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견을 듣는다] “반도체에 취할 때 아냐… 피지컬 AI로 ‘최강 제조대국’ 돼야”
‘엔비디아 AI 생태계’에서 뭘 할 것인가에 대한 국가적 고민 필요
‘K온톨로지’ 구축·해남 국가 AI데이터센터의 ‘AI 팩토리’화 시급
AI에이전트 커머스 시대 성큼, 원화스테이블코인법 제정 서둘러야
‘N% 성과급’ 논란, 노사간 투명하고 합리적인 기준 대타협 필요
정치가 경제 성장 쫓아가지 못해, 성과 보여줘야 신뢰 되찾을 것

[]에게 고견을 듣는다
박영선 재경부 전략경제자문단 위원장
“‘엔비디아 AI(인공지능) 생태계’가 자리잡고 있는 와중에 대한민국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국가적 고민이 있어야 합니다. AI시대 최강의 제조 국가를 향한 노력과 정책적 혜안이 필요합니다.”
4일 서울 서대문 디지털타임스 회의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박영선(66) 정부 전략경제자문단 위원장은 AI 전문가답게 국가 AI 전략 얘기부터 꺼냈다. AI 전환이 대 화두인 시대 대한민국의 생존전략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제조 분야에 있어서 ‘K온톨로지 프로젝트’가 화급하다고 강조했다. 온톨로지(Ontology)는 사물이나 개념들을 기계가 이해할 수 있도록 이름과 관계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지식 지도(규칙표)다. AI가 인간처럼 경험이나 맥락을 통해 스스로 의미를 깨달으려면 데이터 간의 관계를 명확하게 규정해 줘야 하는데, 이때 쓰이는 데이터 모델이 온톨로지다.
박 위원장은 이와 함께 해남에 짓고 있는 국가 AI 데이터센터를 대만처럼 ‘AI 팩토리’ 수준으로 상향해 피지컬 AI를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AI 에이전트 상거래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며, 정부가 앞장서 소상공인들을 위한 플랫폼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국회가 미국이나 일본처럼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법안을 시급히 제정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반도체 특수를 활용해 미래 먹거리를 준비해야 한다며, ‘N% 성과급’ 논란과 관련해 투명하고 합리적인 기준에 대한 노사간 타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출범 1년이 지난 이재명 정부의 국정 수행과 관련해선 9000선에 육박하는 주가지수와 ‘AI 3대 강국’ 비전 등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고물가와 고환율로 인한 서민 고통이 여전해 민생회복 속도감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우리 정치는 경제 성장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성과를 보여줘야 국민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MBC 경제부장, LA특파원, 앵커를 거쳐 정계에 입문해 4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민주당 정책위의장,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도 역임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낸 건 문재인 정부 시절이다. 2021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 고배를 마신 후 미국으로 건너가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수석고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선임연구원으로 지내면서 특히 AI와 반도체 부문에 천착했다. 베스트 셀러가 된 ‘AI, 신들의 전쟁’을 비롯해 ‘AI 3대 강국, 우리 손으로 만드는 미래’, ‘반도체 주권 국가’, ‘자신만의 역사를 만들어라’ 등 여러 저서가 있다.
대담 = 강현철 논설실장
-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지 1년이 지났습니다. 그간의 국정 운영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주가지수는 국정 운영의 바로미터라 볼 수 있습니다. 주가가 경제 펀더멘털이라든가 미래 성장성에 대해 참여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하나의 지표라고 봤을 때 지난 1년동안 정부의 자본시장 개혁과 반도체 훈풍 등에 의해 코스피 지수가 9000선에 육박한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대형주 중심의 상승세라든가 뿌리 기업, 제조 기업 이런 기업들이 아직 부진하기 때문에 양극화라는 숙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가 과제라고 보여집니다. 국정 과제와 관련해서는 ‘AI(인공지능) 3대 강국’이라는 시대적 어젠다를 선점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AI 반도체를 국가의 생존 전략적 시각으로 들여다 보고 이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가져가기 위해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 펀드를 만든 것은 옳은 방향입니다. 하지만 AI 3대 강국으로 가기 위해 대한민국이 어디에 방점을 찍어야 되는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플래그십(flagship) 테마(주요 테마) 같은 것들이 1년이 지났는데도 설정이 안 됐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리고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 성과가 부족한 측면이 있고, 또 민생 회복의 속도감이랄까 이런 것을 조금 더 높여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 반도체 초호황에 힘입어 경제가 호조세입니다. 하지만 고물가와 고환율 등 문제도 적지 않은데 현 우리 경제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지금 대한민국은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라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것으로 인해 어떻게 보면 살짝 흥분된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과실이 국민 전체에 골고루 돌아갈 수 있는 정책이랄까, 그리고 구조적 문제점이랄까 이런 것들을 조금 더 짚어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한국 경제의 과제는 반도체라는 한 축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성장 구조에서 벗어나 AI가 하나의 축이 돼 여기에 바이오, 방산, 에너지 등이 더해지는 다각적인 구조로 가져가는 것입니다. 특히 반도체 특수가 있을 때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는 노력과 정책적 혜안이 필요합니다. 고환율은 수출 대기업엔 유리하지만 수입물가를 올리기 때문에 서민 생활을 압박합니다. 하반기는 고물가와 고환율 문제를 어떻게 핸들하느냐가 정책 당국의 중요한 임무가 될 겁니다. 그리고 그때문에 고통받는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을 위해 어떻게 핀셋 지원을 할 것이냐 그리고 동시에 근본적으로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에너지 공급 다변화 정책, 호르무즈 해협이 보여주는 병목 현상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가 과제입니다. 이와 함께 막 자라나는 스타트업들의 기술력이 상당히 좋습니다. 이러한 유망 테크 기업, 그중에서도 스타트업들의 수출을 정부가 어떻게 외교적인 노력으로 엮어줄 거냐 이런 문제들이 하반기에 펼쳐 나가야 할 경제 과제라고 보여집니다.”
- AI 전문가로 ‘AI 전도사’라는 평가를 들으시는데 AI 정책은 어떠해야 합니까?
“AI 에이전트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AI 에이전트 시대는 젠슨 황이 최근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에서 이야기했듯 PC도 AI PC로 바뀌고 에이전트화되면서 AI가 알아서 해 주는 겁니다. 하지만 말로만 해선 안되고 실질적으로 준비를 해야 합니다. 완전히 ‘판갈이가 되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AI 에이전트라는 기계가 모든 것을 대신합니다. 지금까지의 우리 시스템은 인간의 최종적인 판단과 결제 하에서 이뤄졌습니다. 인간이 마지막 버튼을 눌러야 되는 건데 이제 AI PC는 그것조차도 기계가 알아 스스로 작동하게 합니다. 커머스(전자상거래) 분야를 들여다보면 화폐가 종이에서 비트 그리고 비트에서 코드로 바뀌는 대변화의 시대가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습니다. 코드로 바뀐다는 의미는 결국은 스테이블 코인, 가상자산 이런 것들이 투기자산이냐 아니냐라는 논란에서 벗어나 정식 제도권의 결제수단으로 들어온다는 얘기입니다. 화폐가 코드로 바뀌게 되면 거래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고, 환거래 비용도 없어지는 세상이 되는 거죠. 미국 상원은 은행위원회에서 (가상자산 시장의 포괄적인 규제체계를 확립한) 클래리티 법안(CLARITY Act·Digital Asset Market Clarity Act)을 통과시켰습니다. 한국도 가상자산이라든가 스테이블 코인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 합니다. AI 에이전트 시대, 국회가 원화에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법안 제정을 서둘러야 합니다. 미국은 이미 달러 연동 스테이블 코인의 결제가 시작됐으며, 일본도 엔화 연동 스테이블 코인을 시험 가동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판이 바뀌는 시장에서도 글로벌 표준을 가져가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했습니다. 글로벌 표준을 만든 나라가 결국 세계 패권을 쥐게 됩니다. 한국도 여기에 참여해 결제와 관련된 주권을 굳건히 하려면 준비할 게 많습니다.”
- 삼성전자 노사의 단체협상 과정에서 불거진 ‘영업이익의 N% 성과급’ 이슈가 산업 현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정부 부처내에서도 고용노동부 장관과 산업부 장관 입장이 엇갈리는 모습인데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굉장히 민감한 이슈라고 봅니다. 고용노동부는 근로자 권익 관점에서 접근하는 거고, 산업부는 기업 경쟁력 관점과 인재 유치라는 관점에서 보고 있습니다. 과거 방식의 사고로 재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봐요. 미래 지향적인 관점에서 정부가 조정자 역할을 하면서도 투명한 경영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에비타(EBITDA), 즉 회사가 실제 얼마의 돈을 벌어들였느냐를 (성과급에) 연동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번 성과급 갈등을) 하나의 위기 관리 차원으로 본다든지 단기적인 시각에서 바라봐서는 안 됩니다. 성과급 지급에 대한 투명하고 합리적인 기준에 대한 노사 간의 타협이 요구됩니다. 그리고 주주와의 관계 설정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고, 이사회의 역할이 좀 더 커지는 게 중요하지 않나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 AI 에이전트를 말씀하셨는데 지금은 격변의 시대입니다. 대한민국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I 전환’입니다. 지금은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 판이 완전히 바뀌는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이 패권을 놓고 싸우는건데 이 흐름에 올라타야 합니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교육을 통해 사람들을 잘 훈련시켜 세계 최고의 제조강국이 됐습니다. 이제 이를 AI가 대신하는 거 아니에요? 그러면 AI를 잘 훈련시켜야 됩니다. AI를 잘 훈련시키려면 인간이 느끼는 수준만큼 AI도 올라가게 해야 합니다. 결국은 데이터를 잘 입력시켜야 되는데 이를 위해 (AI가 사람처럼 세상의 지식을 이해할 수 있도록, 개념들의 관계를 명확하게 정의해놓은 지식 지도인) ‘온톨로지’(Ontology)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데이터와 데이터 간 관계와 연결성 문제들을 해줘야 되는데 미국과 우리가 AI 분야에서 가장 차이나는 부분이 바로 여깁니다. 모든 데이터를 다 온톨로지화할 필요는 없습니다만 정확성이 요구되는 국방, 제조, 의료, 재난 이런 부분은 꼭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저와 디지털타임스라는 데이터는 다 공개돼 있습니다. 그런데 저와 디지털타임스와의 관계가 어떻게 되느냐, ‘나는 좋아한다’ 이런 관계 형성과 관련된 지축을 하나 더 입력시켜줘야 할루시네이션(환각), 즉 AI가 거짓말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정확한 추론이 가능한 거죠. 대만의 컴퓨텍스에서도 추론이 최대 주제였습니다. 얼마큼 정확하게 예측하고 추론하느냐 이는 앞으로 대한민국이 해야 될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입니다. 온톨로지화돼 있는 데이터와 일반 데이터 간의 차이가 ‘소버린 AI’를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할 겁니다. 예를 들면 대한민국의 LLM(대규모 언어모델)이 미국의 챗GPT나 제미나이, 클로드 모델과 성능 차이가 있다고 평가하는데 그 요인 중 하나가 데이터의 온톨로지화입니다. ‘K온톨로지 프로젝트’가 시급합니다. 온톨로지를 잘해 성공한 대표적인 회사가 팔란티어죠. 특히 제조 분야의 온톨로지화를 어떻게 하느냐가 대한민국이 AI 최강의 제조 국가로 갈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 정부 전략경제자문단의 초대 위원장을 맡으셨습니다. 자문단이 하는 일은 무엇입니까?
“자문단은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 산업 가운데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되는 부분이 어디냐, 그리고 각 부처가 미처 발굴하지 못한 아이템이라든가 아니면 각 부처 간 조정이 필요한 미래 먹거리 산업을 발굴하고 검토해 재정경제부에 건의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미 지난 5월말까지 11개 아이템을 골라 전달했습니다. 이를 2027년도 예산에 반영하는 문제를 재정경제부가 기획예산처 등과 협의하고 있습니다. 이외 큰 프로젝트로 3개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말씀드린 데이터의 K온톨로지화이고 두 번째가 AI 에이전트 커머스에 대한 준비, 세 번째가(로봇, 자율주행차 등 물리적인 ‘몸’을 갖고 현실 세계에서 직접 판단하고 행동하는) 피지컬 AI 분야의 육성입니다. 현재 전북과 창원에서 피지컬 AI 프로젝트가 돌아가고 있는데 이 피지컬 AI를 어떻게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로 가져갈 것이냐, 어떻게 부처와 관련자들을 하나로 연결해 좀 더 큰 대한민국의 브랜드로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 자문단은 반도체, AI·로보틱스, 바이오, 에너지, 방산, 우주·양자 등 7개 핵심 분과를 다루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산업들이 서로 시너지를 내는 ‘AI 융합 정책’을 위해 구상하고 계신 로드맵이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5월 말까지 11개 아이템을 선정했습니다. 6월부터는 2027년도 전략 경제 분야의 핵심이 될 수 있는 어젠다 세팅을 시작했습니다. 어젠다는 위에서 말씀드린 K온톨로지, AI 에이전트 커머스 준비, 그리고 피지컬 AI의 글로벌 브랜드화 세 가지입니다. 8월 전까지 어젠다와 관련해 포럼을 준비할 생각입니다.”
- AI 에이전트 커머스에 대해 말씀셨습니다. 자문단 출범 직후 ‘AI 에이전트 커머스’ 분과를 추가로 신설했는데 이 분과는 무엇을 하게 되나요?
“정부에서는 처음 생긴 분과일 텐데요. 저는 AI 에이전트 커머스라는 게 인터넷 온라인 거래 이후의 가장 큰 상거래 혁신 혁명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5년 안에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변화가 될 것이고 그리고 가장 많은 사람들한테 파급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특히 소상공인들, 자영업자들에까지 영향을 미치는데 예를 들면 최근 구글이 AI 에이전트 커머스 분야를 주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우리가 이를 따라가게 되면 상거래 시장이 완전히 종속돼 버리게 됩니다. 어떻게 한국적 특성에 맞게끔 마당을 만들어 줄 것이냐가 문제인데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이 이를 할 힘이 있는 건 아닙니다. 정부가 AI 에이전트 커머스 플랫폼을 만들어줘야 하는 겁니다. 이런 플랫폼을 함께 운영할 수 있는 네이버라든지 카카오라든지 토스라든지 연합체가 필요하고, 큰 그림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결제 시스템이 종이에서 비트로 그리고 비트에서 코드로 바뀌는데 이에 대한 대비도 사실 너무 보수적입니다. 금융위와 한국은행 간 영역을 둘러싼 충돌이 아직 해결 안되고 있는데 국회에서 그 균형점을 찾아줘야 합니다. 기존의 기득권과 새로운 기술 간 균형점 또 소비자와 운영체계 간 균형점 그런 관점에서 법을 통과시켜야 된다고 봅니다. 규제가 무조건 나쁜 건 아니거든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나쁜 거지 예측할 수 있는 규제는 새로운 기술이 들어오고 할 때는 필요합니다. 이걸 잘하는 나라가 싱가포르입니다. 싱가포르로 (글로벌) 자본이 몰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특히 금융 사이드에서는 싱가포르 사례를 밀도있게 검토해야 합니다. 미국은 달러 패권 유지를 위해 달러 연동 스테이블 코인 정착에 몸부림을 치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은행 신현송 총재가 원화 연동 스테이블 코인과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가 공존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는데 그 말이 맞다고 봐요. 한국은행의 CBDC만 유통되면 개인 간 거래를 국가가 다 들여다보게 되거든요. 그러면 역효과가 생깁니다. 민간 스테이블 코인과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CBDC가 공존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 균형점을 맞춰 법안을 통과시키는 게 매우 시급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 구윤철 부총리가 “제2의 엔비디아나 팔란티어 같은 혁신기업이 나오는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과거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시절 퓨리오사AI, 리벨리온 등 벤처기업들을 성공적으로 키우셨는데, 국내 유망 테크 스타트업들을 글로벌 유니콘으로 성장시키려면 어떤 게 필요합니까?
“2019년 일입니다. 중기부 장관 시절 우리도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을 키워보자고 했지만 사람들이 반신반의했습니다. R&D(연구개발) 자금 2억원 정도를 국가가 부담하는데 과감하게 해야 되지 않겠냐 하고 시작했습니다. 영국의 반도체 설계 기업 ARM과 함께요. 그 2억원이 5년 사이에 (기업가치로) 1조, 3조원이 됐습니다. 그만큼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저력이 있는 거죠. 저는 핵심은 세 가지라고 봐요. 먼저 초기에 과감하게 정부가 기술력이 바탕이 되는 기업들에 레퍼런스를 만들어주는 거죠. 한국 정부가 이걸 사용해봤다는 레퍼런스가 글로벌 시장에서는 엄청난 크레디트(신뢰)를 주니까요. 그때도 중소벤처기업부가 2억 R&D 자금을 지원하니 산업은행이 투자하고 이런 식으로 해서 커지게 된 겁니다. 시드 머니, 씨앗을 뿌려주는 게 중요합니다. 둘째는 글로벌 파트너를 연결해주는 정부의 외교적 역할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제는 스타트업들이 내수 시장을 바라봐서는 의미가 없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글로벌 시장을 바라보게끔 정부가 뒷받침해줘야 합니다. 세 번째는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더 넓어져야 됩니다. 실패도 기록이고 실패도 데이터니까요. 제2의 엔비디아가 한 번에 만들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10년 앞을 내다보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됩니다. 우려되는 것은 대만의 컴퓨텍스에서 젠슨 황이 베라 루빈이라는 AI 팩토리의 기반이 되는 플랫폼을 발표했습니다. CPU(중앙처리장치)와 GPU(그래픽처리장치)가 함께 섞여 있는 거죠. 작년에 26만장의 GPU를 우리가 들어오지 않습니까? 이 26만장 GPU와 베라 루빈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이 연계해 갈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엔비디아의 생태계를 벗어나기가 힘들어지게 됩니다. AI 세계에서 대한민국의 생존전략에 한 치의 빈틈도 글로벌에서는 허용하지 않는구나라는 위협감 같은 것을 저는 느꼈습니다. 당장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칩이 잘 팔리기 때문에 호황이 이어지겠지만 엔비디아 생태계가 자리잡고 난 다음 한국은 뭘 할 거냐 이런 부분에 대해 정책 당국자들이 더 많이 고민해야 되지 않겠냐고 보고 있습니다.”
- 저서 ‘AI 3대 강국’ 등 ‘기술 패권 3부작’에서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을 깊이 다루셨습니다. 미중 경쟁 속에서 대한민국이 직면한 위기와 기회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책 세 권을 쓸때 미국과 중국의 패권 싸움에서 한국이 어떤 포지션을 취해야 하느냐가 주요 포인트였습니다. 잘하면 한국이 독보적인 존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조선, 방산 등의 분야에서 대체 불가능한 공급망을 갖고 있는 나라이니까요. 위기는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에 너무 치우칠 때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에 끌려다니는 상황이 되면 이게 오히려 위기가 될 겁니다. 그래서 전략적 자율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봅니다. 미국과 중국 양쪽 나라에 없어서는 안 되는 나라 그렇게 가야 합니다. 그리고 미국도 싫고 중국도 싫은 제3국이 찾는 나라, 동남아 남미 또 아프리카 이런 나라들이 찾는 한국이 되는 전략으로 가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최근 대만의 ‘AI 팩토리’ 모델을 주목해야 한다며,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활용할 공공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을 제기하셨습니다. 한국형 AI 팩토리나 공공 슈퍼컴퓨터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합니까?
“지금 전남 해남에 삼성SDS가 주축이 된 컨소시엄이 국가 AI 데이터센터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를 대만 수준의, 그들이 이야기하는 ‘AI 팩토리’ 수준으로 올려야 합니다. 대만의 목표는 세계 최고의 AI 제조 국가가 되는 겁니다.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각 공장의 운영시스템(OS)을 만들어 주겠다는 거죠. 컴퓨텍스에서 젠슨 황이 화두로 던진 AI 에이전트 PC 그러니까 AI PC를 대만 국민 개개인이 다 소유하게 됩니다. 제조 공장의 데이터를 활용해 어떻게 하면 다크 팩토리나 피지컬 AI를 운영하는 공장 체계를 만들어 줄 것인가 지금 대만은 그걸 고민하고 있는 거거든요. 한국이 그걸 놓쳐버리면 대만한테 밀리죠. 지금도 대만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한국을 앞섰잖아요. 앞서게 된 여러 원인 중에 하나가 AI 반도체라는 것을 대만이 선점한 효과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는 해남에 들어서는 국가 AI 데이터센터를 대만의 AI 팩토리보다 한 단계 높게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지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플랜을 보면 대학 연구소와 중소기업, 스타트업들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AI 데이터센터를 제공하겠다는 건데 그건 기본이고요. 여기에 한 단계 더 얹어서 어떻게 AI로 제조를 최강으로 만들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창원과 전북에서 진행되고 있는 피지컬 AI 프로젝트를 엮어줘야 합니다. 피지컬 AI를 글로벌 브랜드화하겠다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게 바로 이 부분입니다. 이걸 엮어야 글로벌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거든요.”
- 전·현직 여성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한국여성의정의 상임대표를 맡으셨습니다. 4선 의원으로 최초의 여성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최초의 여성 원내대표도 역임하셨는데, 우리 정치를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아직도 한국 정치는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경제 성장의 목표는 글로벌화이지만 정치는 글로벌화가 아니기 때문에 침체됐다라고도 역설적으로 얘기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여성의 정치 참여 관점에서 봤을 때는 아직도 OECD 평균 수준도 안 되거든요. 예를 들면 대만 같은 경우 헌법에 여성의 정치 참여, 사회 참여를 보장하는 문구가 들어가 있어요. 현재 여성이 대통령인 멕시코도 2014년 선거법 개정하고 2019년 헌법을 개정해 남녀 동수법을 통과시켰어요. 그리고 여성 대통령이 탄생한 거거든요.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는 첫째 여성의 사회 참여, 정치 참여와 관련해 법적으로 뒷받침돼야 됩니다. 이사회를 구성하는데 여성이 한 명 이상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는 법이 3년전쯤 통과됐는데 한 명 갖고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적어도 공공기관 같은 데서는 여성 이사를 30% 내지는 40%까지는 해야 된다는 의무 조항이 들어가면 하나의 동력이 돼 사회 변화가 있을 겁니다. 정치권에서는 공천에 있어 남녀 동수를 해주는 것들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제가 여성의정 상임대표로서 내건 중요한 캐치 플레이스입니다.”
- 지금 우리 정치는 진영 갈등이 극심합니다. 정치가 국민들의 신뢰를 되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말보다는 성과를 보여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도 중요합니다. 또 젊은 세대와 좀 더 많이 소통해야 합니다. 세상이 AI 에이전트 시대로 가듯 정치도 이제는 기성 정치의 문법에서 벗어나 변화하지 않으면 국민들로부터 외면받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언론인, 정치인, 행정가를 거쳐 이제는 ‘국가 미래 전략가’로 자리매김하셨습니다. 앞으로 한국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하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언론인으로서 세상을 관찰하고, 정치인으로는 법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행정가로서 정책을 실행해 봤습니다. 이런 경험을 모아서 대한민국이 AI 시대 3대 강국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라면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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