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가 20년간 꾼 꿈…"여기가 미래 에너지의 탄생지" SK 테라파워 현장[이상은의 워싱턴나우]

케머러=이상은 2026. 6. 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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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파워 CEO "4년 전 투자한 최태원의 비전 높이 평가"
AI 수요 맞출 탄소중립 에너지원…2035년 300조원 이상 시장 예상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악수하고 있다. / SK이노베이션 제공


“가장 어려운 것은 실증 원자로를 건설하는 일입니다. 기술을 발명하는 데 20년, 현장에 보급하는 데 20년이 걸릴 것으로 봅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전 회장이 2010년 한 강연에서 자신이 2006년부터 팀을 꾸려 기존 대형 원자로를 대체할 미래 에너지원을 만들고 있다고 소개하며 한 말이다. 탄소발생을 줄이면서 원전의 위험성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그의 아이디어는 도전적이었다.  

지난달 28일 찾은 미국 와이오밍 주 케머러의 테라파워 케머러 1호 건설현장에서는 게이츠 전 회장의 꿈이 20년 만에 현실화되고 있었다. 개발 기간 테라파워는 19%대로 농축된 우라늄을 사용하되 액체 나트륨(소듐)을 냉각재로 활용(소듐냉각고속로·SFR)하는 방식의 소형 모듈 원자로(SMR)로 사업 방향을 구체화했다. 이론적으로는 더 이상 걸림돌이 없다는 것이 테라파워 측의 판단이다. 지난 3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이 회사에 상업용 첨단 원전 건설을 승인했다. NTC가 신규 상업용 원전 건설을 허가한 것은 10년 만이다. SMR 같은 첨단 원전 건설 승인은 미국 내 최초다. 

크리스 르브케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28일 워싱턴특파원단에 테라파워의 SMR 기술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 케머러=이상은 특파원


지난달 28일 미국 와이오밍주 케머러의 SMR 테스트시설 시공현장에서 앤드류 스토켓 선임 프로젝트 매니저가 향후 어떤 시설이 들어서게 될 지에 대해 기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 케머러=이상은 특파원


 유타 주 솔트레이크에서 차로 2시간을 달려 방문한 실증 원자로 건설 현장에선 냉각재 테스트 시설 공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상태였다. 2030년까지 건설될 예정인 345MWe급 원자로의 첫 단추다.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는 “여기는 에너지의 미래를 건설하는 곳이다. 모든 게 여기서 시작된다”면서 “이곳이 바로 차세대 원자력 에너지의 탄생지”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나머지 부지는 아직 흙먼지 날리는 허허벌판처럼 보였지만, 구획별로 의미가 있었다. 앤드류 스토켓 선임 프로젝트 매니저는 “한쪽은 에너지 시설 부지, 다른 쪽은 원자력 시설 부지”라면서 두 부지를 분리할 수 있는 SMR의 특성이 공기 단축에 큰 이점이라고 설명했다. 예측하기 어렵고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원전 승인 문제를 기다리는 동안 에너지 시설 공사를 먼저 해 둠으로써 전체 공기를 3년까지 앞당길 수 있어서다. 보글 원전 등 대형 원전의 공기 연장과 비용 증가로 큰 손실을 봤던 미국 원자력 업계가 중요하게 여기는 문제다. 스토케 매니저는 “에너지 업계의 큰 획을 긋는 프로젝트를 한다는 자부심이 있다”면서 “조만간 가족들을 데려와서 자랑할 생각”이라고 했다. 

SMR은 상용화에 성공하면 전 세계 에너지 판도를 뒤흔들 게임체인저다. 주변 20~30㎞를 비상계획구역으로 설정해야 하는 대형원전과 달리 지하에 원자로를 설치해 300m 구역 설정으로도 충분하다. AI 데이터센터나 대형 주거지역과 같은 전력 소비지 바로 옆에 붙여 지을 수 있다면 송전 및 전력망 구성에도 장점이 많다. IDTechEx는 2033년 글로벌 SMR 시장 규모가 약 1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테라파워 외에도 엑스에너지 등 많은 기업들이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SMR에 도전하고 있다. 그러나 테라파워는 자신들의 기술이 안정적이고, 비용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SFR 기술에 적용되는 액체 나트륨은 약 880℃에서도 끓지 않는다. 300℃가 넘는 환경에서도 물이 끓지 않도록 높은 압력을 유지해야 하는 경수로형 원전과 달리, 대기압 가까운 환경에서 가동할 수 있다. 외부 전원이 끊기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중력과 자연순환, 공기냉각 등으로 자연 냉각이 가능하다.

르베크 CEO는 “확률론적으로 보면 대형 원전보다 1000배 더 안전하다”면서 “현재 대형 원전도 충분히 안전하고 100년 정도 운전할 수 있지만, 앞으로 수십년 간의 에너지 수요를 생각하면 새로운 기술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사진=SK이노베이션


빌 게이츠 MS 창업자가 2010년 TED 강연에서 테라파워를 소개하고 있다. /TED 유튜브


 테라파워의 최대주주는 게이츠 전 회장이고 2대주주는 SK그룹이다. SK이노베이션과 SK는 2022년 이 회사에 2억5000만달러 자본을 투자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배터리 반도체 등 SK그룹 핵심 산업과 연계한 생태계 구축 계획의 일환이다. SK그룹은 2035년 상업화를 목표로 국내 최초 4세대 SMR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SK그룹은 이후 일부 지분을 한국수력원자력에 넘겼으나 공동으로 권리를 행사하는 관계로서 여전히 2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르베크 CEO는 “4년 전에 큰 금액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비전을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이후 HD현대와 두산에너빌리티, 엔비디아 등이 이 회사 투자자로 참여했다. 현대건설도 원전 건설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최근 체결했다. 

2000년대 초 울진 5·6호기 등 한국 원자로 건설 프로젝트에 관여했다는 르베크 CEO는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이 테라파워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강조했다. “소듐 고속로 기술 분야에서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와 협력해 왔으며, 한국 파트너들의 제조 역량이 대규모로 참여하고 있다”면서 그는 “미국은 오랫동안 원전을 많이 건설하지 않았기 때문에 첫 플랜트를 성공적으로 짓고 확장하려면 (경험이 풍부한) 한국과의 협업이 필수”라고 했다. 

케머러(미국)=이상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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