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야호~!” 흑백요리사 츠쿠네부터 안도 다다오 박물관 맥주 밤까지

이혜운 기자 2026. 6. 4.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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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 열려
6월 4일부터 13일까지 제주 고메 위크
“전 수익금 미래 셰프들을 위한 장학금”
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의 갈라디너 현장에서 인사하는 미쉐린 1스타의 에스콘디드 진우범 셰프(왼쪽)와 미국 와인 텍스트북 대표 바트 브롬버거. /사진=이혜운 기자

라임과 고수, 청양 계열의 차가운 소스 안에서 제주 뿔소라가 놀랍도록 부드럽게 열렸습니다. 자칫 질기거나 비릴 수 있는 소라가 산뜻하고 청량하게 입 안에서 녹아내립니다. 그에 곁들이는 건 미국 와인 텍스트북의 소비뇽 블랑 2025. 풀 내음 같은 허브향과 날카로운 산미가 소라의 여운을 깔끔하게 닦아냈습니다.

“제주 제철 뿔소라는 오독오독하고 쫄깃한 식감이 특징입니다. 멕시코식 세비체(레몬에 재운) 기법으로 풀어내봤습니다.”

지난달 23일 제주신화월드 랜딩볼룸. 미쉐린 1스타의 에스콘디드 진우범 셰프가 요리를 내놨습니다. 이곳은 올해로 11회째인 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의 갈라디너 현장입니다. 주제는 ‘섬들의 대화(Dialogue of Islands)’. 제주와 하와이가 자매결연을 맺은 지 40년 된 것을 음식으로 축하하기 위해 서울·도쿄·하와이에서 온 셰프들이 한 주방에 서 있습니다. 그들은 각자 다른 언어를 썼지만,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부엌이라는 공간은 원래 그런 곳입니다. 언어보다 먼저 냄새가 통하고, 말보다 먼저 불이 통합니다.

다음 접시는 하와이에서 온 하얏트 리젠시 와이키키의 미카 디파올로 셰프가 만든 전복입니다. 직화로 구워 코코넛 뵈르 블랑을 얹고, 제주 천혜향 그레몰라타로 마무리했습니다. 불 위에서 익은 전복은 겉이 살짝 그을린 채로 왔습니다. 그 훈연의 향 위로 코코넛 버터 소스의 달고 풍부한 기름기가 얹혔습니다.

마지막으로 천혜향 그레몰라타가 그 무거움을 가볍게 들어 올렸습니다. 코코넛과 천혜향이 한 접시 안에서 서로를 방해하지 않았습니다. 좋은 조합은 대개 그런 식으로 작동합니다. 그 옆에 텍스트북 리저브 샤르도네 2023가 있었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와인이에요.” 텍스트북 와인메이커 아비가일 에스트라가 말합니다. 그는 이번 행사를 위해 텍스트북 대표 바트 브롬버거와 함께 방한했습니다.

디저트는 일본 도쿄 VERT에서 온 토시히로 타나카 오너셰프의 제주 카라향과 일본 차로 만든 ‘단란’입니다. 여기에 교토 우지 말차 ‘사미도리’를 곁들입니다. 넣으면 카라향의 청량하고 달콤한 즙이 말차의 쌉싸름함을 부드럽게 감쌌습니다. 타나카는 “식후 깔끔하고 상큼한 뒷맛이 남도록” 만들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그랬습니다. 긴 저녁이 조용히, 깔끔하게 닫혔습니다. 좋은 소설의 마지막 문장처럼.

봄과 여름 사이인 이 맘때 제주는 비수기입니다. 봄 유채의 화려함도 여름 바다의 낭만도 없습니다. 대신 제철 식재료들이 넘쳐납니다. 성게는 4월부터 7월 초까지 생물 성게알을 맛볼 수 있는 계절입니다. 갈치와 고등어는 6월부터 오르기 시작합니다. 전복과 뿔소라는 지금이 제철이고, 무늬오징어는 제주 남쪽 바다에서 막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을 줄 서지 않고 즐길 수 있습니다. 지금 제주는 호텔 숙박료도 저렴합니다.

매년 이 시기 제주에선 ‘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이 열립니다. 전 세계 유명 셰프들이 제주 식재료로 요리하기 위해 모여듭니다. 성수기 때 한 번 가려면 몇 십 분씩 줄 서야 하는 제주 맛집들은 유명 셰프들과 재미있는 콜라보를 진행합니다.

제11회 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JFWF) 첫째날 갈라 디너. 하와이에서 온 미카 디파올로, 브룩 타데나 셰프, 국내 요리사인 김건, 진우범, 서효철, 일본 토시히로 타나카 셰프가 협업했다. 맨 왼쪽은 코리아푸드앤와인페스티벌 정문선 이사장. /사진=이혜운 기자

6월 5일 신화테라스에서는 제주 돼지를 마음껏 맛볼 수 있습니다. 흑백요리사 출신인 야키토리왕 김병묵 셰프의 재래돼지 츠쿠네, 프렌치돌 장한이 셰프의 젓가락으로도 찢어지는 고추장 목살찜, 공사판 셰프 정우영의 백돼지 문정국밥, 돌아온 소년 채낙영의 난축맛돈 훈연 바비큐. 여기에 줄 서는 맛집 숙성도 신규 브랜드 ‘네모나케’의 숙성육 가츠산도와 샤퀴테리 도감의 구좌감자 그라탕까지 즐길 수 있습니다.

6일은 제주 과일로 만든 디저트를 마음껏 맛볼 수 있습니다. 제주한라대 컨벤션센터에 귤메달, 글로시말차, 모노클제주, 미스터밀크, 진진제과 등 제주에서 사랑받는 디저트 브랜드 15곳이 한자리에 모입니다. 맛집마다 찾아다닐 필요가 없습니다. 6일엔 ‘커피템플’과 ‘카페 오쁘띠베르’에서 박준우 셰프의 피스타치오·라즈베리 피낭시에와 커피 페어링도 열립니다.

7일엔 제주 대표 바 ‘포티파이브’가 제주 향토 음식 명인 ‘낭푼밥상’과 만납니다. 명인의 반찬에 어울리는 칵테일 4종. 향토 음식과 칵테일의 조합은 예상보다 잘 어울립니다. 8일 제주 문화 복합 공간 ‘레미콘’에는 김호윤 셰프가 옵니다.

9일엔 제주 현지 ‘해녀의 부엌’과 이북 집안 출신 최지형 셰프의 ‘리북방’이 만납니다. 우영팟-바당-불턱-노을, 제주어로 이름 붙인 4코스입니다. 제주와 북녘의 맛이 한 테이블 위에서 만나는 날은 단 하루입니다. 10일은 제주 프렌치 식당 ‘쁘띠부숑’이 서울 성수동 와인바 ‘쏘티’와 함께 제주 스페셜 6코스 디너를 냅니다. 제주에서 프렌치 다이닝을 먹으며 성수동 와인을 마시는 밤입니다.

11일은 한식 다이닝 ‘김선문’에서 와인 수입사 ‘베터베버리지’와 마스터 소믈리에 김선문이 함께하는 5코스 스몰 플레이트 와인 페어링이 열립니다. 12일 와인바 ‘리볼버’에서는 스패니시 푸드와 와인이 있습니다. 13일은 세계 1000대 레스토랑 ‘더 플라잉 호그’에서는 발베니 위스키와 함께하는 5코스 페어링 디너가 열립니다. 제주의 테루아와 스코틀랜드 장인 정신이 한 테이블에서 만나는 자리입니다. 같은 날, 150년 어촌 마을의 숨결을 간직한 제주씨에스호텔에서는 와인과 전통주 테이스팅 행사도 열립니다. 제주곶밭, 술오름, 한라산소주, 해녀맥주부터 국내외 와인까지, 바다를 바라보며 낮 11시부터 저녁 8시까지 마실 수 있습니다.

제주 본태박물관 내 본스타

12일은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만든 본태 박물관이 영화관으로 변신합니다. 미식 영화를 보며 제주맥주 캔을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습니다. 영화 스크린 뒤로 산방산 낙조를 함께 볼 수 있습니다.

어떤 밤이 더 제주다울까요? 한가로운 제주의 밤을 제주의 음식들과 즐기시길 바랍니다. 이번 행사를 만든 사단법인 코리아푸드앤와인페스티벌 정문선 이사장은 “이 행사들의 수익금 전액은 미래 셰프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기부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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