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새 67조 원 던진 외국인... 앞으로도 매도세 이어갈 듯
스페이스X 상장·고환율이 매도세 자극
"앞으로 외국인 아닌 개인이 증시 주도"

외국인이 약 한 달간 우리 증시에 67조 원에 가까운 순매도 폭탄을 투하했다. 우주기업 스페이스X 상장과 1,500원 선을 웃도는 고환율이 추가 매도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7일부터 이날까지 19거래일 연속 66조9,050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올해 전체로 시계를 넓혀 보면 외국인 순매도액은 116조5,560억 원에 달한다. 이날도 외국인은 6조9,870억 원에 달하는 물량을 쏟아내며 순매도 행렬을 이어갔다. 올해 2월 27일(7조812억 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순매도 규모다. 이 여파로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62.08포인트(1.84%) 하락한 8,639.41에 거래를 마쳤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5조150억 원, 1조8,090억 원어치를 사들였지만 지수 하락을 방어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 급등에 따른 리밸런싱(보유 비중 조절)을 매도 배경으로 지목했다. 외국인 상당수가 기관 성격 자금인 만큼 한국 증시 비중을 맞추기 위해 기계적 매도를 감행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시가총액이 불어나는 속도가 더 빨라 외국인 지분율이 지난달 7일 36%에서 이날 38%선으로 되레 상승했다는 점이다. 자금 평가액이 늘어나 추가 비중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아울러 스페이스X가 1조8,000억 달러 규모 상장을 앞둔 점도 경계감을 키웠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스페이스X를 담기 위해 과열 우려가 누적된 반도체주 비중을 줄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연일 고점을 높이는 환율도 부담이다. 일반적으로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를 이탈하면 환율은 상방 압력을 받는다. 그리고 높아진 환율은 또다시 외국인 매도세를 자극한다. 환차손 위험이 커져 한국 주식을 처분하고 달러를 챙겨 이탈하려는 유인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5일 이후 12거래일 연속 종가 기준 1,500원 선을 웃돌며 2008년 기록(11거래일 연속 1,500원 돌파)을 넘어섰다. 환율 상승과 외국인 매도로 인한 증시 하락이 동시에 발생하는 악순환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향후 국내 증시를 움직이는 투자 주체가 외국인에서 개인으로 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상장지수펀드(ETF)와 연금 등을 중심으로 한 패시브·적립식 자금 영향력이 커지면서 개인 가계 자금이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맹주희 삼성증권 선임연구원은 "최근 외국인 매도세가 확대되는 구간에서도 국내 자금 유입이 시장 변동성을 일부 흡수하는 흐름이 나타났다"며 "개인이 증권사를 통해 ETF를 매수하는 과정에서 금융투자 수급이 늘어나 지수 하단 안정성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전유진 기자 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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