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이채원의 꿈과 삶을 기억할 것 [플랫]

플랫팀 기자 2026. 6. 4.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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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6년 6월 3일자 경향신문 ‘[여적]17세 이채원’을 재가공하였습니다.〉

2019년 9월11일. 충남 아산 온양중 앞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초등학교 2학년생이 숨졌다. 동생과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던 아이는 달려오던 SUV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찰과상만 입은 동생은 “엄마, 형이 나 밀어서 다쳤어”라고 했다. 부모는 아이의 실명(김민식)을 공개하며 ‘어린이들의 생명안전법 통과를 촉구해달라’는 국민청원에 나섰다. 아이의 이름은 법이 되었다. 2020년 3월 ‘민식이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 5조의13)이 시행됐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 13세 미만 어린이 사망·상해 사고가 발생할 경우 운전자를 가중처벌하는 내용이 담겼다.

고 이채원양 초상화. 유족 제공

2023년 8월3일. 경기 성남 서현역 근처에서 20세 여성이 차량에 치였다. 흉기 난동범이 몰고 인도로 돌진한 차였다. 피해자는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유족은 피해자 김혜빈씨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했다. “더 이상 혜빈이가 익명으로 알려지길 원하지 않는다.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더 기억되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2025년 2월10일.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생이 교사에게 살해됐다. 장례식장에서 아이 아버지는 딸의 이름(김하늘)과 사진을 공개했다. “제2의 하늘이가 나오지 않도록 해달라”는 바람이었다.

5월 7일 광주 광산구 신가동 한 장례식장에서 20대 남성의 흉기에 찔려 숨진 고등학생 이채원씨의 발인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광주에서 귀가 중 살해당한 여고생의 유족이 1일 피해자의 실명과 초상화를 공개했다. 이채원양(17) 유족은 “‘첨단(지구) 여고생’이 아닌 ‘이채원’으로 불러주세요”라는 입장문을 통해 “사람을 살리는 직업을 꿈꾸고 누군가를 돕는 일을 좋아했던 아이를 잃은 뒤 가족의 삶은 완전히 무너져내렸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채원이의 억울함을 풀고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며 가해자에 대한 엄벌, 이양 친구·교사들에 대한 심리치료 지원, 지역사회 청소년 안전망 개선 등을 촉구했다.

“17세 이채원으로 기억해달라”…광주 피살 고교생 실명 공개

인간은 개개인이 하나의 우주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는 일은 우주가 눈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져내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상상조차 힘든 고통 속에서도 가족 신상을 공개함으로써 공동체 여론을 환기하려는 유족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마땅히 공동체도 응답해야 한다. 김민식·김혜빈·김하늘·이채원의 꿈과 삶을 기억할 것, 그리고 그들의 비극이 다른 누군가에게 되풀이되지 않도록 할 것.

▼ 김민아 논설위원 makim@khan.kr

플랫팀 기자 fl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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