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도 수사도 철벽… 헌법 뒤에 숨은 선관위
헌법 114조 독립기관…헌재 결정으로 감사원 직무감찰마저 원천 차단
‘소쿠리 투표’·채용 비리 등 부실 누적에도 징계 수단 잃은 행정부
회계검사·강제수사·국정조사 등 합법적 통제망 엮은 ‘우회 압박’ 유력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이 4일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열린 지선 투표용지 부족 사태 항의 집회 현장을 찾아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04/dt/20260604165853292hpnr.jpg)
이재명 대통령이 6·3 지방선거 본투표에서 발생한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행정부 권한을 총동원한 책임 규명을 지시했다. 하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헌법상 독립기관 지위를 앞세워 감사와 수사 등 외부 통제에 철벽을 세운 구조여서, 행정부의 직접 감찰 대신 수사기관 강제수사, 제한적 회계검사, 국회 국정조사 등 우회로를 통한 진상 규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지난 3일 서울 송파구와 강남구 등 전국 최소 14개 투표소에서 본투표 용지가 동나 유권자들이 투표를 포기하거나 심야까지 대기하는 혼란이 빚어졌다. 선관위가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본투표 용지를 선거인 수의 50%만 인쇄하도록 한 자체 지침이 원인이었다. 현장에서는 추가 인쇄한 용지를 지퍼백에 담아 긴급 이송하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04/dt/20260604165854566mezi.jpg)
이 대통령은 4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겨냥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이 대통령은 “민주공화국에서 무엇보다 철저해야 할 선거 관리에 납득하기 쉽지 않은 허점이 발생한 점에 대해 매우 큰 유감을 표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계기관은 행정부가 가진 권한과 책임을 모두 사용해 문제 발생 이유를 명확하게 밝히고 책임질 것이 있다면 명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고강도 개혁을 예고했다.
선관위를 둘러싼 선거 관리 부실 논란은 반복돼 왔다. 2022년 대선 당시 코로나19 확진자의 사전투표 용지를 종이상자 등에 담아 옮긴 이른바 ‘소쿠리 투표’ 사태에 이어 2023년에는 고위 간부들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터졌다. 누적된 선관위 불신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부정선거 척결을 명분으로 계엄군을 선관위 청사에 투입하는 헌정 초유의 12·3내란 사태를 야기한 빌미가 되기도 했다.
잇따른 실책과 대통령의 질타에도 행정부가 선관위를 직접 제재할 법적 수단은 사실상 전무하다. 1960년 3·15 부정선거의 반성으로 제정된 헌법 제114조는 선관위를 입법·사법·행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 기관으로 명시했기 때문이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이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발언은 선관위에 대한 행정부의 직접적인 제재를 의미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 배경도 바로 여기에 있다.
감사원의 감사마저 가로막힌 상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25년 2월 권한쟁의심판에서 “감사원의 직무감찰권은 행정부 내부 통제 장치이므로 독립 기관인 선관위는 감찰 대상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허철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6·3 지방선거 본투표일인 3일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04/dt/20260604165855833ptmf.jpg)
직접 개입이 불가능한 현 체계에서는 간접적 견제 수단이 동원될 것으로 관측된다. 감사원의 직무감찰은 불가하지만 인쇄량 축소를 지시한 재무적 타당성 등은 감사원의 합법적 ‘회계검사’ 영역에 해당한다. 국회 차원의 통제도 핵심 수단이다. 여야정치권이 함께 나서면 국정조사 실시와 헌법에 단서 조항을 달 수 있는 법 개정이 가능하다. 참정권을 침해받은 유권자의 선거무효 소송에서 법원의 사후 판단도 변수로 거론된다. 또 112 신고 내역 등을 토대로 ‘공직선거법상 투표방해 및 형법상 직무유기 혐의 적용도 검토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익명을 요구한 판사출신의 한 변호사는 “선관위가 헌법을 근거로 성역화 된 국가기관인 점은 맞다”면서도 “국민 신고로 이뤄지는 수사와 입법부의 국정조사까지 모두 비껴갈 수 있는 절대 영역은 아닐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윤정 기자 kking15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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