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난장] ‘백조의 호수’를 품은 해양수도 부산

조송현 웹진 인저리타임 대표 2026. 6. 4.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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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하구 교량 건설, 부실검증 논란 해소와 세계유산위 총회 계기
부산 갯벌 등재 노력은 전재수 차기 시장 과제
조송현 웹진 인저리타임 대표

부산은 변화를 선택했다. 민심은 추상적인 ‘세계도시’보다 구체적인 ‘해양수도’를 택했다. 시민사회단체와 마찰을 빚었던 이기대 공원 개발, 낙동강 하구 교량사업 등 각종 토건 사업에 대한 심판으로도 읽힌다.

전재수 부산시장 당선인에게 축하를 보내며 해양수도 부산 비전이 차질 없이 실현되기를 바란다. 다만 그 길 위에 꼭 덧붙이고 싶은 한 가지 제안이 있다. ‘해양수도 부산’이 아니라 ‘백조의 호수를 품은 해양수도 부산’을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낙동강 하구는 천연기념물 제179호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다. 겨울마다 3000마리 안팎의 큰고니(백조)가 찾아오는 국내 최대 월동지이자, 세계적으로도 드문 규모의 철새도래지다. 이미 낙동강 하류 수계에는 본·지류를 합쳐 교량이 26개나 놓여 있다. 여기에 대저·엄궁·장낙대교까지 더 얹으면, 교량 간격이 좁아져 큰고니의 안정적인 서식이 불가능해지고, 낙동강 하류 국가자연유산으로서의 기능이 상실될 것이라는 경고가 여러 차례 제기돼 왔다.

단순한 ‘감성적 우려’가 아니다. 대저·엄궁·장낙대교 환경영향평가 승인 과정에서 부산시는 큰고니 서식에 교량이 ‘문제없다’는 취지의 논문을 핵심 근거로 제출했다. 이 논문이 낙동강유역환경청(이하 환경청)과 국가유산 관련 심의에서 원안 노선 허가를 이끌어낸 사실상 결정적 근거였다.

그러나 이 논문은 이후 연구부적절행위 판정을 받고 학술지에서 게재 취소되면서, 교량 건설을 정당화했던 과학적 근거가 공식적으로 ‘거짓·부실’ 연구였음이 드러났다. 논문 제1 저자가 당시 부산시 환경·물 정책을 총괄하던 고위 공무원이었음이 드러나면서, 시민사회는 ‘자기 사업을 정당화하기 위해 자신이 쓴 셀프 논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부산시와 환경청은 “환경영향평가 무효 사유가 아니다”며 재평가를 거부해 왔다.

이 왜곡된 구조를 깨기 위해 시민·환경단체는 농성과 단식까지 이어갔다. 64일간 농성, 5일간 단식 끝에 환경청은 지난달 28일 마침내 두 가지를 수용했다. 하나는 대저·엄궁대교 관련 쟁점을 논의할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 다른 하나는 거짓·부실 환경영향평가를 검증할 ‘거짓·부실검토위원회’ 구성이다. 환경청이 기존 환경영향평가와 사업 추진 과정에 ‘문제’가 있었음을 사실상 인정하고, 부산시가 ‘이미 끝난 사업’으로 밀어붙이던 사안을 다시 공론장 위로 올려놓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제 관건은 부산시다. 환경청이 문을 열었지만, 갈등 당사자가 나와야 협의회가 의미 있게 진행된다. 부산시가 이 두 기구에 성실히 참여하지 않거나, 형식적으로만 임한다면 갈등은 다시 폭발할 게 뻔하다. 특히 갈등조정협의회와 거짓·부실검토위원회가 상식에서 벗어난 결론을 내놓는다면, 시민사회의 불신과 분노는 다시 거리로 쏟아질 것이다.

전재수 부산시장 당선인에게는 또 하나의 시간표가 주어져 있다. 오는 7월 19~29일 부산 벡스코에서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총회가 열린다. 세계유산 등재·보존·보호를 결정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 회의다. 세계유산위원회가 한국에서, 그것도 부산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의는 부산을 세계가 주목하는 도시로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계기이자, 부산을 ‘세계적인 생태도시’로 인식시키는 시험대다.

지금까지 부산시는 낙동강 하구 갯벌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 분명한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낙동강 하구 갯벌은 2021년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갯벌’을 대표하는 지역이다. 부산시가 이번 세계유산총회를 계기로, 낙동강 하구 핵심 갯벌을 세계유산에 등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다면, 부산은 단숨에 ‘해양수도’를 넘어 ‘세계가 인정하는 생태도시’로 자리매김한다.

‘해양수도 부산’은 좋은 비전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부산이 자랑해야 할 것은 항만과 산업만이 아니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백조의 호수’를 품은 해양도시라는 사실이다.


낙동강 하구를 세계인이 찾는 자연생태 관광지로 만들자. 순천만보다 세 배 넓은 갯벌과 농경지, 강과 바다가 만나는 하구, 겨울마다 3000마리 안팎의 백조가 날아오는 풍경은 부산만의 절대적 자산이다. 이를 기반으로 낙동강 하구 핵심 지역의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명지·신호·에코델타시티 수변부를 세계적인 습지공원이자 주민의 거대한 정원으로 재창조하자. 이것이 서부산 시대를 화려하게 여는 열쇠이자, 마침내 ‘백조의 호수를 품은 해양수도 부산’을 완성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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