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중국은 왜 ‘천재공장’을 운영하나

“소년 대학생이 8배로 늘었어요.” 최근 ‘중국판 카이스트’로 불리는 중국과학기술대에 방문했다가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이곳에는 한국에 없는 ‘소년반’이 있다. 1978년부터 매년 15~16세 영재를 뽑아 학부에 넣고, 초고속 트랙을 거쳐 20대 초반에 석·박사 학위를 받게 하는 제도다. 초기에 40~50명 수준이던 정원이 꾸준히 늘어 지난해엔 372명에 달했다. AI·반도체·양자기술·우주항공 인재를 일찍 확보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두뇌 공급망으로 격상되면서 규모가 커진 것이다.
중국은 왜 소년반을 운영하나. 하워드 가드너 하버드대 교수는 창조적 인물의 성취가 개인의 몰입뿐 아니라 비슷한 수준의 인물들과 교류하는 지적 환경에서 발현된다고 본다. 소년반은 이 원리를 제도화한 ‘공장’에 가깝다. 철이 철을 날카롭게 한다는 신념 아래 영재들을 한곳에 모으고 석학과 연구 인프라를 붙였다. 평범한 교육 과정 속에서 인재들이 사장되지 않도록 국가가 만든 인큐베이터다.
중국식 ‘천재 공장’을 우리도 그대로 따라 하자고 말할 수는 없다. 조기 영재 선발은 아이에게 과도한 압박을 줄 수 있고, 지능으로 재능을 규정하는 방식은 위험하다는 지적에도 대체로 동의한다. 영재 교육이 사회적 특권층의 통로가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런 우려만으로 반드시 던져야 할 질문을 덮을 수는 없다. 특별한 재능을 가진 아이에게 특별한 경로를 제공하는 것은 과연 불공정한가. 모든 아이를 같은 속도와 같은 교실에 묶어두는 것이 언제나 옳은가.
기술 패권 경쟁은 장비와 자본의 싸움처럼 보이지만 마지막 병목은 결국 사람이라는 점도 외면해선 안 된다. 첨단 장비는 돈으로 살 수 있고 공장은 시간과 자본을 투입해 지을 수 있다.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 기초과학 훈련을 받은 최고급 두뇌는 갑자기 데려올 수 없다. 실제로 한국 학생들이 고교 입시와 내신 경쟁에 매달리는 동안 중국 영재들은 연구실에 들어가 실험을 시작한다. 한국의 또래가 대학 새내기가 될 무렵 이들은 창업하거나 국가 전략 연구에 뛰어든다.
중국 대표 AI 칩 설계 기업 캠브리콘을 세운 천윈지·천톈스 형제, 중국 최초 AI 음성인식 기술 개발을 이끈 아이플라이텍의 류칭펑 창업자 등이 소년반 출신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화웨이가 최근 무어의 법칙을 우회하는 ‘타오의 법칙’을 공개한 것 역시 인재 기반 반도체 기술 돌파의 사례다.
한국은 인적자원을 기반으로 성장했지만, 지금 우리 경제를 지탱할 최고급 두뇌는 충분한가. 우리는 미·중 갈등 구도 속에서 중국이 접근하지 못하는 시장을 공략하며 반사이익을 얻는 측면이 있고, ‘사이클 산업’인 반도체 호황까지 겹치며 다소 느긋해진 듯하다. 그러나 유통기한이 있는 성장 공식에 매달려서는 미래가 없다. 한국은 천재들이 여전히 필요한 나라다. 우리만의 천재 양성소 구축을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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