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에 답하다] 오세훈 연임에 정비조합 반색… 재건축 속도 더 붙을까
공공기여 완화에 사업성 쑥
압구정 100억 초고가 기대
모아타운 등 소규모도 반색

지방선거 막판 뒤집기가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바꾸게 됐다.
오세훈 시장의 연임으로 '오세훈표 정비사업'이 강력한 동력을 얻으면서, 사업성 부족으로 멈춰 섰던 서울 곳곳의 재건축·재개발 시계가 다시 빠르게 돌아갈 수 있게 됐다.
특히 오 시장은 선거 기간 신통기획 2.0을 통해 2031년까지 31만 가구 아파트를 착공하겠다고 공언했다. 신통기획은 기존 사업성 부족으로 사업이 진행되지 못한 사업지에 종 상향, 높이 제한 폐지 등으로 사업성을 확보하도록 하고 기본계획 수립 단계부터 공공이 지원해 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관련 정책이 유지되면서 주요 재건축 단지에 기대감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35층에서 49층으로… 높아지는 한강변 재건축
서울시는 지난 2022년 서울도시기본계획 등을 통해 기존 상징처럼 여겨졌던 35층 규제를 폐지했다. 전임 시장 시절에는 최고 층수 규제로 개발이 제한됐으나, 층수 규제가 풀리며 사업성이 개선됐다. 잠실과 여의도 등 한강변 재건축이 직접적인 수혜를 보게 됐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 이미 중층 이상의 노후 아파트여서 재건축 사업성 확보가 쉽지 않았으나, 최고 49층 재건축이 가능해지면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는 지난 4월 43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신축인 잠실 르엘 전용 84㎡가 44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도 가격 경쟁력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다.
20년차 구축 아파트인 잠실 리센츠 등과 비교하면 오히려 10억원 이상 높은 거래가다. 성동구 성수동 일대에서도 기대감이 일고 있다. 성수전략정비구역 성수1~4지구는 최고 60층대 재개발이 가능해지면서 사업성을 확보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성수1~4지구가 재개발되면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나 '트리마제' 같은 초고가 아파트를 크게 뛰어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아파트에선 지금도 대형 평수가 100억원대에 거래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는데, 이 같은 초고가 아파트 거래는 더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압구정 재건축도 수혜를 입게 된다.
압구정 역시 최고 60층대 재건축을 확정하면서 사업성이 개선되고 있다. 업계에선 압구정 재건축 완료 시 전용 84㎡ 매매가가 100억원을 상회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등 대형 시공사로부터 파격적인 제안서를 받아든 상황이다. 특히 현대건설은 압구정에 세계 최초 '로봇 친화형 단지'를 제안했다. 자율주행 로봇이 아파트 곳곳을 오가도록 시스템을 구축해 입주민의 안전과 편의를 아우르는 미래형 주거단지를 만든다는 것이다.
현대건설은 이를 위해 현대자동차그룹과 협업하고 있다. 이런 청사진이 완성되면 세계 최고급 주거단지로 도약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비한강변 목동도 수혜지
오 시장 연임으로 양천구 목동 14개 재건축 단지도 정비사업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목동은 서울시의 35층룰 규제 해제 수혜를 정면으로 받고 있는 지역으로 꼽힌다. 기존에는 35층룰로 사업성이 제한적이었지만, 현재 49층 재건축이 가능해지면서 상황이 달라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목동 재건축 1호인 목동6단지는 지상 최고 20층, 1362가구인 기존 아파트를 헐고 지상 최고 49층, 2173가구 규모로 재건축할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이 영향에 목동 주요 단지는 이미 재건축 전 기준으로도 평당 1억원 이상을 호가하고 있다. 목동7단지 전용 53㎡(22평)는 지난 2월 25억원에 거래됐다.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20억원 수준에 거래되던 매물이다. 강북의 노후 주거지인 강북5구역 공공재개발도 서울시 정책의 수혜를 입게 됐다. 서울시는 최근 강북5구역에 최고 49층 재개발을 조건부 허가했다. 강북5구역은 2014년 재정비촉진구역 지정 이후 사업성이 낮아 개발이 지연됐던 곳이다. 그러나 서울시의 용적률 완화와 각종 인허가 지원을 받으면서 사업성이 높아졌고, 이 영향에 재개발 속도가 붙고 있다.
◇공공기여도 줄어든다
서울시는 재개발·재건축 공공기여(기부채납)도 줄이고 있다. 공공기여는 정비사업으로 인한 개발 이익 일부를 공공에 환원하는 제도다. 정비사업에서는 사업성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서울시는 최근 공공기여 산정 기준을 손질하고 있다. 과거에는 제1종 일반주거지역이 제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종상향될 경우 토지 면적의 10% 수준을 공공기여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공공기여 비율이 줄었다. 조합 입장에서는 공공기여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사업성을 높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또 서울시는 이달부터 역세권 활성화 전략을 통해 사업자의 공공기여 부담을 추가로 덜기로 했다. 역세권 활성화 전략은 고밀·복합개발을 통해 2031년까지 서울 모든 지하철역 주변을 주거와 문화·여가, 생활 사회간접자본(SOC)이 결합한 공간으로 발전시켜 도시 경쟁력을 높이고 균형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내용이다. 서울시는 이 기준을 적용해 용도지역을 최대 일반상업지역으로 상향할 수 있는 대상지를 기존의 153개 중심지 역세권에서 서울 325개 모든 역세권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중심지가 아닌 역세권에서도 이전까지 근린상업지역이나 준주거지역에 한정됐던 용도지역 상향 범위를 일반상업지역으로 상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소규모 정비사업도 반색
소규모 정비사업인 모아타운과 가로주택정비사업 단지도 반색이다. 특히 모아타운은 오세훈 시장 2기인 2022년부터 본격 확대돼 '오세훈표 정비사업'으로도 불리는데, 현재 모아타운 지정이 완료됐지만 사업성 부족으로 장기간 방치되고 있는 곳들이 적지 않다.
오 시장이 연임에 실패해 후임 시장이 '전임자 사업 지우기'에 나설 경우 사업 추진이 중단될 가능성이 있었으나, 사업 추진을 지속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일각에선 정비구역 지정이 과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업성이 부족한 지역은 선별이 필요한데 구역해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또 각 지자체에는 정비구역 지정 총량제가 있다. 특정 지역 전체가 동시다발적으로 공사장화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함이다. 정비사업은 주택공급을 위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추진 과정에서 철거를 해야 해 5년 이상 주택 수를 줄이게 된다.정비업계 관계자는 "오 시장의 당선으로 주요 정비조합이 사업 추진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됐다"면서도 "다만 압구정과 목동 등 모든 사업지가 재건축을 동시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한데, 모든 단지가 이를 간과하고 있어 추후 우선순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순원 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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