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실 선관위’ 후폭풍 일파만파, 대수술 불가피하다

6·3 지방선거 본투표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 관리 부실로 서울 일부 투표소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선거 이튿날인 4일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는 수백 명의 시위대에 의해 투표함 반출이 가로막혔다. 전날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분노한 이들은 “선거 무효”를 외치며 투표소를 봉쇄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선거 관리에 납득하기 쉽지 않은 허점이 발생한 것에 매우 큰 유감을 표한다”며 “명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장에 당선된 오세훈 후보는 “참정권이 침해받은 사태”로 규정했고 국민의힘은 “사상 최악의 선거 사고”라며 노태악 선관위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사무총장의 거취까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선거에 대한 신뢰를 훼손시켰다는 점에서 묵과할 수 없는 ‘참사’다. 서울 송파·강남·광진 등 14개 투표소에서 용지가 없어 국민 다수의 투표권이 침해받았는데도 선관위는 투표율을 50% 수준으로 예상하고 그에 맞춘 용지만 준비했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만 내놓았다. 더욱이 선거 당일 오후 1시부터 곳곳에서 용지 부족 신호가 감지됐음에도 대응하지 못한 것은 무사안일의 극치다. 또 이번 사태로 12·3 비상계엄의 빌미가 된 부정선거 음모론에 다시 불이 지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황교안 자유와혁신 대표와 유튜버 전한길 씨 등 1200여 명이 이날 선관위 앞에서 집회를 열고 부정선거 의혹을 확산시키고 있는 현실을 결코 가벼이 볼 수 없다.
부정선거 음모론이 다시 고개를 들게 만든 책임은 선관위에 있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에 대한 신뢰성 회복을 위해서라도 선관위를 대대적으로 쇄신해야 한다. 유사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근원적인 처방도 중요하다. 그동안 선관위가 부실을 드러낸 것은 한두 번이 아니지만 그때마다 미온적인 처방에 그쳤다가 이번의 참담한 사태를 초래한 것은 아닌지 되짚을 필요가 있다. ‘소쿠리 투표’와 투표용지 중복 교부, 투표함 봉인 관리 미흡을 비롯해 자녀 특별 채용 등의 문제가 불거졌을 때 근원적 대처 없이 어물쩍 넘긴 잘못이 크다. 선관위의 대수술은 이번 사태에 대한 철저한 조사에서 시작돼야 한다. 조사 결과에 따라 실무진은 물론 최고 관리자들까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논설위원실 opini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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