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

해방 이후 대한민국 정치는 수많은 격동과 변화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정부 수립 초기의 혼란 속에서 영국의 한 신문은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는 냉소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모욕적인 표현이었지만, 오늘 현실을 보면 과연 그 조롱을 완전히 극복했는지 스스로 묻게 된다.
민주주의는 단순히 선거를 통해 권력을 선택하는 제도가 아니다. 국민이 주권자로서 권리를 행사하고,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며, 상식과 책임 속에서 국가가 운영되는 정치 질서다. 결국 민주주의의 힘은 제도보다도 시민의 의식과 정치의 품격에서 나온다. 특히 민주주의 사회에서 여론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여론은 선동과 분노의 집합이 아니라 토론과 숙의의 결과여야 한다. 오늘날, 서로의 생각을 경청하기보다 상대를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대화보다는 혐오와 편 가르기가 정치의 언어가 되어가고 있다. 진영 논리에 갇힌 정치는 국민을 하나로 묶지 못한 채 둘로, 셋으로 갈라놓고 있다. 다사다난했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6·3지방선거가 끝났다. 결과를 놓고 또 다른 정쟁으로 이어지기보다는 이제는 정치적 이념과 진영에 따라 여러 갈래도 나누어지고 찢긴 국민의 마음이 위로받고 치유되어야 할 시간이다.
정치는 원래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공동체의 방향을 결정하는 공적 행위다. 그러나 지금 국민이 바라보는 정치는 국가의 미래를 위한 경쟁이 아니라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생존 게임처럼 보일 때가 많다. 상대를 존중하는 품격은 사라지고, 사실보다 유리한 프레임이 우선되며, 책임보다 공격이 앞서는 모습에 국민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정치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고 국민의 복리 증진을 위한 방편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철학과 윤리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책임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지도자는 국민을 설득할 수는 있어도 속여서는 안 되며, 국민을 이끌 수는 있어도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는 말이 있다.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뜻이다.
공자가 어느 산길을 지나가다가 무덤 앞에서 통곡하는 여인을 보게 되었다. 사연을 묻자 여인은 "시아버지와 남편, 그리고 자식까지 모두 호랑이에게 목숨을 잃었다"고 답했다. 공자가 "그렇다면 왜 이곳을 떠나지 않느냐"고 묻자, 여인은 "이곳에는 가혹한 정치가 없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이 가르침은 여전히 유효하다. 국민은 두려움과 갈등을 조장하는 정치보다 희망을 주는 정치를 원한다. 국민의 삶을 볼모로 삼는 권력 다툼이 아니라, 국민의 아픔을 함께 느끼고 해결하려는 진정성 있는 지도력을 기대한다. 지도자는 무엇보다 신뢰를 잃지 말아야 한다. 거짓말과 말 바꾸기, 책임 회피와 내로남불은 민주주의를 병들게 한다. 국민은 완벽한 지도자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상식이 통하고, 약속을 지키며, 국민 앞에서 책임질 줄 아는 지도자를 바라고 있다.
민주주의의 기본은 진실이다. 진실이 사라진 정치에서는 국민의 신뢰도 사라진다. 정치가 국민의 근심거리가 되고, 정치 때문에 국민의 마음이 서로 찢어지고 증오하게 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정치라고 부르기 어렵다.
정치인과 권력자는 사회의 주인이 아니다.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공복이다. 자신의 자리와 치적을 위해 국민을 이용하려 해서는 안 된다. 국민을 편 가르기의 대상으로 만들지 말고, 거짓 선동으로 값싼 지지 세력을 만들려 해서도 안 된다. 상대를 무너뜨리는 정치가 아니라 국민을 살리는 정치, 진영의 승리가 아니라 공동체의 안녕을 고민하는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
/강준의 가치향상경영연구소장·칼빈대학교 대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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