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두 달 만에 장중 1530원대…외국인 19거래일 매도에 원화 약세

남영재 기자 2026. 6. 4.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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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 장기화·고유가 우려에 환율 급등
외국인 올해 115조 순매도…반도체 흑자도 역부족
13거래일 연속 1500원대…외환위기 이후 최장
[출처=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두 달여 만에 장중 1530원대를 돌파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중동 지정학 리스크와 외국인 대규모 주식 매도세가 겹치면서 원화 약세 압력이 커지는 양상이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 종가 기준 전 거래일보다 13.3원 오른 1529.7원에 마감했다. 환율은 개장 직후 1530.8원까지 치솟으며 지난 3월 31일 이후 처음으로 장중 1530원선을 넘어섰다.

주간 거래 종료 이후 연장 거래에서도 상승세는 이어졌다. 오후 4시27분께 환율은 1536.9원까지 오르며 지난 3월 말 기록했던 장중 고점을 다시 터치했다.

환율이 1530원 이상에서 주간 거래를 시작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약 17년 만이다. 아울러 환율은 13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유지하며 외환위기 이후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반도체 흑자도 역부족

시장에서는 반도체 수출 호조에도 외국인 자금 유출 속도를 상쇄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의 달러 유입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지만,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세가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모습이다.

실제 올해 들어 외국인의 국내 증시 순매도 규모는 115조원을 넘어섰다. 코스피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과 포트폴리오 재조정(리밸런싱)이 본격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외국인은 이날도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6조90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는 중동 전쟁 발발 직전인 지난 2월 말 이후 최대 규모다. 외국인 순매도는 지난달 7일 이후 19거래일 연속 이어지고 있다.

중동 긴장도 환율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군사 충돌이 이어지면서 국제유가는 배럴당 90달러 후반대로 상승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 역시 사흘 연속 오르며 99선 중반을 넘어섰다.

시장에서는 중동 리스크가 완화되더라도 고환율 흐름이 쉽게 꺾이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쟁 종료 이후에도 고유가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고,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대미 관세 이슈가 재부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이 미국과 이란의 합의가 쉽지 않은 구조라는 점을 점차 반영하고 있다"며 "역외 시장에서는 이미 원·달러 환율이 1530원대를 넘어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외환당국은 구두 개입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시장 영향력은 제한적인 모습이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환율 쏠림 현상에는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고, 이날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과도한 쏠림 시 즉시 조치하겠다"고 경고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외국인 자금 유출과 중동 리스크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만큼 원화 약세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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