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양극화 지속···원인은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김태영 기자 2026. 6. 4.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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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개선 성공했지만 업권 내 양극화 심화
상위 4개사 순이익 비중 72% 집중···중소형사는 조달비용·건전성 부담 이중고
예금보호 1억원 시대, 대형사 자금 쏠림 가속화 원인 지목
자본력과 브랜드 경쟁력, 디지털 역량 차이 등 구조적 요인 복합적 작용 분석도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저축은행업권이 올해 1분기 333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실적 개선에 성공했지만 업권 내 양극화는 오히려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상위권 저축은행들이 유가증권 운용수익과 수신 경쟁력 강화를 바탕으로 실적 회복에 속도를 내는 반면, 중소형 저축은행들은 수익성과 건전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지난해 9월 시행된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이 대형 저축은행으로의 자금 쏠림을 부추긴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자본력과 브랜드 경쟁력 격차 등 구조적인 문제가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사진=챗GPT

4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333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440억원 대비 약 658% 증가한 규모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 정리 과정에서 대손충당금 부담이 줄어든 데다 유가증권 운용수익이 크게 늘면서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얼핏 숫자만 놓고 보면 업권 전반이 회복세에 접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성적표는 일부 대형사에 집중됐다. 한국투자·OK·웰컴·SBI저축은행 등 자산 규모 상위 4개 저축은행의 1분기 순이익은 2406억원으로 전체 순이익의 약 72%를 차지했다. 사실상 업계 전체 이익 대부분을 소수 대형사가 만들어낸 셈이다.

특히 한국투자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은 증시 상승에 따른 유가증권 관련 수익 증가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반면 자본 규모가 작은 중소형 저축은행들은 투자 여력이 제한적인 만큼 같은 시장 환경에서도 수익 개선 폭이 크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최근 저축은행 실적이 대출 영업보다 자산운용 성과에 크게 좌우되고 있다는 점에서 자본력 차이가 수익성 격차로 직결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 본업 경쟁력을 보여주는 이자수익은 오히려 감소했다. 올해 1분기 저축은행업권의 이자수익은 2조7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66억원 줄었다.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중·저신용 차주의 상환능력이 악화됐고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기보다 건전성 관리에 집중하면서 이자이익 기반이 약화된 것이다.

이 가운데 업계가 주목하는 변수는 지난해 9월 시행된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이다. 예금보호한도가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확대되면서 소비자들의 예금 운용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과거에는 예금자들이 보호한도를 고려해 여러 저축은행에 자금을 분산 예치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보호한도가 두 배로 늘어나면서 굳이 여러 금융회사에 자금을 나눠 맡길 필요성이 줄어들었다. 그 결과 상대적으로 재무건전성이 우수하고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대형 저축은행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SBI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 한국투자저축은행 등은 높은 시장 인지도와 모바일 플랫폼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신 확대에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반면 중소형 저축은행들은 예금 유치를 위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는 조달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예금자보호한도 상향만을 양극화의 주된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이미 PF 부실 여파와 자본력 격차, 디지털 경쟁력 차이 등으로 업권 내 양극화는 수년 전부터 진행돼 왔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실적 차이는 수신 규모보다 유가증권 운용 능력과 자본 규모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소형 저축은행들이 금리 외 차별화된 경쟁 요소가 부족한 데다 수익성과 건전성 변동성이 커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이후에도 실질적인 자금 유입 효과를 누리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수신 확보를 위한 금리 경쟁이 심화될 경우 순이자마진(NIM) 축소와 수익성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했다.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은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하나의 촉매제가 될 수는 있지만 근본 원인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자본력과 브랜드 경쟁력, 디지털 역량, PF 부실 대응 능력 등에서 이미 벌어진 격차가 예금자보호 제도 변화와 맞물리면서 상위권 저축은행으로 자금과 수익이 집중되는 흐름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이후 소비자들의 대형사 선호 현상이 일부 강화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현재의 양극화는 단순히 제도 변화 하나 때문이라기보다 수년간 누적된 경쟁력 격차가 드러난 결과에 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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