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 인사이트]경영진과 중간관리자의 AI 동상이몽

제레미 코스트 마인드스팬랩스 설립자 2026. 6. 4.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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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2022년 11월 챗GPT 출시 이후 대기업의 인공지능(AI) 도입은 검토 단계를 넘어 공식 과제로 자리 잡았다. 이제 관심은 AI가 기업을 바꿀 수 있느냐가 아니라 투자 성과가 언제 나타나느냐에 쏠려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인 와튼스쿨과 글로벌 컨설팅 회사 GBK 컬렉티브가 매출 5000만 달러 이상 미 기업 경영진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 AI 도입 현황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 이상이 매주 AI를 활용하고 있었다. 또한 대다수는 앞으로 AI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답했고, 74%는 초기 도입 단계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투자 규모에 걸맞은 대형 성과는 아직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과 맥킨지,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은 AI를 통해 의미 있는 대규모 가치를 창출한 기업이 10% 미만이라고 진단했다.

와튼스쿨과 GBK 컬렉티브 조사에 기반한 필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문제는 기술 자체의 한계만이 아니다. 조직 내부의 인식 차이가 AI 전환의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고위 경영진과 중간관리자 간 인식의 간극이 크다.

조사에서 고위 경영진의 45%는 초기 AI 투자에서 상당한 투자수익률(ROI)을 거뒀다고 답했다. 반면 같은 답을 한 중간관리자는 27%에 그쳤다. 자사 AI 도입 속도가 경쟁사보다 훨씬 빠르다고 평가한 임원은 56%였지만, 중간관리자는 28%에 불과했다. 지난 1년간 생성형 AI에 대한 인식이 “훨씬 더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응답도 임원은 약 3분의 2에 달했으나 중간관리자는 39%에 머물렀다. 그렇다고 중간관리자들이 AI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AI에 대한 기대감을 묻는 질문에 절반 이상이 “기대된다”고 답했다. AI 기술을 “낙관적”으로 본다는 응답도 62%나 됐다.

이 격차는 임원과 관리직 업무의 본질적인 차이에서 비롯된다. 고위 경영진은 AI를 전략 수립과 의사 결정 지원, 고차원 분석에 주로 활용한다. AI가 비교적 빠르게 효용을 보여주는 영역이다. 반면 중간관리자는 일상 업무 흐름 속에서 AI를 작동시켜야 한다. 팀원의 기술 숙련도는 제각각이고 업무 프로세스는 복잡하게 얽혀 있다. 결과물은 빠른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일관되고 정확해야 한다. AI 도구가 잘 작동하면 모두가 이익을 누리지만, 실패했을 때 부담은 대개 중간관리자에게 돌아간다.

시간 감각도 다르다. 경영진은 미래의 가능성을 내다보고 비전을 제시하는 능력에 대해 보상받는다. 반면 중간관리자는 현재 주어진 인력과 프로세스로 당장 성과를 내는 능력으로 평가받는다. 이들은 AI의 할루시네이션(환각), 시스템 통합 과정의 마찰, 업무 흐름의 차질을 가까이에서 겪는다. 그래서 AI가 지금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더 현실적으로 본다. 경영진이 미래의 가능성에 주목한다면 중간관리자는 현재의 제약을 본다는 의미다.

이 간극을 메우지 못하면 AI 전환은 선언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중간관리자는 AI 전략을 실제 성과로 연결하는 핵심 고리다. AI 전환은 경영진의 야망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관리자들이 실제 제약 조건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성패가 갈린다.

중간관리자들의 업무 부담도 중요한 변수다. 맥킨지 연구에 따르면 중간관리자들은 업무 시간의 절반 정도를 행정 업무와 개인 업무에 쓴다. 생성형 AI는 이 시간을 줄일 잠재력이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관리자들이 새 도구를 익히고 업무 흐름을 바꾸며 팀의 방향을 다시 맞춰야 한다. 기존 부담을 줄이지 않은 채 AI 도입만 요구하는 것은 비행기를 조종하면서 동시에 조립하라고 요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성공적인 AI 전환을 위해서는 먼저 조직의 실제 준비 상태를 진단해야 한다. 관리자와 팀원들이 AI 비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는지, 어떤 부서가 더 잘 적응하고 어떤 부서가 저항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로드맵 역시 중간관리자를 초기 단계부터 참여시켜 함께 만들어야 한다. 업무량을 늘리기 전에 관리자들의 부담을 줄이고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필요하다.

성과 지표를 AI 사용률만으로 판단하는 것도 옳지 않다. 관리자의 자신감과 팀의 역량, AI에 대한 태도와 인식을 함께 핵심 지표로 삼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현장의 피드백이 상부로 전달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신중한 평가나 실패한 시범 운영 사례를 귀중한 데이터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 글은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디지털 아티클 ‘경영진과 중간관리자의 AI 동상이몽’을 요약한 것입니다.

제레미 코스트 마인드스팬랩스 설립자
스테파노 푼토니·프라사나 탐베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
정리=백상경 기자 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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