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대구시장 후보 8.87%p 차 석패…대구 정치지형 흔들었다
민주당 대구 경쟁력·정치 지형 변화 가능성 확인

"우리 대구에 경쟁이 벌어지고 여야가 서로 시민에게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정치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가 4일 개표 후반부에 낙마를 예상한 직후 내놓은 메시지다.
선거 초반만 해도 대구 정치권에서는 "이번만큼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접전이 예상됐지만, 결국 견고한 보수의 벽을 넘진 못했다. 득표율 차이는 불과 8.87%. 역대 대구시장 선거에서 보기 힘든 박빙의 승부가 이번 선거에서 발생했다.
김부겸 후보는 선거 기간 내내 역대 민주당 후보 가운데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라는 평가를 받았다. 수성갑 국회의원과 행정안전부 장관, 국무총리를 지낸 정치적 경력에 더해 대구 출신이라는 상징성도 갖췄다. 실제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오차범위 내 접전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며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갔고, 3일 오후 6시께 나타난 방송사 출구조사에서는 1% 내 경쟁이 예측되면서 민주당 대구시장이라는 기대감이 증폭됐다.
하지만 선거 막판 흐름은 달라졌다. 대구시장 선거가 단순한 지방행정 책임자를 뽑는 선거를 넘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치러지는 정치 평가전 성격을 띠면서 보수층 결집이 강하게 나타났다. 지역에서는 "지방 권력까지 여당에 내줄 수 없다"라는 정권 견제 심리가 확산했고, 이는 투표장에서 국민의힘 후보 지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중앙당발 악재도 영향을 미쳤다. 선거 막판 불거진 '공소 취소(조작 기소) 특검법' 논란은 보수 성향 유권자들을 자극했다. 법치주의 훼손 논란이 제기되면서 중도·보수층의 경계심이 발동됐고, 국민의힘은 이를 집중적으로 부각하며 지지층 결집에 활용했다.
5·18 관련 스타벅스 마케팅 논란 역시 선거 막판 변수 중 하나다. 민주당과 진보 진영이 해당 사안을 강하게 비판했지만, 지역 보수층에서는 이를 정치적 공세로 받아들이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게다가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강도 높게 비판한 데 이어 스타벅스 불매운동을 독려하는 정부 차원의 조치에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됐고, 국민의힘에서는 '또 다른 형태의 국가폭력'이라며 선거전과 함께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대구에서는 김 후보가 '과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놓으면서 즉각 대응에 나섰지만, 보수층 결집과 중도층의 이탈에 일정 부분 힘을 실은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원 유세에 나서면서 마지막 결정타를 날렸다. 박 전 대통령은 선거 기간 북구 칠성시장과 중구 서문시장 등을 찾아 추 후보를 지원하면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향수를 일으켰다. 그동안 국민의힘의 내홍을 지켜본 보수 지지층의 위기감도 이 과정에서 일부 희석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김 후보 캠프의 전략적 한계를 지목한다. 지방선거는 광역단체장 한 명을 뽑는 선거가 아니라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 후보들이 함께 뛰며 바람을 만드는 선거인데, 김부겸이라는 대형 정치인의 인지도와 개인 경쟁력에 상당 부분 의존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각급 선거에 나선 후보 모두 보수 강세 지역에서 열심히 활동해온 정치인들이지만, 선거 전략 측면에서 아쉽다는 평이 공존한다. 수십 년 동안 보수정당이 쌓아온 높은 진입 장벽을 부수기 위해서는 각급 선거에 나선 후보 본인보다 경쟁력 있는 '김부겸의 승리'만을 모두가 오롯이 외치는 극단적인 승부수를 던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이번 선거가 민주당에 남긴 정치적 의미는 적지 않다. 김 후보가 대구의 정치 가능성을 확인한 것처럼, 실제 이번 선거는 민주당이 누구를 후보로 내세우느냐에 따라 대구에서도 충분히 경쟁 구도가 형성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과거와 같이 선거 전부터 사실상 결과가 정해지는 게 아니라 선거 막판까지 긴장감이 유지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정치권 관계자는 "막판 보수 결집이 승부를 가른 것으로 보이지만, 그 전에 직전 대구시장을 겪어봤던 수많은 시민이 안정적인 리더십을 보여줄 경제시장을 원하는 분위기가 분명 있었다"며 "여기에 추경호 후보가 내세운 경제 전문가 이미지, 극단적인 보수 지지층과 어느 정도 거리감이 있는 모습들이 많은 시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이유가 아니겠나"라고 분석했다. 또 "김부겸 후보는 보수의 벽을 아깝게 넘지 못했지만, 대구에서 보수 정당 소속이 아닌 후보도 충분히 경쟁 선거가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라며 "민주당이나 제3의 정당이 지역 기반을 확대하고 경쟁력 있는 후보를 육성하게 되면, 보수 텃밭의 균열을 충분히 파고들 수 있다고 할 수 있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