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스크] 청년을 중소기업 'AI 전사'로

이윤재 기자(yjlee@mk.co.kr) 2026. 6. 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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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일자리 빼앗기는 청년
제조업 혁신 전사로 키우자
성과내면 확실한 인센티브로
청년도 중기도 둘 다 살려야
이윤재 벤처중소기업부장

사방이 온통 인공지능(AI)으로 들썩인다. AI에 올라타면 금세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 듯하지만, 한 걸음 뒤로 물러나보면 다른 모습이 기다린다. 바로 K자 성장의 아픈 손가락인 중소기업과 청년들이다.

중소기업의 지난해 파산 신청 건수는 2282건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런 중소기업에 AI란 여전히 난망한 과제다. AI 등장의 최대 피해자인 청년들은 또 어떤가. 지난달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3.7%로 60세 이상(47.2%)보다 낮다.

중소기업 경영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AI 도입에 엄두를 못 내는 건 그럴 만한 이유가 널렸다. 이들은 과거 수십 년간 대한민국의 뿌리산업의 주축이었지만, 공정을 데이터화한다는 건 그간 생각도 못했던 일이다. 갑자기 나타난 AI를 갖고 무엇이든 해야 할 것 같지만 그 앞단에 해야 할 디지털 전환(DX)조차 안 된 게 현실이다. 비용도 엄두가 안 난다. 막대한 비용을 투자한 만큼의 결과가 나올지 경영자들은 두렵다. 여기에 또 하나 AI가 어려운 이유는 바로 인력의 문제다.

다양한 구독형 AI 서비스가 쏟아지고, 바이브 코딩이 유행하면서 마치 누구나 AI를 쉽게 쓸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난무한다.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마치 패배자가 된 듯하다. 하지만 정작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공장의 상황에 맞게 DX와 AI전환(AX)을 이끌 수 있는 인재의 확보 자체가 어렵다. 취업문이 좁다고 하지만 AI 역량을 갖춘 청년에게 중소기업은 여전히 후순위다.

최근 들어 수억 원씩 성과급을 받아가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직원들의 이야기는 일자리를 구하려는 청년들을 더욱 짓누른다. 반도체의 경우 대한민국의 수많은 중소기업이 엮여 있는 거대한 생태계로 이뤄진 산업이지만, 지금 하청업체들이 얻을 수 있는 과실은 없다. 그 어느 세대보다 풍족하게 자란 지금 청년 세대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주저하는 걸 기성 세대들이 탐탁지 않게 볼 수 없는 이유다.

이 같은 절망적인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정부가 '중소기업 AI 전사 양성'에 나서는 건 어떨까. AI 청년 인재를 중소기업을 탈바꿈시킬 혁신가로 고용하고, 성과를 낸 청년들에게 정부가 일종의 성과급 같은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고려해보자는 것이다. 연금이든 세제든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청년 인재가 중소기업에 들어가 생성형 AI 기반의 업무 자동화를 구축하고 공급망 데이터를 효율화하면, 청년의 역할은 '단순한 중소기업 직원'이 아닌 '혁신가'로 격상된다. 기술이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낙후된 일자리의 질을 청년의 손으로 직접 바꾸는 구조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나아가 국가 제조업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도 크게 기여하는 것이기도 하다.

청년 취업률이 저조한 상황에서 이제 청년 지원 정책은 취업과 연계되면서도 일회성 지원이 아닌 지속성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단순한 현금 지원 정책으로는 청년들이 기나긴 인생을 버틸 재간이 없다. 모든 청년이 창업 역량을 갖춘 것도 아니다보니, 청년들에게 창업에 도전하라고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대한민국 제조업 경쟁력의 핵심은 대기업과 수많은 중소 협력사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공급망에 있다. 1·2차 협력사들의 디지털 대응 능력이 떨어지면 대기업의 경쟁력도 동반 추락한다. 청년 AI 전사를 통한 중소기업의 DX·AX는 무너져가는 제조업 공급망 하부를 살리는 데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갈수록 양극화되는 K자 성장 시대에 중소기업과 청년을 위한 정책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정신이 됐다. 다만 정책의 방향은 '연명'이 아닌 '자립과 성장'에 있어야 한다.

[이윤재 벤처중소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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