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대형마트 문 열었더니... '의외'의 결과

정호진 2026. 6. 4.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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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휴업 풀자 대형마트 매출 상승세
전통시장 보호 효과 놓고 다시 불붙은 논쟁
소비자 발길은 시장 아닌 '온라인'으로 향해
유통 규제 14년…변화된 소비환경이 던진 숙제

[지데일리] 주말마다 문을 닫던 대형마트가 평일에 휴업하는 방식으로 바뀌자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대형마트 매출은 증가했고, 우려됐던 전통시장 매출 감소는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오히려 온라인 소비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되면서 10년 넘게 유지된 유통 규제 정책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 분석 결과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후 매출이 늘었고 전통시장 피해는 크지 않아 유통정책 변화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AI생성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이 시사하는 유통정책의 전환 방향’ 보고서를 통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변경한 지역들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했다. 


KDI는 대구시와 서울 일부 자치구, 부산 지역 사례를 중심으로 매출 변화를 추적한 결과 대형마트 매출이 전환 이전보다 2.77~7.90%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규제 완화가 소비자 이용 편의성을 높이며 매출 증가로 이어졌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평가된다.  

 

지역별 증가 폭도 대구는 4.7%, 서울 서초구와 동대문구는 약 2.8%, 부산 일부 지역은 6.2~7.9%의 매출 증가세를 기록했다. 준대규모점포인 기업형슈퍼마켓(SSM) 역시 상당수 지역에서 매출이 늘었다. 쇼핑몰과 아웃렛 등 대형 유통시설도 소비자 유입 효과를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 도입 당시 가장 큰 명분은 전통시장 보호였다.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으로 시작된 의무휴업 제도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간 경쟁에서 중소상인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분석에서는 전통시장 매출 감소를 입증할 만한 일관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

 

일부 지역에서는 전통시장 관련 업종의 매출이 오히려 증가했다. 서울 서초구와 동대문구의 농축수산·전통유통 업종 매출은 12% 이상 증가했고, 대구에서도 상승 흐름이 확인됐다. 생활·식품·잡화 업종 역시 성장세를 나타냈다. 이는 대형마트 영업 확대가 반드시 전통시장 고객 감소로 이어진다는 기존 인식과 다른 결과다.

 

더 주목받는 대목은 온라인 소비 변화다. KDI는 대구시 사례를 분석한 결과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이후 온라인 결제액이 약 2.89% 감소했다고 밝혔다. 특히 20대와 30대, 40대 소비층에서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소비자들이 주말에 대형마트를 이용하지 못할 경우 전통시장보다 온라인 쇼핑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강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는 유통환경이 급격히 변화한 현실을 반영한다. 제도가 도입된 2012년과 현재는 소비 패턴 자체가 크게 달라졌다. 모바일 쇼핑과 새벽배송, 당일배송 서비스가 일상화되면서 소비자 선택지는 과거보다 훨씬 다양해졌다. 오프라인 대형마트를 규제한다고 해서 소비가 전통시장으로 이동한다는 공식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주변 상권에 대한 긍정적 효과도 확인됐다. 산업연구원이 신용카드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대구와 청주에서는 대형마트 영업 활성화 이후 인근 상권 매출이 평균 3% 이상 증가했다. 특히 음식점과 외식업종에서 의미 있는 증가세가 나타났다. 대형마트 방문객이 주변 상가와 식당을 함께 이용하는 소비 패턴이 형성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오프라인 유통 공간의 역할 변화도 눈에 띈다. 대형마트는 더 이상 장만 보는 공간이 아니다. 쇼핑과 식사, 문화 체험, 여가 활동이 결합된 복합 소비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전통시장 또한 먹거리와 관광 콘텐츠를 강화하며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경쟁 관계만 강조하기보다 상호 보완적 관계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전통시장의 변화 역시 긍정적이다. KB국민카드가 수천만 명의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통시장 매출은 최근 3년 동안 1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문 고객 수와 결제 건수도 함께 늘었다. 가공식품과 간식, 커피·음료 분야 성장세가 두드러졌으며 시장 내 카페와 청년 창업 점포 증가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지방 시장의 성장세가 수도권보다 높게 나타난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관광객 유입 확대가 지역 시장 활성화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이 모든 지역에서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부산 일부 지역에서는 SSM 매출이 감소했고 편의점 매출도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대구에서는 긍정적 효과가 확인됐지만 청주에서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 지역별 소비 구조와 상권 특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데이터 해석을 둘러싼 논란도 존재한다. 전통시장 매출 감소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고 해서 피해가 전혀 없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일부 지역에서는 마이너스 추정치가 나타났으며, 영세 상인들이 체감하는 현실과 통계 수치 사이에 간극이 존재할 가능성도 있다. 지역별·업종별 세밀한 분석이 추가로 요구되는 이유다.

 

그럼에도 유통시장의 환경이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는 점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흐려지고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된 상황에서 2012년 기준으로 설계된 규제가 현재에도 동일한 효과를 발휘한다고 보기 어렵다. 규제 유지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향후 정책 방향은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을 대립 구도로 바라보기보다 지역경제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소비자 편익, 상권 활성화, 소상공인 보호라는 세 가지 목표를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논의는 영업시간 문제가 아니라 한국 유통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결정할 중요한 정책 실험이 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시장의 미래는 규제와 보호에 머무르지 않는다"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조화, 대형 유통업체와 지역 상권의 공존,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유연한 정책 설계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