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제이홉, 미래를 춤추는 팝핀릴건[레오 강의 K팝 댄스]

레오 강 재)좋은예술문화재단 ‘공연과 사람’ 연구소장 2026. 6. 4.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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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캡처| j-hope ‘NEURON (with 개코, 윤미래)’ 뮤직비디오

K팝을 보고 자란 아이들. 아주 드물게 누군가는 무대 안으로 들어간다.

“이 아이는 무대를 정말 사랑하는구나.”

이건(14세)의 아버지는 어느 순간 그렇게 느꼈다고 말했다.

요즘 K팝은 더 이상 무대 위에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유튜브와 숏폼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수많은 아이들이 그 춤을 따라 추며 성장한다. 누군가는 팬이 되고, 누군가는 취미로 남는다. 그리고 아주 드물게, 누군가는 그 무대 안으로 들어간다.

오늘 소개하려는 소년은 팝핀릴건(Poppin Lilgun, 본명 이건)이다. 그의 이름은 자신의 우상이었던 팝핀현준이 직접 지어준 댄스네임이다. 사실 릴건의 첫 번째 우상은 ‘아이돌’이 아닌 ‘로봇’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TV에서 본 팝핀현준(Poppin Hyun Joon)의 춤은 어린 소년의 세상을 바꾸어 놓았고 그날 이후 로봇은 장난감이 아니라 춤이 되었다.

팝핀릴건의 이력 가운데 가장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BTS 제이홉(J-Hope)의 ‘NEURON(뉴런)’ 뮤직비디오 출연이었다. 사실 ‘NEURON’은 제이홉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 작품이다. BTS 멤버가 되기 전, 스트릿댄서 정호석의 기억과 성장의 시간을 담아낸 곡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억 속 어린 시절을 표현한 인물이 바로 팝핀릴건이었다.

그는 단순한 출연자가 아니라, 춤을 사랑하던 소년의 기억을 몸으로 표현한 댄서였던 셈이다.

특히 뮤직비디오 2분 53초 이후 약 30초간은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으로, 춤을 사랑하는 또 다른 소년 팝핀릴건이 어린 시절의 제이홉이 되어 화면을 채워간다.

뮤직비디오 공개 이후 해외 팬들은 SNS와 커뮤니티를 통해 그 소년을 “어린 시절의 제이홉” 혹은 “춤을 사랑하던 소년 정호석”을 상징하는 존재로 해석하기도 했다. 2천만 뷰에 가까운 뮤직비디오. 많은 팬들은 화면 속 소년의 이름을 알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 소년의 이름이 팝핀릴건이다.

순간, 두 사람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현재의 제이홉과 미래를 춤추는 팝핀릴건.

두 사람의 시간은 다르지만, 춤으로 자신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어딘가 닮아 있다. 실제로 릴건은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로 제이홉을 꼽았다. 무대 장악력과 자유로운 그루브(Groove), 그리고 무대 위에서 진심으로 즐기는 모습이 멋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언젠가는 자신이 동경하던 아티스트와 같은 무대에서 춤을 추고 싶다는 꿈도 이야기했다.

하지만 인터뷰를 마친 뒤에도 계속 떠오른 것은 다른 말이었다

“춤을 추면 제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짧은 문장이지만 마음에 오래 남았다. 우리는 종종 K팝을 화려한 안무와 기술의 관점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표현이다. 누군가는 노래로 자신을 표현하고, 누군가는 글로 표현한다. 그리고 릴건에게 춤은 자신을 설명하는 가장 솔직한 언어다.

사진제공|=팝핀릴건

그의 춤은 이미 국경을 넘어가고 있었다.

릴건은 미국 시애틀에 사는 팬에게 신발을 선물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TV 속 스타를 보며 꿈을 꾸던 소년이 이제는 누군가의 응원을 받는 사람이 된 것이다.

어떤 댄서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릴건은 이렇게 답했다.

“언젠가 전 세계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퍼포먼스를 만들고 싶어요. 무대에 올라가기만 해도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댄서, 그리고 저만의 스타일이 분명한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로봇을 좋아했고, 팝핀현준의 춤을 보며 꿈을 키웠던 소년. BTS 제이홉의 어린 시절을 몸으로 표현했던 댄서. 그리고 언젠가 또 다른 누군가는 팝핀릴건을 보며 춤을 시작하게 될지도 모른다.

한 세대의 춤은 다음 세대의 기억이 된다.

팝핀현준이 그랬고, 제이홉이 그랬다. 그리고 이제 그 바통은 또 다른 세대에게 건네지고 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도 한 가지 답변이 자꾸 떠올랐다.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은 없어요. 남 눈치 보지 말고 자기 스타일을 믿었으면 좋겠어요.”

14세 소년의 말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단단한 문장이다. 어쩌면 K팝 퍼포먼스의 진짜 힘은 지금 무대 위에 있는 스타들보다, 그 무대를 바라보며 자신의 미래를 꿈꾸고 있는 다음 세대 속에 있는지도 모른다.

컬럼을 마무리하며 아버지에게 물었다.

릴건에게 가장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요?

“결과나 인기보다 춤을 좋아하는 마음을 오래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잠시 생각한 뒤 아버지는 말을 이었다.

“무대에서는 팝핀릴건이지만 집에서는 웃음 많고 장난기 많은 이건이거든요.”

프로 댄서로 무대에 서고, 해외 팬의 응원을 받으며, 제이홉의 어린 시절을 표현했던 소년.

하지만 아버지의 눈에 그는 여전히 웃음 많고 장난기 많은 14세 소년이다.

재)좋은예술문화재단 ‘공연과 사람’ 연구소장 | 레오 강

레오 강 재)좋은예술문화재단 ‘공연과 사람’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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