국힘 박민식 후보는 15% 득표에 그쳤다. 장 대표에 대한 부산 시민들 거부감이 이렇게 나타났다고 봐야 한다. 장 대표와 함께 선거운동을 했던 국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도 낙선했다.
서울시장에 당선된 오세훈 후보는 장 대표에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요구하며 당 후보 등록도 수차례 거부했다. 그러나 장 대표가 윤 전 대통령을 끝까지 감싸자 당과 아예 선을 긋고 선거운동을 했다. 선거운동 기간 오 시장은 장 대표와 한 번도 동행 유세를 하지 않았다. 만약 오 시장이 장 대표와 함께 선거운동을 했으면 결과가 어떻게 됐을 지 알 수 없다.
평택을에서 당선된 국힘 유의동 후보도 장 대표 지원 유세를 한 번도 신청하지 않았다. 오 시장과 유 후보는 유승민 전 의원,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등 중도층에 호소력이 있는 인사들의 도움만 받았다. 이런 결과를 보면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여당에 대해선 독주와 오만을 심판하고 야당에 대해선 장 대표 등의 윤어게인 행태를 심판한 것이다. 절묘하고도 준엄한 경고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장 대표는 선거 전 “서울·부산시장 결과에 내 정치적 생명이 달렸다”고 했다. 이 중 부산은 패했고, 서울은 장 대표가 돕지 않은 덕분에 이겼다. 유의동 후보는 “장 대표가 거취를 당연히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이게 상식이다. 장 대표는 민심을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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