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판 시고르자브종 ‘캐러멜로’···멕시코가 대표견 선점하자 부글부글

멕시코가 브라질의 ‘국민견’으로 통하는 황갈색 유기견 ‘캐러멜로’를 자국 대표견으로 지정하면서 양국 간 원조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브라질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러멜로는 황갈색 털을 가진 잡종 유기견을 친근하게 부르는 말이다. 밈과 노래, 패션의 소재로 활용되거나 카니발 퍼레이드에 등장해 국민적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에는 캐러멜로를 소재로 한 넷플릭스 작품도 공개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멕시코주 환경보호청은 지난 4월 캐러멜로를 멕시코의 대표 개로 지정하고 ‘페로 캐러멜로’라는 명칭을 부여했다. 멕시코 당국은 개체 수가 늘어난 갈색 잡종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에 브라질에서는 “국가적 상징을 빼앗겼다”는 반발이 나왔다. 캐러멜로 ‘마다’를 키우는 브라질인 루시아나 발레는 “어떻게 캐러멜로가 브라질 개가 아닐 수 있느냐”며 “캐러멜로는 브라질의 얼굴”이라고 NYT에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캐러멜로가 특정 국가의 고유 품종이라기보다 다양한 개들이 오랜 기간 섞여 형성된 잡종견이라고 설명한다. 지난해 발표된 유전자 분석 결과에 따르면 캐러멜로는 유럽·아시아·아메리카 지역의 약 300개 품종이 섞여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 유전학자 자클리니 올리베이라 로자는 “통제되지 않은 번식이 오늘날의 카라멜색 잡종견을 만들어냈다”고 했다.
캐러멜로의 뿌리는 포르투갈 식민지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포르투갈인이 들여온 개와 이탈리아·독일·스페인·일본계 이민자들이 데려온 개들이 교배됐고, 이후 산업화 과정에서 농촌의 개와 도시의 소형 반려견이 섞이며 현재의 캐러멜로가 탄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자는 “캐러멜로의 역사는 곧 브라질의 역사”라며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섞인 브라질 사회를 상징한다고 말했다. 캐러멜로가 멕시코에서도 흔한 이유 역시 브라질과 유사한 역사적 배경과 기후가 거론된다.

동물보호 활동가들은 이번 논쟁이 유기견 입양 확대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브라질에는 약 2000만마리의 유기견이 있으며, 이 가운데 90% 이상이 캐러멜로 계열인 것으로 추산된다.
브라질 최대 동물복지 비영리 단체 ‘암파라’의 설립자 줄리아나 카마르고는 “캐러멜색 유기견이 전국적인 마스코트가 됐지만 여전히 많은 개가 보호소에서 지내고 있다”며 “캐러멜로는 여전히 입양 대상 1순위로 선택되는 개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캐러멜로가 우리(브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배가 아프다”면서도 “좋은 취지의 일”이라고 덧붙였다.
동물단체 ‘휴메인 월드 포 애니멀즈’의 멕시코 프로그램 책임자 클라우디아 에드워즈는 “브라질이 캐러멜로를 처음 인정하고 세계에 알린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캐러멜로 유기견은 특정 국가에 속할 필요가 없다. 라틴아메리카 전체의 문화”라고 말했다.
앞서 브라질에서는 2023년 캐러멜로를 국가 유산으로 지정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대신 상파울루 등 일부 지역에서는 캐러멜로를 문화재로 지정하는 자체적 법률을 제정했다.
최경윤 기자 c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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