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도 자위행위 한다…“자연스러운 행동, 벌해선 안 돼요”

김지숙 기자 2026. 6. 4.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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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앵무새 등 조류 120종에서 관찰돼
최근 영국 랭커스터대 연구진은 앵무새를 비롯한 조류 120종에서 자위행위가 관찰되고, 이런 행동은 사육 환경보다 야생에서 더 자주 보인다는 연구를 내놨다. 사진은 사랑앵무. 위키미디어 코먼스

동물의 자위행위는 케이프땅다람쥐, 말, 큰돌고래, 바다이구아나, 아델리펭귄, 일본원숭이, 침팬지 등 다양한 동물에게서 관찰됐지만, 과학적 연구 대상으론 관심이 적었다. 자위행위가 금기시되는 주제인 데다, 인간이나 영장류만 이런 행동을 한다는 인식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앵무새를 비롯한 조류 120종이 자위행위를 하고, 사육상태보다 야생에서 더 자주 관찰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1일(현지시각) 영국 랭커스터대 클로이 헤이스 박사 등 연구진이 조류의 자위행위가 야생과 사육상태 모두 광범위하게 나타나며, 사육 환경의 스트레스 반응이 아닌 자연스러운 행동이라는 연구 논문을 펴냈다고 보도했다. 이번 연구는 같은 날 국제학술지 ‘생태와 진화’에 공개됐다.

논문을 보면, 반려 새의 자위행위는 널리 알려진 현상이다. 자위행위는 총배설강을 나뭇가지나 장난감 같은 물체에 문지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총배설강은 조류가 배설, 배뇨, 번식을 동시에 해결하는 기관으로, 수컷은 이곳을 통해 정자를 암컷에게 전달하고, 암컷은 정자를 받아들여 알을 낳는다.

그동안 조류의 자위행위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던 이유는 총배설강은 신경 다발이 적어 민감도가 낮다고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이는 조류가 포유류와 비슷한 방식으로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할 거라는 추정을 낳았고, 조류가 쾌락을 위해 성행위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는 근거가 됐다. 이 때문에 그동안 조류의 자위행위는 흔히 ‘문제 행동’으로 여겨져 왔다. 보호자들은 이를 억제하기 위해 자위행위에 이용되는 장난감이나 횃대를 제거하거나 중성화 수술을 하고, 약물·호르몬을 처방받는 방식으로 반려 새를 관리해왔다고 한다.

연구진은 새들이 왜 자위행위를 하는지, 어떤 종에서 나타나는지 알아보기 위해 반려 새 보호자, 조류학 전문가, 조류 사육자, 새 커뮤니티 이용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앞선 학술 연구에 보고된 사례들을 조사했다. 그 결과, 자위행위는 앵무새, 오리, 칠면조, 닭을 포함한 120여 종의 조류에게서 널리 나타났으며, 사육 환경보다 야생에서 더 흔하게 관찰됐다. 수컷에 대한 사례가 약간 더 많았지만, 암컷에서도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또한 어린 개체와 성체 사이에 큰 차이가 없어서, 자위행위가 성 성숙 이전 교미 연습일 수 있다는 기존 가설이 어긋난다고 분석했다.

최근 영국 랭커스터대 연구진은 앵무새를 비롯한 조류 120종에서 자위행위가 관찰되고, 이런 행동은 사육 환경보다 야생에서 더 자주 관찰된다는 연구를 내놨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헤이스 박사는 “수컷은 보통 횃대나 장난감, 나뭇가지 혹은 보호자의 손·발·어깨 등에 몸을 격렬하게 문지르는 방식으로 행동하는 반면, 암컷은 꼬리를 들어 올리고 적당한 물체에 등을 밀착시키는 경향이 있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이러한 행동은 때때로 날갯짓과 함께, 평소에는 잘 들을 수 없는 특유의 울음소리를 동반했다. 연구진은 “자위행위는 조류가 보이는 성행동의 일부로, 성적 흥분을 해소하는 수단이거나 교미 후 번식 성공률을 높이는 수단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동저자인 마틸다 브린들 박사는 이번 연구가 반려 새 복지에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통적인 사육 지침에서는 종종 새 보호자들에게 이러한 행동을 억제하거나 처벌하도록 권장하며, 때로는 수술이나 호르몬 치료까지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고 말했다. 조류의 자위행위가 자연스러운 행동이란 점을 강조한 것이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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