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550원 간다?…중동 불안·외국인 이탈 ‘압박’
[대한경제=김봉정 기자]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530원선에서 거래를 시작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환율이 1550원선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외국인 자금 유출과 고유가 우려, 해외 투자 확대에 따른 달러 수요 증가 등이 원화 약세 압력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530.0원에 개장해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13.3원 오른 1529.7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환율이 1530원선을 넘어 거래를 시작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0일(1554.0원) 이후 약 17년 3개월 만이다. 장중 기준으로도 지난 3월 31일 이후 두 달여 만에 1530원대를 회복했다. 당시 장중 고점은 1536.9원이었다.
주간거래 종가 기준으로도 올해 3월 31일(1530.1원) 이후 두 달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환율은 종가 기준 13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환율 급등의 배경으로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와 외국인 순매도, 해외 투자 확대에 따른 달러 수요 증가 등을 꼽았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현재 환율 상승은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와 외국인 매도세가 맞물린 영향”이라며 “수급 측면의 부담과 대외 불확실성이 환율을 끌어올리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도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의 주요 배경 중 하나는 외국인 순매도”라며 “외국인 자금 유출 규모가 상당한 데다 중동 리스크에 따른 고유가 부담까지 겹치면서 환율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중동 지역 긴장이 장기화될 경우 환율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박 연구원은 “중동 관련 문제가 6월에도 해소되지 않는다면 환율이 1550원선을 넘어설 가능성도 상당히 높아 보인다”며 “반대로 관련 불확실성이 완화된다면 현재의 1530~1540원 수준이 상단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연구원은 “중동 지역 긴장이 완화되고 유가가 안정돼야 환율도 진정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는 1550원 정도를 상단으로 보고 있지만 관련 요인이 해소되지 않으면 높은 수준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단기적으로 환율을 안정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향후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원화 가치가 강해지면서 환율이 의미 있게 하락하는 흐름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며 “현재는 국내 요인보다 대외 요인의 영향력이 더 큰 국면”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정부도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외화 유동성 공급 확대, 국민연금 환헤지 비율 조정, 해외투자 국내 복귀를 유도하는 세제 지원 등 다양한 안정화 조치를 내놨다”며 “현 시점에서는 중동 지역 긴장 완화 등 대외 불확실성이 진정돼야 환율도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외국인 순매도로 환율이 오르는 경우에는 외환당국이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기 쉽지 않다”며 “구두 개입의 효과도 제한적인 만큼 단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당국도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대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불안 심리가 확산하지 않도록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과도한 쏠림 현상에는 필요한 조치를 즉시 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신현송 한은 총재도 지난달 통화정책방향회의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환율은 중앙은행 입장에서 상당히 중요한 변수”라며 “환율 쏠림 현상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며 용인하지 않겠다. 원화 국제화를 통해 역외 NDF 시장 거래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김봉정 기자 space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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