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차 타기도 힘든데…중세 여인 ‘푸프 헤어(신분 과시용 스타일)’ 사랑

- 신체 부위로 서양 패션사 소개
- 솟은 머리 장식 천장 닿기 일쑤
- 가짜 점 위치 따라 다른 메시지
- ‘유행템’ 코르셋·하이힐도 눈길
“삼단 같은 머릿결.” 여자의 풍성하고 건강한 머릿결을 칭찬하는 말이다. 남녀를 떠나 머리숱이 줄고 흰머리가 날 때 속상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누군가와 맞닥뜨릴 때 얼굴과 머리 스타일을 제일 먼저 본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머리뿐이겠는가. 우리의 몸 각 부분이 스타일이다.
김수영의 ‘몸은 어떻게 스타일이 되는가’는 서양 패션 문화사를 신체 부위별로 해체하여 소개한다.
저자는 패션의 미학적 형식과 철학적 사유, 사회적 맥락이 만나는 지점을 탐구하며 이론과 실천을 연결하는 연구자로 활동 중이다. 이화여자대학교 등 강단에서 강의하는 한편, 서울과 파리를 오가며 패션을 문화 연구의 영역으로 확장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보통 서양 패션사의 기록은 시간의 축을 따라가는데, 이 책은 신체 부위를 선택해 몸과 옷이 서양 패션의 역사 속에서 어떻게 사회적·문화적·정치적 의미를 얻고 변해왔는지를 따라간다. 패션은 우리 몸의 일부를 드러내거나 강조하거나 감추는 방식으로 사회가 요구하는 아름다움과 권력의 질서를 표현한다.
10개의 신체 부위를 살펴보자. 괄호 안은 패션에 미친 영향이나 의미로 이해하면 되겠다. 점(뷰티 패치의 역사), 피부(색깔의 지위), 털(없거나 많거나), 목(분리와 강조), 가슴(이상의 이상), 허리(라인의 탄생), 다리(실루엣의 경계), 손(후각의 조력자), 발(욕망의 높이), 냄새/코(향수 만능의 시대).
17세기 귀족 여성들은 얼굴에 작은 점(무슈·mouches)을 붙였다. 점은 위치에 따라 유혹 도발 순결 등 다양한 메시지를 담는 언어가 되었다. 흰 피부는 ‘노동하지 않는 계급’임을 드러내는 상징으로 기능하기도 했다. 털은 제거 관리 대상이기도 했지만, 중요한 의식에 참여할 때는 인위적인 털 장식을 부착했다.
의복에서는 인간의 욕망이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얼굴을 더욱 선명하게 강조하는 목장식, 허리를 극단적으로 조이는 코르셋과 치마를 과장되게 부풀리는 구조물이 필요했다. 거대한 드레스를 입으면 좁은 문을 통과하기도 어렵고 의자에 앉는 것도 힘들었다. 그래도 드레스를 간소화하는 대신 팔걸이가 없는 의자를 만들어 앉았다.
발을 감싼 신발은 몸의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욕망을 품어왔다. 많은 여성이 처음 하이힐을 신을 때 발뒤꿈치에 반창고를 붙이고 아파도 참았던 것처럼, 언제 어느 때나 인간은 ‘유행템’을 포기하지 않았다.
“삼단 같은 머릿결”로 이 글을 시작했으니, 18세기 유럽의 머리 스타일 ‘푸프’ 이야기도 들어보자. 머리의 공간과 높이를 최대한 넓히고 올려주어 부분 가발을 덧붙이고 각종 장식을 다는 스타일이다. 머리 장식에는 리본, 깃털, 럭셔리한 벨벳이나 실크, 보석과 구슬, 그림, 사랑하는 이의 머리카락 등도 함께 끼워 넣었다. 미용사의 창의력에 따라 무궁무진한 변화를 거듭하며 마리 앙투아네트 시대에 크게 유행했다.

화려한 푸프는 당시의 패션과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였다. 그러나 화려한 만큼 불편했다. 책 속의 설명이다. “실제로 거대한 푸프로 인해 여왕이 마차에 타기 어려웠던 경우도 있었다. 할 수 없이 푸프를 내리고 제거한 후 마차를 타고 파티 장소로 이동했다고 하며, 도착해서는 다시 푸프를 올려야 했다. 이 머리를 만드는 데 보통 반나절은 걸렸다고 하니 파티를 위해 여왕은 세 번이나 머리를 올렸다 내렸다 다시 올린 셈이다. 마차에 탈 때는 머리 높이 때문에 올라타기 어려워 무릎을 꿇고 타는 경우가 많았고, 댄스파티에서는 샹들리에에 부딪히지 않도록 항시 신경 써야 하는 등 일상에서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연출되기 일쑤였다.” 여왕이 힘들었을까. 헤어디자이너가 힘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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