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투표용지 부족 사태 일으킨 선관위 차라리 해체하라

2026. 6. 4.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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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빙승부 서울 등 17곳 참정권 침해
헌법상 독립기관 신뢰도에 ‘치명상’
전날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 시간이 오후 10시까지 연장됐던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앞에서 4일 투표함 반출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모여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헌정사 초유의 사고가 터졌다. 서울 등 일부 투표소에서 용지 부족으로 투표를 못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런 투표소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4곳, 국민의힘은 서울 경기 인천 등에 17곳이나 된다고 주장한다. 일부 투표소에선 선거 당일 낮부터 용지 부족 기미가 감지됐음에도 선관위가 안이하게 대처하다 투표 중단으로까지 이어졌다. 보수 유튜버 등 시위대가 “개표 중단” “선거 무효” 등을 외치며 잠실7동 제2투표소를 이틀째 봉쇄하는 바람에 4일 오후까지 개표가 완료되지 못했다. 시위는 부산시선관위를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진행됐다.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이 사과했으나 여기서 끝낼 일이 아니다.

이번 선관위 관리 부실 사태는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 투성이다. 사고가 난 송파구의 경우 유권자의 50% 분량만 용지를 찍어서 그렇다는 게 선관위 공식 설명이다. 하지만 투표율이 낮아 용지가 남아돌지언정 유권자 수에 맞게 준비하는 건 기본이요 상식이다. 선거 전 투표를 그렇게 독려하던 선관위가 투표율 저조를 전제로 용지를 만들었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이때문에 일부 시·도민은 투표를 아예 하지 못했다. 심각한 참정권 침해인 것이다. 선관위 사후 대처도 문제다. 투표시간을 얼마나 추가할지 투표소마다 달랐다. 밤 10시까지 연장한 투표소는 유권자들이 출구조사 결과에 오염된 상태로 투표에 임했을 수 있다. 선거의 유효성을 놓고 법적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동안 선관위가 물의를 일으킨 게 한두번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에는 일명 ‘소쿠리 투표’로 국민 염장을 질렀다. 지난해 조기 대선 때에는 시민이 용지를 투표장 밖으로 반출하는데도 이를 용인해 논란을 빚었다. 선거관리 부실만이 문제가 아니다. 몇년 전엔 선관위 고위 간부들이 자녀와 친인척을 부정 채용했다가 적발됐다. 제일 바쁜 선거철에 직원들이 대거 휴직하는 등 나태한 인사관리는 항상 도마에 오른다. 이것이 헌법으로 독립을 보장받는 기관, 공정한 선거 감시를 위해 대법관이 위원장직을 겸하는 기관의 민낯이다. 매달 혹은 매년도 아니고 몇년에 한번꼴로 돌아오는 선거 업무도 제대로 처리해내지 못해 이 난리다.

그간 상식이 있는 대다수 국민은 부정선거론자들의 주장을 무시했다. 부정선거론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까지 이어지는 계기였지만 그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선거관리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금이 가는 사건이 반복되면서 의구심은 점점 짙어진다. 간발의 차이로 당락이 갈릴 수 있었던 6·3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 서울에서, 그것도 보수색이 짙은 지역구에서 집중적으로 용지 부족 사태가 벌어지니 의심은 더하다. 안일함을 넘어선 무능이다. 이번 일은 사과나 책임 추궁으로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선거관리가 유일한 업무인 선관위가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망쳤다. 그런 조직이 왜 필요한지 근본적인 물음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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