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초강수, 구조조정 '속도전'
전국 37개 점포 폐쇄... 대량실업 위기감 고조
희망퇴직 추진에 노조 반발... 일방통보 갈등 격화
MBK 책임론 확산... 정부 대응 지연 비판 목소리도
[지데일리] 회생 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가 전국 37개 점포를 폐점하기로 하면서 유통업계와 노동시장에 충격이 확산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노동조합에 보낸 공문을 통해 “기여도가 낮은 37개 점포를 폐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8일 전체 104개 점포 가운데 37곳의 영업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급격히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당초 회생계획안 가결 시한인 다음달 3일까지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조기 폐점이라는 강수를 택했다.
폐점 대상은 서울, 부산, 인천, 경기 등 수도권과 주요 광역시는 물론 지방 중소도시까지 광범위하게 포함됐다. 중계·신내·잠실 등 서울 주요 거점부터 부산 센텀시티, 인천 송도, 경기 킨텍스 등 핵심 상권 점포들이 대거 포함되면서 ‘비효율 점포 정리’라는 설명과 달리 사업 구조 전반의 축소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번 조치로 직격탄을 맞게 된 것은 노동자들이다. 해당 점포에서 근무하던 직원은 약 3500명에 달한다. 홈플러스는 책임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구조조정 수순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년이 6개월 미만 남은 직원을 제외한 기준 역시 고용 안정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노동조합은 이번 결정을 “일방 통보”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대주주 MBK파트너스를 향해 ‘먹튀 경영’이라는 비판을 재차 제기했다. 인수 이후 자산 매각과 높은 임대료 구조를 통해 재무 부담을 키웠고, 그 결과 흑자 점포마저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일부 점포 정리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전략적 판단 없이 진행되는 대규모 폐점은 오히려 회생 가능성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입점업체와 협력업체, 지역 상권까지 연쇄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홈플러스 측은 입점 점주들과 별도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보상과 이전 대책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을 경우 갈등은 불가피하다.
대형마트 한 곳이 사라질 시 주변 상권 매출 감소와 고용 축소로 이어지는 구조적 영향도 무시하기 어렵다.
정책 대응의 부재 역시 도마에 올랐다. 노조는 정부가 약속한 정상화 지원과 유암코 개입이 지연되고 있다며 사실상 방관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이미 수천 명이 일자리를 잃었거나 위기에 놓였고, 향후 추가 구조조정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공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일 기업의 구조조정 문제를 넘어 사모펀드 중심의 유통업 재편이 갖는 한계를 드러낸 사례로 읽힌다. 수익성 중심의 재편이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그 부담은 노동자와 지역사회에 집중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의 선택이 회생의 출발점이 될지, 또 다른 축소의 신호탄이 될지는 향후 추가 조치와 이해관계자 간 협의 과정에 달려 있다"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