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능·부패 ‘가족 회사’ 선관위, 수사받고 해체 수준 개혁을

이재명 대통령이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 “매우 큰 유감을 표한다”며 “명확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송파구 공무원은 “어떻게 이런 사태가 벌어지도록 송파구 선관위에선 직원이 한 명도 안 올 수가 있느냐”는 글을 올렸다. 지금까지 용지 부족 사태가 한 번도 없었던 것은 모든 유권자가 투표한다는 생각으로 넉넉하게 준비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송파구 선관위는 유권자 수의 50% 용지만 인쇄했다고 한다. 중앙선관위는 이 오판을 거르지 못했다. 단순한 행정 실수나 착오가 아니다.
선거법상 ‘부정한 방법으로 선거의 자유를 방해한 자’는 10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 공무원이 고의로 직무를 잘못해도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투표용지를 부족하게 준비하면 국민의 참정권 행사를 방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선관위 측이 50% 인쇄를 결정했다면 엄정한 수사가 불가피하다.
선관위는 진상규명위를 운영하겠다고 했지만 선관위는 자기 문제를 스스로 바로잡을 수 있는 기관이 아니다. 선관위가 10년간 291차례 진행한 경력직 공무원 채용 전부에서 비리나 규정 위반이 일어난 사실이 감사원 감사로 드러난 바 있다. 채용 공고도 없이 직원 자녀를 내정하거나 자녀 면접 점수 등을 조작했다. 채용 비리 제보가 들어오면 “우리는 가족 회사”라며 묵살했다고 한다. 끼리끼리 자리를 세습하고 편의를 봐주며 세금을 나눠 먹었다. 마피아와 다를 게 없다.
그런데도 외부 감사를 받으라고 하면 ‘독립적 헌법기관’이라며 거부했다. 감사원이 ‘채용 비리’를 감사하자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그러자 헌재는 ‘선관위는 감사원 감사 대상이 아니다’라며 선관위 손을 들어줬다. 지금 선관위는 완전히 감시 사각지대에서 부패와 무능 집단이 됐다. 그 규모가 무려 3000명이다. 심지어 해외에 파견 직원들도 두고 있다.
현행 헌법은 ‘선관위를 둔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각급 선관위 조직과 직무는 법률로 정한다.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은 대규모 상설 선관위가 없다. 선거가 있으면 기존 행정 조직이 모여 선거를 관리한다. 한국에서도 지금 같은 선관위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조직이다. 해체 수준으로 개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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