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 용인에 화력 집중···반도체 인프라 전환 속도
하이테크·AI솔루션 인력 동반 증가···자회사 숙련 인력 재배치
김영식 사장 체제 공정관리 시험대···공기 단축·안전관리 관건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SK에코플랜트가 반도체 인프라 사업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HBM 등 AI 메모리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면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청주 M15X 등 핵심 생산기지 구축을 맡은 SK에코플랜트의 역할도 커지고 있어서다.
단순 시공사를 넘어 SK그룹의 반도체 생산 속도전을 뒷받침하는 실행 조직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SK그룹 반도체 속도전에 올라탄 SK에코플랜트
4일 건설 및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인력과 장비를 하이테크 부문에 집중하고 있다. 하이테크 부문은 반도체 생산시설과 데이터센터, 첨단산업 플랜트 등 고난도 인프라 사업을 맡는 조직이다. 인공지능(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로 SK하이닉스가 생산능력 확대를 서두르자 인프라 시공을 맡은 SK에코플랜트도 공정 속도전에 들어간 모습이다.

SK에코플랜트의 역할이 커지는 이유다. 과거 SK건설 시절 회사의 중심은 주택과 토목, 플랜트였다. 지금은 반도체 공장, AI 데이터센터, 산업용 가스, 반도체 소재, 리사이클링으로 사업 축이 이동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AI 메모리 생산능력을 늘리면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가 필요하다. SK에코플랜트는 그 인프라를 현장에서 구현하는 실행 조직으로 부상하고 있다.
◇ 용인·청주로 향하는 하이테크 인력
이 같은 흐름은 내부 인력 변화에서도 확인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의 전체 직원 수는 2024년 3449명에서 2025년 3708명, 올해 1분기 3811명으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주택경기 침체로 대형 건설사들이 인력 운용에 보수적인 기조를 보이는 상황과 대비된다.
인력 증가는 반도체 관련 일감 확대의 영향이 컸다.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공사를 맡은 하이테크 부문 인력은 전년 1045명에서 올해 1분기 1134명으로 늘었다. 반도체 공장 인근 배후시설과 사업동 건축 등을 맡는 AI 솔루션 부문 인력도 전년 1796명에서 올해 1분기 1855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이번 인력 증가는 외부 신규 채용보다 그룹 내 인력 재배치 성격이 강한 것으로 파악된다. SK에코엔지니어링 등 자회사 소속 숙련 인력이 본사 현장으로 이동하면서 용인과 청주 등 하이테크 현장 대응력이 강화됐다는 분석이다. 주택사업을 선별적으로 가져가는 대신 인적·물적 자원을 반도체 현장에 더 배분하는 흐름이다.

다만 최근에는 구축 일정이 앞당겨지는 분위기다. SK하이닉스는 1기 팹의 클린룸 오픈 시점이 2027년 5월에서 같은 해 2월로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급증하는 글로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예정된 투자를 속도감 있게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SK에코플랜트도 이에 맞춰 용인 현장에 인력과 장비를 투입하고 있다.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콘크리트 부재를 현장에서 조립하는 PC(Precast Concrete) 공법 등 신공법도 적용 중이다. 완공 시점이 생산능력 확보와 직결되는 만큼 SK에코플랜트도 공사 일정을 SK하이닉스의 투자 속도에 맞추고 있다.
◇ 김영식 사장 선임은 생산기지 조기 구축 포석
시장에서는 김영식 사장의 역할이 용인 클러스터 속도전에서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고 본다. 김 사장은 1990년 하이닉스에 입사한 뒤 D램 공정 개발, 이천FAB 담당, 제조·기술담당, 양산총괄(CPO) 등을 거친 엔지니어 출신이다. 글로벌 AI 메모리 시장의 핵심인 HBM 대량 양산 체계 구축에도 관여한 인물로 꼽힌다.
SK그룹이 반도체 전문가인 김 사장을 건설사 수장으로 보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도체 공장을 잘 아는 사람을 앞세워 공사 속도와 현장 관리 능력을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단순 도급 시공사에서 벗어나 후방 인프라 부문이 전방 반도체 생산 속도를 뒷받침하는 구조로 체질을 바꾸고 있다는 평가다.
반도체 공장 건설은 일반 건축 공사보다 공정 관리가 까다롭다. 클린룸과 전력, 용수, 폐수처리 설비가 생산라인처럼 맞물려야 하기 때문이다. 한 공정이 늦어지면 전체 생산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용인 클러스터 완공 시점을 앞당기는 과정에서 김 사장의 반도체 제조 현장 경험이 주목받는 배경이다. 반도체 공장 건설을 단순 시공이 아닌 생산 인프라 구축으로 보고 관리하겠다는 그룹 차원의 판단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 1분기 실적은 방향성 확인한 성적표

실적 개선은 에센코어, SK에어플러스 등 반도체·AI 밸류체인 편입 효과가 본격화된 영향이다. 반도체 재사용 모듈과 전자폐기물 리사이클링을 담당하는 에셋 라이프사이클 부문에서만 전체 영업이익의 85%에 해당하는 7913억원을 기록했다. 반도체 제조시설과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담당하는 하이테크 부문도 흑자로 돌아섰다.
반면 기존 건설사업인 솔루션 부문은 줄었다. 주택과 건축, 토목, 연료전지 생산시설 등을 포함한 솔루션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SK에코플랜트의 수익 구조가 기존 건설에서 반도체·AI 인프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SK그룹의 반도체 올인 전략과 맞물린 결과라고 본다. SK하이닉스가 HBM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SK텔레콤이 AI 인프라와 데이터센터 확장에 나서는 상황에서 SK에코플랜트는 이를 뒷받침할 물리적 인프라 구축을 맡는 구조가 됐다.
◇ 용인 클러스터가 가를 '반도체 인프라 기업' 평가···속도전 속 안전관리가 변수
앞으로 관건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서 실제 성과를 얼마나 빠르고 안전하게 보여주느냐다. 용인 1기 팹의 클린룸 오픈 시점이 당초 2027년 5월에서 같은 해 2월로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김영식 사장의 공정 관리 능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공장 건설 속도가 빨라질수록 인력 운용과 자재 조달, 장비 반입, 유틸리티 구축을 정밀하게 맞추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다만 속도 압박이 커질수록 안전관리 부담도 함께 커진다. 반도체 공장 건설은 대규모 인력과 장비가 동시에 투입되는 복잡한 현장이다. 과거 시흥 교량 사고 등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이력이 있는 만큼 무사고 레퍼런스를 쌓는 일이 반도체 인프라 기업으로 평가받기 위한 핵심 과제로 꼽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장은 골조보다 클린룸과 유틸리티, 장비 반입 일정을 얼마나 정밀하게 맞추느냐가 핵심"이라며 "SK에코플랜트가 용인에서 공기 단축과 안전성을 동시에 입증하면 일반 건설사와 다른 반도체 인프라 기업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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