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장보다 뜨거운 막차의 유혹[기자수첩]
소외감이 키운 추격매수 압박

실제 올해 코스피 랠리의 중심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기업이 있었다. 5월 말 기준 20거래일 상승종목비율(ADR)도 50% 초반까지 낮아졌다. 지수는 오르는데 정작 오르는 종목의 수는 줄어드는 기형적인 장세가 펼쳐진 셈이다.
오르지 못한 주식을 들고 있는 투자자에게 이 상황은 축제가 아니라 조용한 압박으로 다가온다. 보유 종목은 제자리걸음인데 지수만 치솟으면 자신도 모르게 투자 판단을 의심하게 돼서다. 내 포트폴리오가 부실한지, 지금이라도 갈아타야 하는지, 이미 시점을 놓친 것은 아닌지 계산이 복잡해진다.
하락장에서는 그저 묵묵히 견디면 되지만, 상승장에서 소외되면 남들은 벌고 있다는 상대적 박탈감까지 함께 견뎌야 한다. 때문에 강세 구간에서는 개인의 위험 선호도도 커진다. 손실을 견디거나 펀더멘털을 점검하기보다 눈앞에서 급등하는 주도주와 고위험 상품의 흐름에 올라타야 한다는 조급함이 판단을 흐릴 수 있다.
더 나아가 개인투자자들의 수급은 과거처럼 단순히 주가가 빠진 종목을 저가 매수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실적과 산업 논리로 반도체 등 일부 업종에 시장 수급이 집중되면 이를 후행 추종하는 행태가 강해졌다. 상장지수펀드(ETF)는 이 쏠림을 가속화한다.
테마형·레버리지 ETF는 개인 자금을 반도체, 인공지능(AI), 로봇 등 이미 과열된 곳으로 더 빠르게 몰리게 한다. 개인은 분산투자를 선택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특정 테마와 업종에 대한 노출을 키우는 구조에 들어갈 수 있다.
결국 지금 필요한 질문은 코스피가 새로운 고점을 넘느냐 마느냐가 아니다. 이 거대한 상승장이 과연 얼마나 많은 투자자의 계좌에 실질적인 온기를 전하고 있는지 물어야 한다.
정부가 코스닥 활성화와 시장 저변 확대를 말하고 있지만, 당장 체감될 만한 쏠림 완화 장치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 불장은 지수를 수식하는 말일 뿐 다수의 투자자에게 닿지는 않는다. 그 온기가 널리 번지지 못할수록 더 뜨거워지는 건 수익의 확신이 아니라 뒤늦게라도 올라타야 한다는 막차의 유혹이다.
문혜진 기자 hjmoon@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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