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1년…K-방산, 수출기업 넘어 '국가전략 산업'으로[NW리포트]
글로벌 안보 공급망의 장기 파트너로 부상
이재명 정부, R&D 확대와 세일즈 외교 본격화

수출 반등에 글로벌 점유율 상승…K-방산 전략산업 부상
이 같은 정책 기조는 글로벌 재무장 수요와 맞물리며 방산 수출 회복세로 이어졌다. 정부가 발표한 2025년 방산 수출액은 154억달러로 전년(96억달러) 대비 60.4% 증가했다. 지난 2022년 폴란드 대형 계약 이후 조정 국면에 들어섰던 방산 수출이 2023년과 2024년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다 다시 반등한 것이다.
특히 유럽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재무장 수요가 이어졌고, 중동에서는 방공망 강화 수요가 커지면서 K9 자주포, K2 전차, 천무, 천궁-Ⅱ, FA-50 등 한국산 무기체계의 수출 기반이 넓어졌다. 정부가 국방 R&D 예산을 역대 최대 수준인 5조8396억원으로 늘린 것도 단순 수출 지원을 넘어 차세대 무기체계와 핵심부품 국산화, 첨단기술 확보에 방점을 둔 조치로 풀이된다.
국제 무기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도 달라지고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한국의 2025년 무기 수출 세계 시장 점유율을 6.0%라고 밝혔다. 이는 2024년 3.6%보다 크게 오른 수치다. 같은 기준에서 ▲미국 1위(42%) ▲프랑스 2위(10%) ▲이스라엘 3위(7.8%)로 집계됐다.
SIPRI가 통상 제시하는 5년 누적 기준 2021~2025년 통계에서 한국이 점유율 3.0%로 9위를 기록했던 점을 고려하면 대형 수출 물량과 납품 효과가 단년 기준 순위에 빠르게 반영된 셈이다.

특사 파견·고위급 협의…정부-기업 '원팀' 세일즈 본격화
대표 사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천무 수출이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전략경제협력 특사 자격으로 폴란드와 노르웨이 등을 방문해 방산 협력 확대를 지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와 39억달러, 약 5조6000억원 규모의 천무 유도미사일 3차 실행계약을 체결했고, 노르웨이와도 천무 16문, 유도미사일, 종합군수지원 등을 포함한 9억2200만달러, 약 1조3000억원 규모의 풀패키지 공급 계약을 맺었다. K9 자주포와 천무를 중심으로 유럽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정부-기업 원팀 세일즈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항공 분야에서는 KAI가 정부의 국방·항공우주 R&D 확대 기조와 맞물려 KF-21 양산과 FA-50 수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KAI는 올해 1분기 매출 1조927억원, 영업이익 671억원을 기록했으며, 완제기 수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9.5% 증가했다. FA-50 수출과 KF-21 양산은 K-방산의 항공 분야 확장을 이끄는 축으로 꼽힌다.
유도무기 분야에서는 LIG D&A가 천궁-Ⅱ 수출을 기반으로 항공우주와 무인화 영역까지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711억원, 수주잔고는 25조3100억원으로 집계됐다. 중동 지역의 방공망 강화 수요가 이어지면서 천궁-Ⅱ는 한국형 방공무기체계의 대표 수출 품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상무기 분야에서는 현대로템이 K2 전차를 앞세워 폴란드 시장에서 현지 생산과 장기 운용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2025년 폴란드와 체결한 65억달러 규모의 K2 전차 2차 이행계약에는 현지 생산, 기술이전, 교육, 정비, 예비품 등이 포함됐다. 이는 K-방산 수출 모델이 단순 장비 판매에서 상대국 운용체계 구축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의 세일즈 외교와 기업의 제품 경쟁력이 맞물리면서 K-방산 수출 방식도 고도화되고 있다. 단순 장비 판매를 넘어 현지 생산, 기술협력, 금융 지원, 장기 군수지원까지 포함한 패키지 수출 모델로 확장되는 흐름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K-방산은 가격과 납기 경쟁력을 넘어 체계 통합, 현지 생산, 기술협력, 후속 군수지원까지 제공할 수 있는 단계로 올라섰다"며 "정부의 고위급 외교 채널이 상대국과의 신뢰를 뒷받침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장기 파트너로 평가받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핵추진잠수함·AI 국방까지 확장…시장 다변화는 과제
핵추진잠수함은 K-방산의 외연을 조선, 원전, 소형원자로, 첨단 소재·부품 산업까지 넓힐 수 있는 사업으로 꼽힌다. 정부는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건조 사업을 '장보고 N사업'으로 명명하고 2030년대 중반 1번함 진수, 2030년대 후반 전력화를 목표로 제시했다. 핵연료는 농축도 20% 미만의 저농축우라늄을 사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사업 규모와 난이도는 적지 않다. 5000t급 이상 핵추진잠수함은 1척 건조비만 3조원을 넘고, 4~6척을 확보할 경우 건조비만 12조~18조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개발비까지 포함하면 총사업비가 20조원을 웃돌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기술 확보와 예산, 국제협력, 비확산 체제 등 복합적인 조율이 필요한 이유다.
수출 구조 측면의 과제도 남아 있다. K-방산 수출은 폴란드와 중동 등 특정 지역 비중이 크다. 대형 계약이 일부 국가와 무기체계에 집중될 경우 수출 실적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현지생산 확대가 국내 협력업체의 수혜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수출 계약 이후 수십 년간 이어지는 MRO와 성능개량 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도 관건이다.
공급망과 인력 확보도 숙제다. 첨단 무기체계는 반도체, 센서, 항공전자, 추진체계, 소재·부품 경쟁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이어질 경우 납기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는 만큼 핵심부품 국산화와 협력업체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AI, 드론, 우주, 무인체계 등 미래전 분야 전문 인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도 K-방산의 지속 성장 여부를 가를 변수로 꼽힌다.
최기일 상지대학교 교수는 "현 정부 들어 방산 정책의 무게중심이 단순한 수출 확대를 넘어 국가 차원의 전략 산업 기반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특히 유사시에도 생산을 이어갈 수 있는 역량과 부품·소재 공급망의 안정성을 안보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이전과 다른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유럽 국가들이 주목하는 것은 개별 무기 성능만이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산업 체계"라며 "외교와 금융, 산업 지원이 함께 맞물릴 경우 한국 방산의 서방 공급망 내 입지는 한층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승용 기자 lsy2665@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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