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력난 시대···한국 기업 참여로 지어지는 미국 최초 ‘4세대 SMR’ 현장 가보니

정유진 기자 2026. 6. 4.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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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케머러의 테라파워 소형모듈원자력발전소(SMR) 건설 공사 현장에서 소듐(나트륨) 테스트 시설을 짓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케머러 | 정유진 특파원

“AI(인공지능)의 발전은 앞으로 엄청난 전력을 필요로 할 것입니다. 우리의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이 그 수요를 충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와이오밍주의 소도시 케머러의 SMR 건설 현장에서 만난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는 이렇게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2008년 설립한 테라파워는 소듐냉각고속로(SFR) 설계 기술을 보유한 SMR 선두 기업이다. 건설 현장은 2031년 상업 운전 개시를 목표로 기본 공사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었다.

테라파워의 SMR은 지난 3월 미 원자력위원회(NRC)로부터 최종 건설 승인을 받았다. NRC가 신규 상업용 원전 건설 허가를 내준 것은 10년 만이며, 비경수로형 원자로 프로젝트를 허가한 것은 40년 만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은 AI 산업의 전력 수요 폭증 때문에 2040년까지 SMR 시장이 연평균 22%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테라파워는 현재 짓고 있는 SMR뿐 아니라 이미 12기의 수주를 마친 상태며, 이 중 8기는 메타의 AI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기로 돼 있다.

SMR은 300~500㎿ 미만의 전력을 생산하도록 설계된 핵분열 원자로의 한 종류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에 따르면 SMR은 기존 원자로의 약 3분의 1 크기다. 또 공장에서 주요 구조물을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모듈형이라서, 건설 비용이 기존 원전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테라파워의 SMR은 물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기존 경수로와 880도에서도 끓지 않는 액체 나트륨을 냉각재로 쓰기 때문에 전원이 차단돼도 자연 냉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제1원전은 전원 공급 상실로 냉각 기능이 마비되면서 원자로 노심 용융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또 기존 원전에서는 불가능한 출력 조정도 가능해서 전력 수요 변화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이는 전력 수요 변동성이 큰 AI 데이터센터에 반드시 필요한 기능이라고 업체 측은 설명했다.

테라파워는 한국 기업들과의 긴밀한 협력하에 SMR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SK㈜는 2022년 2억5000만달러의 지분 투자를 통해 테라파워의 2대 주주로 올라섰으며, 원자로 부품 생산에도 HD현대·두산 등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의 대미투자 1호 프로젝트가 에너지·원전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SMR 사업도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는 이유다.

르베크 CEO는 “우리는 한·미 무역협정을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고, 그 안에 SMR이 포함될 가능성도 기대하고 있다”며 “SMR이 최초의 미국 첨단 원전 기술로 채택된 것이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였고, 이후 이 사업은 트럼프 행정부와 양당 모두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첫 프로젝트는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한국의 AI 산업 수요로 볼 때 언젠가는 한국에도 들어서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실제 SK가 테라파워에 투자한 것은 데이터센터·배터리·반도체 등 그룹의 다른 사업과 묶어 글로벌 차세대 에너지 산업을 선점하려는 의도였다. SK이노베이션은 테라파워의 실증 경험과 첨단 기술을 활용해 2035년 상용화를 목표로 한국에도 국내 첫 4세대 SMR을 건설하는 등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케머러 소형모듈원자력발전소(SMR) 건설 현장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케머러 | 정유진 특파원

엄청난 전력을 필요로 하는 AI 시대에 SMR의 경쟁력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안전성이 강화된 차세대 기술이라 하더라도 핵폐기물을 생산하는 원전이 미래 에너지의 대안이 될 수 있느냐는 우려도 여전히 제기된다.

스탠퍼드대학의 빌레인 서부연구센터가 발행하는 매거진인 ‘앤드더웨스트’는 “미국은 현재 사용후핵연료를 최종 처분할 연방 차원의 영구 저장시설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핵폐기물은 원전 부지 내 임시 저장시설에 보관된다”며 “이는 (SMR이 들어서는) 농촌 지역사회에 불균형적인 부담을 지운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매체는 또 공기나 물과 접촉하면 발화할 수 있는 나트륨의 특성상 경수로와 또 다른 화재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과 비경수로라 하더라도 발전소 터빈에는 여전히 냉각수가 필요해 가뭄이 심화하고 있는 미 서부 지역 지하수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숙제라고 지적했다.

‘서던 오리건 클라이밋 액션 나우’의 공동창립자인 앨런 저넷은 “AI와 데이터센터가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면서도 “언제나 그렇듯 문제는 그 대가가 무엇이며 누가 그 비용을 부담하는가라는 점”이라고 이 매체에 말했다.

이런 우려에 대해 르베크 CEO는 “테라파워의 SMR은 사용후핵연료 발생량이 기존 원전 대비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원자로 자체가 지하에 설치돼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확산될 가능성도 훨씬 더 낮다”고 말했다. 팻 영 테라파워 수석부사장은 “우리는 예정보다 9개월 빠르게 허가를 받았는데, 이는 안전성 입증이 매우 강력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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