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표차 5만3465표… 법조계 “투표용지 부족에도 선거무효 인정 어려워”

유병훈 기자 2026. 6. 4. 15:3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장 선거, 미개표 2000표 vs 표차 5만표
재투표·선거무효 가능성 낮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본투표일에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 시간이 오후 10시까지 연장됐던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앞에 4일 새벽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는 시민 등이 모여 '개표 중단과 선거무효'를 요구하고 있다. /뉴스1

3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서울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법적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선거관리상 중대한 하자가 있었는지와 별개로, 법원이 재투표나 선거무효를 인정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투표 기회를 박탈당한 유권자가 있었는지, 그 규모가 서울시장 선거 결과를 뒤집을 정도였는지가 핵심 판단 기준이기 때문이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256만590표, 득표율 49.15%로 사실상 당선이 확정됐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250만7130표·48.13%)와의 득표 차이는 5만3460표였다. 개표율 99.54% 기준이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의 투표함 2개가 개표되지 않았지만, 해당 투표함 표가 약 2000표 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당락에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 캡처

◇선거무효 판단도 ‘결과 영향’이 관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3일 오후 6시 20분 기준 서울 송파구 12곳, 강남구 1곳, 광진구 1곳 등 총 14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송파구에서는 유권자 수의 50% 수준만 투표용지를 인쇄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4일 새벽 긴급위원회를 열고 이번 사태가 공직선거법상 선거 연기나 재선거 사유는 아니며, 개표 중단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핵심 현장으로 꼽히는 곳은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다. 이곳은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 시간이 오후 10시까지 연장됐다. 이후 투표함 반출을 막는 인파가 몰리면서 투표함 2개가 개표소로 이송되지 못했다. 하지만 미개표 표가 약 2000표인 만큼, 이 표가 모두 정 후보에게 가더라도 표차는 5만1465표로 줄어드는 데 그친다.

법조계는 이 산술적 차이가 향후 법적 판단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본다. 공직선거법 제224조는 선거에 관한 규정 위반이 있고, 그 위반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될 때 선거무효를 인정하도록 하고 있다. 절차상 하자만으로 선거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며, 해당 하자가 당선인 결정에 영향을 줄 정도였는지가 별도로 입증돼야 한다.

김연기 법무법인 충정 변호사는 “특정 투표소에서 수 시간 투표가 중단됐고, 투표용지 일련번호를 수기로 작성하는 등 변칙적 방법으로 투표 재개가 지연됐으며, 대기를 포기하고 이탈한 유권자의 참정권 침해가 발생한 점 등을 고려하면 선거에 관한 규정 위반은 넉넉히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김 변호사는 “규정 위반이 인정되더라도 오세훈 시장이 당선됐고, 해당 투표구의 결과가 당선에 영향을 줄 수 없다면 선거무효소송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선거 당일 정치권 일각에서는 공직선거법 제196조에 따른 선거 연기와 개표 중단 필요성도 제기됐다. 제196조는 천재지변 등으로 선거를 실시할 수 없거나 실시하지 못한 경우 선거를 연기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서울시장 선거 전체가 실시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일부 투표구에서 투표가 지연된 문제에 가깝다.

김 변호사는 “공직선거법 제196조 적용은 어렵다”며 “선거는 이미 치러졌고, 특정 투표구에서 투표가 이뤄지다 중단된 것이어서 선거를 실시할 수 없거나 실시하지 못한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허철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6·3 지방선거 본투표가 실시된 지난 3일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원회에서 서울 송파구 등 일부 투표소에서 벌어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뉴스1

◇재투표보다 원인 규명·재발 방지에 무게

일부 투표구 재투표 가능성은 별도 쟁점이다. 공직선거법 제198조는 어느 투표구에서 투표를 실시하지 못한 경우 해당 투표구의 재투표를 실시한 뒤 당선인을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재투표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염려가 없다고 인정되면 재투표 없이 당선인을 결정할 수 있다.

결국 재투표 주장 역시 문턱이 높다. 잠실7동 제2투표소 미개표 표가 2000표 안팎인 반면, 서울시장 선거 전체 표차는 5만3465표에 달하기 때문이다. 법원이 재투표 여부를 판단하더라도 해당 투표구의 결과가 당선인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가 핵심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비교 사례로는 2021년 독일 베를린 선거가 거론된다. 당시 베를린에서는 투표용지 부족, 잘못된 투표용지 배부, 장시간 대기, 출구조사 발표 이후 투표 계속 등 복합적 오류가 발생했고, 일부 선거는 재선거·재투표로 이어졌다. 그러나 한국 공직선거법은 선거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는 점과 별개로 그 하자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따진다는 점에서 단순 비교는 어렵다.

국내에서는 2022년 대선 당시 코로나19 확진자 사전투표 부실관리, 이른바 ‘소쿠리 투표’ 논란이 있었다. 당시 대구 중·남구 국회의원 보궐선거 무효 소송에서 대법원은 선거무효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변호사는 “소쿠리 투표 사건은 대법원이 선거에 관한 규정 위반 자체를 인정하지 않은 사안”이라며 “이번 사안은 투표 기회 박탈로 볼 여지가 있어 규정 위반은 분명해 보이지만,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가 아니라면 결론은 같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에 따라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재투표나 선거무효로 이어지기보다는 사태가 발생한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