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두나무 빅딜에 빨라진 은행권 셈법…원화 코인 급물살

박소희 기자 2026. 6. 4.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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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 1조33억원 투자로 업비트 운영사 4대 주주 등극
KB-토스·신한-삼성·우리·농협-카카오 등 물밑 합종연횡
[출처=연합뉴스]

하나은행이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주요 주주로 올라서면서 은행권의 디지털자산 경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동안 은행과 가상자산거래소의 관계가 실명확인 입출금계좌 제휴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지분 투자와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생태계 선점 경쟁으로 확산하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신한금융, 우리금융, NH농협금융 등 주요 금융그룹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 시장 진입을 염두에 두고 사업 파트너를 저울질하고 있다.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이 빨라야 올해 하반기 이후로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은행권의 물밑 움직임은 더 분주해졌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아직 법도, 발행 구조도 확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하나은행의 두나무 투자를 계기로 은행권은 이미 파트너 구도와 사업권 확보 경쟁에 들어갔다. 제도화가 늦어질수록 표면상으로는 탐색전이 이어지겠지만, 물밑에서는 거래소와 플랫폼을 둘러싼 금융권의 줄서기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두나무 주식 228만4000주를 약 1조33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하나은행은 두나무 지분 6.55%를 보유한 4대 주주가 된다. 하나금융은 올해 2월 두나무의 자체 블록체인 '기와체인'을 활용한 외화 송금 기술 검증을 마쳤고, 4월에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함께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및 기업 간 자금이동을 위한 3자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하나금융은 이번 투자를 통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블록체인 기반 외화송금, 디지털자산 연계 자산관리(WM) 등 신사업 기반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하나은행의 외환 거래 네트워크, 두나무의 업비트·기와체인, 네이버의 결제·쇼핑 인프라가 맞물리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유통, 사용, 환류를 잇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은행은 준비자산 관리와 규제 대응을 맡고 거래소는 유동성과 고객 접점을 제공, 플랫폼은 실제 사용처를 넓히는 방식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에 들어오면 은행의 역할은 실명확인 입출금계좌 제공에 그치지 않는다. 준비자산 관리, 고객확인, 자금세탁방지, 지급결제 인프라, 플랫폼 정산까지 은행권 수익 구조와 고객 접점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지난해 11월 27일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네이버 1784에서 진행된 네이버-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3사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3사 경영진들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상진 Npay 대표,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송치형 두나무 회장, 오경석 두나무 대표이사. [출처=네이버] 

실명계좌 제휴 넘어 지분·컨소시엄 경쟁으로

은행 입장에서는 거래소와의 관계 설정이 향후 디지털자산 사업의 출발선이 될 수 있다. 거래소는 향후 스테이블코인, 가상자산 수탁, 토큰증권(STO), 실물자산(RWA) 상품이 유통될 수 있는 고객 접점으로 평가받는다.

KB금융은 토스와 손잡고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을 물밑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은행이 발행을 주도하고, 토스가 금융 플랫폼을 기반으로 유통을 맡는 구상이다. KB국민은행과 입출금계좌 제휴를 맺은 빗썸도 잠재적 협력 축으로 거론된다.

신한금융은 삼성금융과의 협업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 삼성증권, 삼성카드 등이 두나무 지분을 취득한 것과 별개로 삼성금융과 디지털자산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설명이다.

우리금융과 NH농협금융은 카카오와의 협업 가능성이 거론된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를 중심으로 자체 사업을 준비해왔지만, 은행 주도 스테이블코인 발행 가능성이 커지자 은행권 파트너를 찾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도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업 구도를 검토하는 분위기다.

은행권 실무진 간 접촉도 시작됐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IBK기업은행과 iM뱅크, 부산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 전북은행 등 5개 지방은행은 최근 서울 여의도에서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디지털자산 관련 법·제도 동향과 협력 방향을 논의했다. 토스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

은행 뿐만 아니라 전 금융권이 뛰어드는 상황인 만큼 시장 재편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삼성증권, 삼성SDS, 삼성카드 등 삼성그룹 3개 계열사도 합산 4%의 두나무 지분을 카카오벤처스 등으로부터 사들였고 한화투자증권은 기존 보유분에 더해 두나무 지분 3.9%를 추가 취득하기로 했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은 비금융계열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을 통해 지난 2월 코빗 지분 92.06%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투자증권과 글로벌 거래소 OKX의 코인원 지분 인수도 거론되고 있다.

◆한은 예금토큰, 민간 스테이블코인 최대 변수

물론 사업 구도는 아직 변수가 많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권한을 은행 과반 지분 컨소시엄에만 부여할지, 핀테크와 비은행 사업자에도 문을 열지 정해지지 않았다. 한국은행은 은행 중심 모델에 무게를 두고 있는 반면, 민간 업계와 정치권 일부에서는 핀테크 진입 허용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입법 방향에 따라 현재의 제휴 구도는 다시 짜일 수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의 또 다른 변수는 한국은행의 예금토큰 실거래 사업이다. 한은은 국내 시중은행들과 예금토큰 기반 실거래 사업인 '프로젝트 한강'을 추진중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은행권과 가맹점 등이 참여하는 대규모 실거래 테스트를 진행한다.

예금토큰은 은행 예금을 기반으로 발행되는 디지털 지급수단이다. 중앙은행과 은행권 관리 체계 안에서 작동한다는 점에서 통화 안정성과 금융안정 측면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다. 한은 입장에서는 민간 스테이블코인보다 통제 가능한 디지털 결제 인프라다.

프로젝트 한강이 결제와 정산 영역에서 실효성을 입증할 경우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는 속도 조절을 피하기 어렵다. 예금토큰이 은행 예금을 기반으로 디지털 결제 기능을 제공한다면 별도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허용해야 할 필요성을 두고 논쟁이 커질 수 있다. 이 경우 입법 과정에서 발행 주체와 준비자산, 지급결제망 접근, 소비자 보호 요건 등이 한층 엄격하게 설계될 가능성이 있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최근 국제콘퍼런스 정책 대담에서 "유로화 표시 스테이블코인이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3% 미만으로 매우 작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이를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활용 가능성에 대한 신중론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반대로 예금토큰이 제한된 실험에 머물거나 플랫폼 결제, 가상자산 생태계, 해외송금 영역까지 확장하지 못할 경우 민간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은 유리해질 수 있다. 은행권이 지금부터 거래소, 빅테크, 핀테크와 손잡는 이유도 이 지점에 있다. 입법 전 단계에서 유통망과 고객 접점, 기술 인프라를 확보한 쪽이 제도화 이후 협상력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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